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식물·곤충 만지며 까르르, 자연에 흠뻑

김훤주 2015. 11.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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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동구밖 생태·역사 교실 8 

생태체험-김해 화포천~봉하마을 


느티나무·어울림·샘동네·회원한솔·옹달샘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더불어 떠난 이번 9월 19일 생태체험은 김해로 향했습니다. 김해에는 화포천 습지가 있고 옆에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이 있습니다. 


화포천 습지는 하천이 흘러내리면서 만드는 습지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답니다. 여기에는 노무현 관련 이야기도 스며들어 있습니다. 


2014년 3월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야생 황새가 날아온 적이 있습니다. 황새가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멸종된 상태였는데요, 일본서는 도요오카시가 민관 합동으로 50년 넘게 노력을 기울인 끝에 황새를 야생으로 복원해냈고, 그 1세대에서 태어난 암컷 새끼가 우리나라를 처음 찾았던 것이랍니다. 



화포천과 일대 들판은 그 황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으로 공인받았습니다. 황새는 가장 큰 멸종 원인이 농약이었는데 일본 그 황새가 가장 오래 머무른 데가 화포천 일대와 봉하 들판이었던 것입니다. 


양버들이 높은 키를 뽐내고 냇가에는 왕버들과 수양버들이 자라는 화포천에는 이미 억새와 갈대가 피어나 있었고 줄이나 부들도 자라나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자 곧바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서울에 남지 않고 자기가 난 지역에다 삶터를 차린 최초 유일 대통령이 됐습니다. 이런 노무현이 가장 먼저 손댄 일이 화포천 살리기였고 봉하마을 친환경생태농업이었습니다. 



일본에서 날아온 황새가 바로 이것을 알아봤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은 깨끗한 봉하 들판이 좋았던 것이고 화포천은 풍성한 먹이터였던 것입니다. 이 황새는 나중에 봉하마을을 찾아온 암컷 황새라는 뜻을 담은 '봉순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한림면을 거쳐 영강사 앞 화포천 습지 들머리에서 버스를 내렸습니다. 야외체험학습장에서 봉순이를 버무려 화포천과 봉하마을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습지 도전 골든벨!'을 했습니다. 문제를 함께 풀고 설명을 들으면 절로 습지와 화포천에 대한 기본 상식이 쌓이도록 구성을 했습니다. 


물이 어느 정도까지 차 있어야 습지라 하는지, 1년에 한 번만 젖어 있어도 습지라 할 수 있는지, 습지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국제협약이 무엇인지 등등을 재미있는 보기를 들어가며 풀어봤던 것입니다. 


철새들이 화포천 같은 습지를 찾아오는 까닭이 풍성한 먹을거리에 있다든지, 화포천을 찾는 겨울철새로는 오리·기러기 말고 고니와 독수리도 있다는 사실들을 재미있게 익히게 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이윽고 봉하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500m 남짓은 냇물과 함께했고 나머지 1km가량은 나락이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을 끼고 걸었습니다. 


아이들은 메꽃이랑 달맞이꽃·쑥부쟁이·구절초·여뀌 등을 마주하며 함박웃음을 머금었으며 강아지풀·수크령 같은 것을 꺾어들고 서로를 간지럽히기도 했습니다. 또 군데군데 튀어나오는 여치나 메뚜기와 곳곳에 그물을 쳐놓고 있는 거미 따위를 잡거나 살펴보면서 재미있어했습니다. 


야외체험학습장에서 습지 문제도 풀어보고.


뜻밖에 마주친 도마뱀은 환호성을 지르게 만들었습니다. 여럿이 애쓴 끝에 도마뱀을 손에 넣은 아이들은 꼬리를 만져보고 머리를 쓰다듬고 몸통을 건드리며 놀더니 얼마 안 가 이내 풀밭에다 풀어주고는 가던 길을 내처 걸었습니다. "도마뱀이 신기했어요!" "한 번 만져봤는데 이상하게 따뜻했어요!" 


봉하테마식당에서 점심으로 소고기국밥을 먹고는 봉하마을을 한 바퀴 둘러봤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생가에 들른 다음 고인돌처럼 평장을 한 무덤을 돌아봤습니다. 옛날에는 다 이런 식으로 가까이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갖고 집을 지었어요. 



지붕은 들판에서 나는 볏짚으로 이었고 기둥은 뒷산에서 많이 자라는 나무로 세웠고 바람벽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흙으로 만들었지요. 무덤은 노무현 대통령이 평소 사람들이 두루 고르게 사는 세상을 희망한 그 뜻을 따라 이렇게 평평하게 만들었답니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 판석에 적힌 글들을 살펴보는 모습.


이어서 그늘에 모여 오늘 하루 소감을 간단하게 썼습니다. 나중에 읽어보니 무덤과 죽음을 두고 쓴 글이 뜻밖에 많았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한 말이 없는데도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감수성이 덜 무뎌져 있는 모양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생가.


습지 생태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봉하마을도 한 바퀴 둘러보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나름 생각을 가다듬어 본 가을 들머리 맑은 날이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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