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국수를 코스요리로 먹고 배터져 죽을 뻔한 이야기

기록하는 사람 2016. 8. 1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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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소나무집 #소나무집 #함안 맛집 #국수 코스요리

사회적 기업 '해딴에'가 주최한 함안 팸투어에서 첫날 점심을 먹으러 간 집이 바로 '소나무 집'이다.

소나무집을 운영하는 홍해옥 씨는 우리가 만드는 월간 <피플파워> 2015년 1월호에 소개된 인물이다. 그때 나는 홍해옥 씨의 살아온 이야기를 읽고 뭉클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피플파워> 머리말에서 이렇게 썼다.

"함안에서 '소나무집'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홍해옥 씨는 한국사회에서 변변한 배경이나 인맥 없이 살아가는 서민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팍팍한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소박하기만 합니다. 홍 씨는 '소나무집'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불리는 사랑노래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합니다.

그의 사연을 읽으며 인터넷 포털에서 '함안 소나무집'을 검색해봤습니다. 함안읍에서 법수면을 거쳐 의령으로 건너가는 남강(南江) 근처에 있더군요. 꼭 한 번 가서 가오리 비빔국수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글에서 썼던 바와 달리 거기까지 갈 기회가 없었다. 승용차가 없는 나로선 따로 찾아가기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해딴에'가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는지(혹 위의 글을 읽고 소나무집을 정한 건 아니겠지), 거기로 우리 일행을 데려갔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식당 입구 담벼락에는 우리 <피플파워>에 실렸던 글이 커다랗게 확대되어 붙어 있었다.

식당 안에 들어가 홍해옥 씨를 만났다. "제가 피플파워를 만드는 김주완이라고 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해옥 씨는 곧바로 알아보고 크게 반가워해주었다. 이 모습을 본 일행들이 "마치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만난 것 같네"라고 할 정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능소화가 만개해 있었다. 아마 이번 여름 내내 피고지고 할 꽃이다. 홍 여사의 붉은 드레스코드와 능소화가 참 잘 어울려 보였다.

어쨌든 에어컨 빵빵한 방안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가장 먼저 나온 요리는 돼지껍데기였다.

고깃집에서 돼지껍데기를 구워먹어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두루치기 식으로 만든 껍데기 요리를 처음 맛 봤다. 구워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우리는 막걸리와 소주를 시켜 돼지껍데기 요리를 허겁지겁 먹었다. 술 안주로 딱이었으니까...

밑반찬 중에는 특히 열무 이파리 김치가 딱 내 입맛에 맞았다. 그래서 조금 더 달라고 했더니 아래 사진처럼 왕창 갖다 주었다. 역시 홍 여사는 손도 크다.

그렇게 왁자지껄하게 먹고 있는데, 두 번째 요리가 나왔다. 소나무집의 메인요리인 앗싸 가오리 비빔국수다.

아래와 같이 커다란 접시에 요리처럼 나왔다. 중국집에서 요리를 먹듯이 제각기 개인접시에 먹을 만큼 덜어 먹으라는 것이다.

일단 비주얼을 보라. 먹음직스럽지 않은가? 실제로도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었다.

국수지만 가오리와 함께 먹으니 역시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여기까지 먹고 나니 배가 좀 불렀다. 그런데 웬일? 세 번째 요리가 나왔다. 이번엔 콩국수였다. 

콩을 너무 많이 갈지 않아 작은 덩어리가 보이는 이 콩국수! 예전에 어릴 때 어머니가 맷돌에 갈아서 해주시던 그 콩국수 같지 않은가?

게다가 콩물의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나로선 이미 배가 불렀지만, 이걸 안 먹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한그릇을 다 비웠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 곧바로 촌국수(물국수)가 또 나온 것이다.

아~. 이미 배는 불러버렸지만, 물국수 역시 맛을 보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에레이~ 모르겠다. 일단 먹어보자.

결국 배가 터질 듯하여 조금 남겼다. 과연 앉은 자리에서 일어설 수는 있을까? 슬슬 걱정이 되는데.... 이건 또 뭐?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옛날식 팥빙수가 나오는 게 아닌가?

세상에 국숫집에 와서 국수를 코스요리로 먹고 디저트로 팥빙수까지 먹게 되다니. 그렇게 치면 돼지껍데기는 에피타이저였나?

배는 불러 터질 것 같았지만 자꾸 숟가락이 가는 바람에 결국 팥빙수까지 다 먹고 말았다.

마치 내 위장이 얼마만큼 음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생체실험을 한 것 같았다.

뒤뚱거리며 식당을 나서니 맞은 편 논에는 하얀 연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소나무집의 돼지껍데기는 1만 3000원, 콩국수와 가오리비빔국수는 6000원, 촌국수는 5000원이다. 팥빙수도 5000원. 겨울에는 두레박황태수제비와 들깨칼국수도 한다.

찾아가는 위치와 전화번호는 아래 지도를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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