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다랭이마을 이팝나무꽃은 이미 졌겠지만

김훤주 2014. 6.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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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창원교통방송 ‘라디오 정보 교차로’에서 했던 여행지 소개 방송 원래 원고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남해로 초청해 봅니다.

 

풍경이 아름다우면서도 호젓한 길, 주변 자연과 아주 잘 어울리는 멋진 마을, 이에 더해 세상사는 사람들 속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나들이길입니다. 남해 가천 마을과 홍현 마을이 그렇고요, 이 두 마을을 이어주는 도로와 그 도로를 걸으면서 만나지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남해 바래길 가운데 아름답기가 으뜸인 코스로 더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가파른 언덕배기에 다닥다닥 붙은 집과 모자라는 농지 확보를 위해 층층이 올린 다랭이논, 마을 이름조차 다랭이마을인데요, 크고 잘 생긴 암수바위와 임신해 배 부른 여자 바위가 대표입니다.

 

가천마을 들머리에서, 봄철에 눈을 뒤집어쓴 이팝나무.

 

마을 아래 있는 조그만 바다도 예쁘장한데, 산책로까지 잘 만들어져 있어 쉽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날씨가 더 더워지면 거기 물에 들어가도 괜찮습니다.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바다를 제대로 전망할 수 있는 벤치 따위도 갖춰놓았고 담벼락에 그려넣은 이런저런 벽화들도 천박하지 않고 상스럽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인기를 끌게 되면서 예전에는 구멍가게조차 없었으나 지금은 밥집 술집이 여러 군데 생겼습니다. 해물파전 두부김치 유자잎동동주 따위들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멋진 풍경을 누리며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

 

가천마을 앞머리 조그만 바다.

 

이어서 걷는 길은 가천 다랭이마을만큼이나 멋집니다. 거슬러 나와 오른쪽으로 아스팔트도로에서 들어서면 홍현마을로 갈 수 있습니다. 2km 남짓인데요 처음 시작은 조금 오르막길이지만 한 모랭이만 돌면 거기서부터는 곧바로 내리막길입니다.

 

길도 편하고 풍경도 아주 편합니다. 바다에는 몇몇 섬과 배가 둥둥 떠 있습니다. 이어지는 해안은 철썩이는 파도와 바위가 조화를 이룹니다. 아직 뽑지 않은 마늘은 비탈진 밭에서 줄지어 선 채 잘도 자랍니다.

 

도로 곳곳 이쪽저쪽 간혹 나타나는 낙서들은, 여기 길을 걸었던 이들이 무슨 사연이었는지 살짝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물론, 이렇게 걷는 내내 오른쪽 바다에서는 줄곧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렇게 해서 만나는 홍현마을이 요즘에는 더 뜨고 있습니다.

 

가천마을과 홍현마을 이어주는 도로 담벼락에 적힌 사랑 표시. 저 사랑이 지금도 사랑으로 남아 있을까요?

 

물론 마을 규모는 홍현이 예로부터 가천보다 컸습니다만, 유명하기로는 홍현이 당하지 못했었습니다. 홍현(虹峴)이 우리말로 하면 무지개마을쯤이 되는데요, 가천 마을에 없는 것이 여기는 많습니다.

 

어선들이 드나드는 어항도 있고 바위를 쌓고 물고기를 가둬 잡는 석방렴, 그러니까 우리말로는 독살이라 하는 데도 두 개나 있고 쇳소리 내며 물질하는 해녀도 있습니다.

 

방조림과 독살이 나란히 보입니다.

 

물질하는 해녀 오리발.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는 방조림도 있어서 마을을 통째로 둥그렇게 감싸안았습니다. 마을에다 안정감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입혀주는 멋진 마을숲입니다. 가천 마을은 조그맣고 또 언덕배기에 들어서 있어서, 이런 마을숲을 입힐 데도 없었고 입힐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걸리는 시간은 이렇습니다. 가천 마을에서 40분 안팎, 길을 걷는 데 30분 정도, 홍현마을 둘러보기 적어도 1시간.

 

길 따라 걸으면서 본 풍경. 오른편 마늘밭에서 왼편 홍현마을로 사람 셋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옛날 홍현마을에는 구멍가게밖에 없었지만 이렇게 뜨면서는 밥집 술집이 들어섰습니다. 마을 차원에서 운영하는 데도 있습니다. 그러니 막걸리 한 잔 못 걸치거나 밥 때를 놓치거나 할 까닭은 전혀 없습니다.

 

이번 나들이는 자가용 자동차를 몰고 가도 좋고, 남해읍버스터미널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가셔도 좋습니다. 가천행 군내버스는 자주 있는데 시설이 시외버스 수준으로 뛰어납니다. 자가용이 아니다 보니 여러 군데 들르는 데가 많아 1시간가량 걸리지만, 버스에서 보는 사람 풍경은 썩 괜찮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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