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6일 산에 갔습니다. 아들이 가고 싶다고, 가서 머리를 씻어내고 싶다 해서 나선 길입니다. 그러니까 2007년 5월 11일 이후로는 처음으로, 아들 덕분에 산을 오르내린 셈입니다.

제가 사는 창원의 봉림산도 다른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풀이 있고 나무도 있습니다. 풀과 나무에는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이어서인지, 꽃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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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입니다. 내려오는 길에 찍었습니다. 길섶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산나리라고 저는 아는데 주근깨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옆집 나이어린 여자아이 같다는 생각을 저는 합니다.

국민학교 시절 저보다 한 살 어린 ‘정미’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하마터면 제가 마음을 뺏겼을 정도로 아주 귀여웠습니다. 주근깨 하나 없어보이는 뽀얀 얼굴이었지만 웃을 때 가만 들여다보면 한둘이 눈에 잡히곤 했습니다. 나리가 꼭 그런 모습입니다.

싸리꽃도 피어 있습니다. 싸리나무는 어릴 때 무시무시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꺾어서 회초리로 삼아 쓰셨기 때문입니다. 아마 할아버지는 삽짝을 만드시고 남은 한두 가지로 회초리를 장만하셔서 사랑에 걸어놓으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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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에는 그 삽짝도 남아 있는데, 삽짝은 때로 대나무로 엮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나무 회초리 또한 싸리만큼이나 아픕니다. 싸리꽃은 또, 아까시꽃과 마찬가지로 벌들 꿀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를 한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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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나무 옆에는 자귀나무가 또 꽃을 피웠습니다. 자귀나무는 금슬이 좋은 가시버시를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누구 말로는 ‘자’는 데는 ‘귀’신 같은 나무라서 자귀나무랍니다.

꽃이 꼭 뽀얀 솜털 같은데, 해가 지면 이불을 꺼내 펴듯이 펼쳐져 있는 잎사귀를 곧바로 접어 버린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가꿔주지 않는 야생 자귀는 사람 자주 다니는 오솔길 옆 양지 바른 데 자리 잡는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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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두 말 하면 잔소리입니다. 고맙고 예쁩니다. 어린 시절 산딸기 따러 산에 올라갔다가 길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산 아래 펼쳐진 고을은 빤히 보이는데 내려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산딸기에 꾀어 보낸 한 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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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도 있고 개망초도 있습니다. 개망초는 이름보다 꽃이 예쁩니다. 누군가 어여쁜 꽃을 보고 시새움을 하느라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묵정밭에 가장 먼저 자리잡는 풀 가운데 하나가 이 녀석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이름만 나무랄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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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찔레도 있습니다. 찔레를 두고 우리 아들이 “어, 찔레는 붉은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했습니다. 우스웠습니다. 그래 제가 “찔레, 가시, 찌르다, 피, 붉다”, 이랬더니 아들은 “그런 연상(聯想) 작용은 없었고요.” 했습니다.

“그러면 노래 때문이냐?” 했더니 “그렇네요, 그런 노래가 있네요. 학교에서 배웠어요. 음악 선생님이 ‘찔레꽃 붉게 피이는 남쪽 나라 내 고오향’ 노래를요, 가르쳐주셨어요.” 했습니다.(그러면서 노래 이전에도 붉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까닭은 모르겠다 했습니다.)

철 지난 유행가를 가르치다니 참 별난 선생님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까지 곁들였답니다. “졸업하고 술집 가서 이 노래 부르면 명문 고등학교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또 이 노래 말고 다른 유행가도 가르쳐줬답니다. 즐겁지는 않았답니다.

어쨌거나 찔레는 하얗습니다. 붉은 찔레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찔레가 붉은 줄 압니다. 엉터리 노래 한 곡 때문입니다. 이 정도는 그래도 그냥 넘어가 주는 이른바 ‘시적(詩的) 허용’이라 여겨줄 수 있는 거짓부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참을 수 없는 가사가 들어 있는 노래는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꾼 노래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여름에 나무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 줍니다.”고 합니다. 이 노래는 동요이기 때문에 저는 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여름에 나무를 하는 나무꾼은 없습니다. 가을이나 겨울에 나무를 합니다. 여름 나무는 물기가 많아서 잘 베어지지도 않습니다. 말리기도 어렵습니다. 결정적으로는, 나무를 해도 팔아먹을 데가 없습니다. 절절 끓는 여름에, 도대체 어떤 얼 나간 이가 나무를 사겠습니까?

그러니까 이 가사는, 나무꾼이 사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관심도 없고 애정도 없는 한 사람이 그냥 방구석에 앉아서 사람들 먹고사는 문제에는 아무 관심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지어낸 구절일 뿐입니다.

아들 현석이랑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진도 찍으면서 한 두어 시간 잘 보냈습니다. 내려와서는 흐르는 샘물을 한 바가지 얻어 마시기도 하고 흐르는 냇물에 땀을 씻어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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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내리는 데 성과를 따질 필요가 무엇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우리 고3 아들에게 머리가 시원해지는 보람은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찔레는 붉지 않다.’, ‘여름에 나무를 하는 나무꾼은 있을 수가 없다.’는 사실까지도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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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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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 실비단안개 2008.07.07 14: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올 해는 아직 해당화를 제대로 담지를 못했습니다.
    지난해 해당화와 올 해 담은 찔레꽃을 엮인글로 드릴게요.
    붉은 찔레는 지역에 따라 해당화를 말하기도 합니다.
    또 연분홍찔레가 있구요 -

    지금 외출이라 - 3시 마을버스 -
    더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습니다.^^

    • 맑음 2008.07.07 17: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노무현이 저지른 비리와 한나라가 저지른 비리, 노무현이 미국 똥꼬 핥는 짓과 이전 정권이 미국 똥꼬 핥는 짓, 정당한 시위에 대한 노무현의 폭력 진압과 이전 정권의 폭력 진압을 놓고 이중 잣대를 갖다 대는 이유가 뭐냐는 내 질문에 아직도 답을 준비하지 못했니?
      이번에도 이 질문에 또 욕설로 대응할 거니?

  2. 소라빛향기 2008.07.07 16: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찔레꽃 (Rosa multiflora)요약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활엽 관목.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활엽 관목. 높이 1∼2m. 갈고리모양의 가시가 있으며 가지 끝이 밑으로 처진다. 잎은 어긋나며 5∼9개의 작은잎으로 구성된 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길이 2∼3㎝의 타원형 또는 거꿀달걀꼴로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으며 뒷면에 잔털이 있다. 꽃은 5월에 흰색 또는 연한 홍색으로 피는데 지름 2㎝ 정도의 꽃이 가지 끝에서 원뿔차례로 달린다. 꽃잎은 5개로 거꿀달걀모양이고, 꽃받침조각은 바소꼴인데 뒤로 젖혀지면 안쪽에 털이 밀생한다. 열매는 수과(瘦果)로 지름 8㎜ 정도의 구형인데 9월에 빨갛게 익는다. 유사종으로 잎과 꽃차례에 털이 많은 것을 털찔레, 작은잎의 길이가 1∼2㎝이고, 꽃이 작은 것을 좀찔레, 턱잎의 가장자리가 거의 밋밋하고 암술대에 털이 있는 것을 제주찔레, 또 제주찔레와 비슷하지만 꽃이 빨갛고 턱잎에 톱니가 있는 것을 국경찔레라고 한다. 꽃은 향기가 좋아서 향수의 원료로 사용하고, 한방에서는 열매를 영실(英實)이라고 하여 덜익은 열매를 말려 이뇨·부종·변비·해열·해독제 등의 약재로 쓴다. 산기슭의 양지쪽과 하천 유역에서 자란다. 한국·중국·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야후 사전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그 작사가는 위에 나오는 국경찔레라는 것을 가리켜 쓰지 않았을까요?
    음.. 그리고 여름이라도 끼니를 해묵을라문.....
    어렷을적 듣기에 1년365일 불씨를 유지해야하고 혹여 꺼뜨리는 날엔 엄청 야단맞았다고 하던데요...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나무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ㅎㅎ;;;
    오지랖이 넓어 죄송 .....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07.07 16: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 아주 폭을 좁혀 엄밀하게 말하자면 붉은 찔레는 없다는 제 표현이 맞지만, 우리 일상에서 하는 식으로 하면 제 표현이 지나치고 틀렸군요.

      종명(학명=Rosa multiflora) 찔레는 꽃이 분명 흰 색이지만 비슷한 다른 것들 가운데는 붉거나 분홍빛인 꽃들이 그래 있네요.

      그런데, 들이나 산에서 흰 색 말고 다른 빛깔 찔레를 본 기억이 제게는 실제로 없기도 해서리......

  3. Favicon of http://daum.net/ 진달래능선 허판호 2008.07.11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름에 나무를 하기도 한 답니다.
    제가 1958년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동네 형들 따라서 뒷산으로 나무하러 다녔는데
    7.8월에는 벼가 어느 정도 자란 뒤라서
    높은 산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올라가서
    하루 종일 풀과 나무를 베어서 마르라고 두었다가
    2.3일 지난 뒤에 잘 마르면 묶어서 짊어지고 집에와서
    비에 젖지 않도록 잘 쌓아 놓고 필요할 때에는
    가져다가 불을 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여름에 나무를 하는 사람이 없지만
    1950년대에는 일년 내내 나무를 하러 다니기도 했었지요.
    농사 일로 바쁜 시기만 빼놓고서는 말입니다.

    그리고 찔레꽃 노래는 저도 의문을 가졌는데
    장미꽃 종류 중에서 찔레꽃처럼 생긴 붉은 꽃을
    중국 북경에 갔을 때 보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아마도 그런 꽃을 보고 같은 찔레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하였답니다.

  4. 바른세상 2014.04.30 2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붉은찔레꽃도 있답니다. http://m.agoranews.kr/articleView.html?idxno=334 저도 노래가사가 궁금해서 지금 찾아보니까요. ^^ 저도 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5. 장두찬 2015.12.14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붉은찔레꽃 전남 해남 자연산을 구해서 키우고 있습니다. 묘목도 있구요, 덩굴이고 꽃은 환상적입니다. 전화주시면 카톡으로 사진보내드리겠습니다. 010-3838-5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