맛집 기행

된장찌개 하나로 글 쓰기는 이번이 처음

김훤주 2016. 8. 1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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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블로그 기록들을 뒤져보았더니 함안 가야시장 진이식당을 처음 찾아 집막걸리를 마신 날이 2011년 11월 8일이었더군요. 그 날 우연히 찾아든 이 밥집에서 여태 맛보지 못했던 집막걸리를 마셨습니다. 누룩 냄새 솔솔 나고 진짜로 막 걸렀기 때문에 뻑뻑한 그 맛이 좋아 종종 찾게 되었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손수 담근 집막걸리였습니다. 부산생탁 그리고 다른 무슨 탁주 또 소주와 맥주 따위가 있었지만 손이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안주는 달걀말이 또는 명태전을 주로 골랐으며 끼니를 같이 해결할 때에는 국물 따뜻한 국수 아니면 속까지 확 풀어주는 추어탕을 시켰겠지요. 

그 집 차림표에는 국수·추어탕과 함께 된장찌개도 적혀 있었지만 올해 봄까지 단 한 차례도 된장찌개를 주문한 적이 없었습니다.(식당 김치찌개도 어지간해서는 먹지 않는데 이는 재료인 김치가 출신 성분이 미심쩍기 때문입니다.)

집막걸리를 퍼담는 주인아주머니.

명태전도 좋습니다. 기름이 적어서 산폐 진행이 느립니다.

블로거들의 본능입니다. 7월 30일 함안 관광 블로거 팸투어로 찾았을 때 사진입니다.

아무래도 된장찌개에 대한 선입견 탓이 큽니다. 으레-거의 틀림없이 언제나, 대부분 사람들은 된장찌개라 하면 돼지고기 살점 몇 낱 썰어넣고 두부 대여섯 조각 집어넣은 다음 된장을 풀어 끓여내는 정도로 여기기 십상이고 저 또한 거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대부분 식당에서 쓰는 두부는 콩이 중국산일 공산이 99.999%인데다 같이 넣는 돼지고기 또한 그 신선한 상태를 짐작하기 어려운 그런 것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된장이 제대로 된 것이겠습니까. 원료인 콩은 어디서 난 것인지 미심쩍을 따름이고 맛은 짜기만 하기 십상이고 한 공장표 된장일 가능성이 100% 아니 200%이지요. 

그러니 함안 가는 길이 있으면 거의 단골 삼아 들른 진이식당이고 이에 더해 대부분 반찬이 잡것 섞이지 않고 주인아주머니 손수 기른 소출임을 알면서도 된장찌개에는 선뜻 입맛이 댕기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드나든지 4년이 훌쩍 지난 올 봄 어느 날 옆 식탁 손님이 된장찌개를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한 번 된장찌개를 한 상 차려달라 주문을 했습니다. 보통 다른 식당은 미리 준비해 놓은 양 금세 나오는데 여기 진이식당은 그렇지 않고 10분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나오는 된장찌개가 딱 보니까 명품이었고 볼수록 더욱 명품이었습니다. 된장찌개는 냄새부터 남달랐습니다. 보통 공장표 된장은 고유한 냄새가 나지 않는데 이 녀석은 한편 쿰쿰하면서도 한편 산뜻한 촌집 된장 향기를 제대로 지글지글 풍겼습니다. 

게다가 주인아주머니는 여기에다 그 흔한 두부 한 조각 돼지고기 한 점 넣지 않고 끓여내었습니다. 두부나 돼지고기가 들어가야 된장찌개 맛이 난다고 여기기 십상이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저는 그날 그 된장찌개를 맛보고 이런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습니다. 

오른쪽 맨 끝 이은주 선생님 입이 미어터지고 있습니다^^ 7월 30일 팸투어 때 사진입니다. ㅎㅎ

그렇게 해서 내는 맛은 된장찌개 맛이 아니라 두부 맛이고 돼지고기 맛이라는 것을 말씀입니다. 그런 두부 맛과 돼지고기 맛이 원래 된장찌개가 갖고 있는 맛을 죽이는 맛이라는 것을 말씀입니다. 된장찌개가 제 맛을 내지 못하니까 두부 맛과 돼지고기 맛으로 가리고 숨긴다는 것을 말씀입니다. 

한 술 한 술 떠넣는 된장찌개가 그렇게 황홀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명품이고 예술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나오는 된장찌개가 늘 똑같지가 않았습니다. 반찬과 마찬가지로 그날그날 달랐습니다. 들어가는 재료가 날마다 달랐던 것입니다. 

반찬도 어떤 날은 호박쌈 나오고 어떤 날은 상치쌈 나오듯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재료 또한 주인아주머니가 그날(또는 전날) 밭에서 어떤 채소를 거두었느냐에 따라 호박이 더 들어가기도 하고 박이 더 들기도 하고 고구마 줄거리 같은 다른 무엇이 더 들기도 하고 했습니다.

(주인아주머니 사시는 데가 산인 입곡저수지 가까운 양지마을인가로 들었습니다. 산 좋고 물 좋은 자리입니다. 거기서 손수 농사를 지어 진이식당 밥과 반찬을 만드는 재료로 쓴답니다.) 손님 처지에서는 날마다 같은 된장찌개를 주문해도 나오는 된장찌개는 언제나 다르게 차려지는 셈입니다. 

그런데 감자는 꼭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감자는 자체 성분이 짠맛을 잡아주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감자를 썰어 넣으면 된장찌개 짠맛도 줄이면서 씹는 식감도 늘리고 맛도 부드럽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결론 삼아 말씀드리자면 옛날에는 누룩향 물씬 풍기는 집막걸리 하나를 보고 찾아간 진이식당이었지만 이제는 집막걸리는 좀 뒷전이고 된장찌개가 더 멋지고 더 맛나서 찾도록 바뀐 진이식당이라 하겠습니다. 

전라도로 멀리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던 지난 13일은 식당 마칠 즈음 도착하는 바람에 추어탕밖에 못 먹었지만, 17일 그제는 점심 때 작정하고 찾아가 집막걸리 반 되까지 해서 탈탈 털어먹고 돌아나온 진이식당이었습니다. 

여덟 가지 반찬을 집어넣고 된장찌개를 부어 쓰윽쓱 비벼 먹었습니다. 그러다 식탐이 나서 밥이랑 반찬이랑 둘 다 더 주세요 해서 더 먹었는데요, 주인 아주머니는 아깝다기보다는 오히려 흐뭇한 표정이었답니다. 

집막걸리 반 되 3000원. 된장찌개 한 그릇 6000원. 추어탕을 주문하면 막걸리 마실 때 다른 안주가 더 있어야 어울리지만 된장찌개는 그 자체가 훌륭한 안주니까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단체로 찾거나 하시려면 미리 전화로 알리셔야 덜 기다립니다. 010-7147-3947. 055-582-7663.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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