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요즘 학교, 요즘 선생, 요즘 아이

김훤주 2008. 6. 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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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아이-그냥, 개기고 본다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 한 중학교 여자 교실입니다. 점심시간을 앞둔 4교시에 일어난 일입니다. 선생님 강의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평소에도 선생 말 잘 안 듣기로 호가 난 학생입니다.

선생님은 수업 좀 똑바로 받으라고 돌리고 있는 아이 등짝을 탁 때렸습니다. 그랬더니 이 아이 “왜 때려요!” 한 다음, “앞으로 선생이라 불러주나 봐라!” 했답니다. 그러면서 자리를 박차고 교실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 수업 맡은 선생처럼 만만해 보이는 선생한테는, 반말도 예사로 하는 아이랍니다.

교실에서 나가 들어오지 않아 버리면 오히려 좋을 텐데, 이 아이는 선생 골탕 먹이느라 그랬는지 줄이어 교실을 들락날락거렸습니다. 그러니까 이 아이랑 평소 잘 지내던 다른 아이 몇몇도 함께, 교실 안팎을 오갔습니다.

나오면서 웃고 떠들고, 교실 바깥 복도에서 웃고 떠들고, 교실 문 여닫을 때 웃고 떠들고, 때로는 들어와서도 웃고 떠들고 했답니다. 선생은 완전 무력해져 버렸고 수업은 제대로 됐을 리가 전혀 없을 것입니다.

2. 요즘 선생-먼저, 때려 놓고 본다
이렇게 들락거리는 장면을, 복도에서 다른 한 선생님이 봤다고 합니다. 그래 수업 마치는 종이 울리자마자 해당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 시간에 교실 안팎을 들락거렸던 아이 여럿을 불러내 때렸습니다.

지켜본 아이들 말로는 상당히 호되게 때렸답니다.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고, 머리와 얼굴을 손으로 세게 쥐어박고, 아이 가슴께를 힘껏 밀쳐 뒤쪽 벽에 가 부딪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선생의 같은 동작이 여러 차례 되풀이됐습니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른 아이들 점심 먹는 동안 이 아이들은 교무실로 끌려가 줄곧 벌을 받았습니다. 이 아이들은 점심을 못 먹었습니다. 그러고도 모자라 5교시 마치고 쉬는 시간, 6교시 마치고 쉬는 시간에도 불려가 벌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은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습니다.

3. 이어지는 상황-보호자 항의전화, 선생의 치졸한 수색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남도민일보 자료 사진

아이는 집에 가서 자기가 당한 얘기를 어버이에게 했습니다. 어머니가 학교에 항의전화를 했습니다. 당연히 아이를 때린 선생에게도 영향이 미쳤을 터입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때리는 일이 있은 며칠 뒤 선생이 아이를 찾아왔습니다.

찾아와서는 아이 책상과 가방 따위를 뒤졌습니다. 알다시피 학교는 예나 이제나 금지 물품이 많지 않습니까? 담배에서부터 여자아이들 같으면 마스카라라든지 색깔 있는 머리핀이라든지……. 그리고 손전화도 학교에서는 보관시켜야 한답니다.

그런데, 선생이 뒤졌는데도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선생이 못났는지 아이가 대처를 잘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실랑이 끝에 선생이 아이더러 “엄마한테 얘기했지? 내가 언제 너 머리카락 잡아당겼냐?” 그랬답니다. 머리를 세게 집어 당기는 모습은 반 아이들이 다 본 사실인데, 선생은 이리 말했답니다.

제가 들은 앞뒤 사정은 이렇습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우리는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둘 다 그르다거나 둘 다 옳다고 해도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옳고 그르고를 따질 계제가 아닌 것인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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