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서포 김만중 유배살이 들으며 역사 속으로

김훤주 2015. 11. 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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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동구밖 생태·역사 교실 8 

역사체험 : 남해 유배문학관~이락사 


자은·이동·샘바위·회원큰별·정·안영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9월 역사 탐방은 19일에 남해로 떠났습니다. 남해유배문학관과 이순신영상관 그리고 이락사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남해 관련 이야기를 할 때마다 꼭 꺼내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은 어디일까요?' '제주도!' 두 번째로 큰 섬은? '거제도!' 거기까지는 어렵지 않게 답이 나옵니다. 


그러면 세 번째로 큰 섬은 어디일까요? 울릉도, 독도, 한산도, 진도 등등 '도'자가 붙은 지명은 다 끄집어내면서도 이상하게 '남해'라고 정답을 맞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는 남해가 섬인 줄 모르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유배문학관에서 미션 수행.


남해가 섬이라는 특징 때문에 만들어진 역사가 있는데 바로 유배입니다. 유배를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하려면 형벌 이야기를 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사람은 죄를 지으면 벌을 받게 되는데 옛날에는 사형 다음으로 큰 벌이 가족과 고향을 떠나 먼 곳으로 보내지는 유배였답니다. 


이런 설명에 요즘 교도소처럼 좁은 방에 가두지도 않고 육체 고통을 주지도 않고 단지 멀리 보내는 것이 무슨 벌이냐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물론 육체적인 고통도 참기 힘들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자기가 살던 데서 계속 살지 못하는, 마음의 외로움이나 삶터의 고립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해하기에는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기는 합니다. 하하. 


그래도 고마운 것은 세상이 어느 정도는 공평하기 때문입니다. 편안하고 행복하면 좋기는 하지만,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 또한 다 나쁜 것만은 아니거든요. 유배지에서 외롭고 힘든 생활을 견디며 알게 된 삶의 진실들, 낯선 곳에서 배우고 터득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새로운 선물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17년 유배 생활 동안 나온 다산 정약용의 수많은 저작만 봐도 그 시간들이 엄청난 보물이었음을 알 수 있지 않는가요! 남해에 유배를 왔던 서포 김만중도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라는 빼어난 문학작품을 남겼습니다. 


유배문학관 앞마당 그네.


남해로 가는 버스에서 이런 설명을 들은 친구들은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신나게 미션 수행을 했습니다. 죄를 지으면 어떤 벌을 받았는지 직접 체험도 했습니다. 


곤장.


주리. 표정이 아주 '리얼'합니다.


유배지에서 그이들은 어떻게 삶을 꾸렸을까요? 방법은 여럿이었답니다. 땅을 얻어 농사를 짓기도 하고, 글씨를 써 주거나, 서당을 열거나, 본가에서 지원을 받거나, 아니면 동냥질을 해서 연명하기도 했습니다. 


중죄인에게는 울타리를 치고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위리안치라는 벌이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무척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습니다. 


유배문학관 미션 수행.


점심을 먹고는 이순신영상관으로 옮겨갔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장렬하게 전사한 노량해전 동영상을 3D로 봤습니다. 아이들은 열광했습니다. 만약 3D가 아니라 일반 영화·만화였다면 감동은 덜했을 것입니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효과가 다름을 실감하게 하는 영상물이었습니다. 


이순신영상관에서.


이순싱영상관에서.


친구들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 나왔습니다. '아~ 오늘 느낀 점은 쓸 내용이 많을 것 같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영상을 본 다음 간 데가 바로 옆에 있는 이락사랍니다. 이락사는 이순신(李) 장군이 떨어진(落=죽음) 곳을 기억하고 혼령을 모시는 사당(祀)이라는 뜻입니다. 관음포 바다에서 숨을 거둔 이순신 장군 시신이 육지로 처음 옮겨진 자리입니다. 


이락사.


방금 영상을 본 아이들이라 이락사가 좀 더 각별하게 눈에 담기는 모양입니다. 이리저리 살피는 아이들의 눈길이 무심하지 않습니다. 


오늘 소감글은 당연히 영상물에 대해서가 많겠구나 생각했는데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영상물도 좋았지만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알게 된 것이 많았고 보람도 있었다는 글들이 더 많았습니다. 


첨망대瞻望臺에서 이순신 장군 목숨을 잃은 바다를 바라보는 아이들.


아이들이 제일 귀찮아하고 재미없어 하는 두 가지가 바로 글쓰기와 역사 공부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역사탐방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 말미에 소감을 글로 쓰는 친구들의 적극성과 실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역사탐방을 하는 보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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