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순천 아랫장 61호 가게는 음식이 특별하다. 겉보기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들어가서 먹어보아야 알 수 있다.
올해 1월 21일 여기 들른 적이 있다. 찔룩게와 머리전이랑 오뎅을 시켰다. 찔룩게 튀김은 기대한 대로 따뜻하고 고소하며 부드러웠다. 씹을 때는 당연히 껍데기가 부서졌지만 적당히 가루가 된 때문인지 입 안에서 거북하지 않았다.
찔룩게는 순천 특산물로 여기기 십상이지만 아니라고. 다른 데서도 흔한데 여기서 찔록게라 할 뿐이라 한다. 이런 맛이 같은 순천 아랫장이라도 다른 가게에서는 나지 않는다.
순천 아랫장 찔룩게가 별미라는 얘기는 5~6년 전에 들었다. 실제로 먹어본 것은 2015년인가였다. 그런데 별로였다. 순천 출신 후배한테 얘기했더니 아무 데나 들어가서 그렇다 했다. 그러면서 알려준 가게가 61호 가게다.
맛이 다른 까닭이 무엇일까? 가게 주인한테 물어보았다. 답은 이랬다. “다른 가게는 미리 튀겨 놨다가 주문하면 데워 낸다, 우리는 미리 장만해 놓지 않고 주문을 하면 튀긴다.”
찔룩게 튀김.
이런 작은 차이가 커다란 맛의 차이로 이어진다니 놀라웠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당연한 일이었다. 날마다 음식을 만드는 가정주부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61호 가게는 찔룩게 말고 다른 것들도 이렇게 한다. 61호 가게는 명태전·머리전도 주문을 받은 즉시 불 위에 올린다. 그런데 이런 전들에는 여기에 더해 다른 무엇이 하나 더 있다. 먹어보니 반죽이 찰지지 않고 보슬보슬하면서 고소한 맛이 더했다. 목구멍을 넘어간 다음에도 속이 거북하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간단했다. 밀가루 반죽이 아니고 달걀 반죽이었다. 그래서인지 색깔이 좀더 노란 것 같았다. 달걀은 밀가루보다 비싸다. 더 물어보진 않았지만 손님들을 위하여 그만큼 적은 이문을 선택했다고 보면 되겠다. 아니면 밀가루 가격으로 달걀을 사는 재주를 가졌거나~~. ^^
그러니까 첫 번째 특별함은 번거롭고 귀찮지만 미리 해 놓는 대신 바로 장만하는 것이라 하겠다. 둘째로는 값이 좀 비싸도 밀가루 말고 달걀을 풀어쓰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다음 세 번째 특별함은 오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뎅을 꼬챙이에 꽂아놓은 품이 색다르다. 그냥 꾸불꾸불한 모습이 아니고 이리저리 꼬아서 만든 부드러운 곡선이 무슨 작품 같다. 보기 좋으면 먹기도 좋다는 말이 떡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여기서 알 수 있었다.
물론 가격도 싸지만 61호 가게만 그렇지는 않다. 순천 아랫장에서는 다른 가게들도 비슷한 수준이다. 명태전·산적·파전 4000원, 김치전·머리전(명태 대가리가 재료)·호박전·부추전 3000원, 고추전·버섯전·바지락전·굴전·찔룩게(튀김) 5000원이 여기서는 표준이다.
하나 더. 막걸리가 있다.(1병에 2000원으로 다른 데보다 싸다.) 손수 빚는 ‘수제’는 아니지만 재료가 100% 국산 쌀 그것도 햅쌀이다. 여기 있는 여러 막걸리 가운데 ‘친구 사이’ 브랜드가 그랬다. 마시고 나서 뒤끝이 개운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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