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투표시간 보장 안하면 과태료가 1000만원

김훤주 2014. 5.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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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에서는 사전투표제가 전면 도입이 됩니다. 5월 30일(금)과 5월 31일(토)에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든지 전국 아무 읍·면·동 사무소에 가서 투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자기 주민등록이 어디에 돼 있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자기 주민등록이 돼 있는 읍·면·동사무소에서도 미리(사전) 투표를 할 수 있고,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다른 읍·면·동사무소에서도 마찬가지 할 수 있습니다.

 

투표일이 6월 4일 하루뿐이 아니고 3일로 늘어난 셈이고 그런 만큼 투표권 보장 수준이 높아진 셈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노동자의 사용자에 대한 투표 시간 청구권도 새로 마련됐습니다.

 

모든 사진 출처는 선거관리위원회.

 

이전 선거법은 제6조(선거권 행사의 보장) ③에서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가 선거인명부를 열람하거나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아니한다."고만 해 놓았었습니다.

 

누가 보장해 줘야 하는지 의무 주체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벌금·과태료 또는 징역 같이 어기면 처벌하는 규정도 없어 선거관리위원회조차도 "이를 제대로 지키는 회사가 많지 않았다"고 자백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올 2월 13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에서는 제6조의2(다른 자에게 고용된 사람의 투표시간 보장)를 신설하고 "① 다른 자에게 고용된 사람이 사전투표기간 및 선거일에 모두 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고용주에게 청구할 수 있다.

 

② 고용주는 제1항에 따른 청구가 있으면 고용된 사람이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보장하여 주어야 한다. ③ 고용주는 고용된 사람이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선거일 전 7일부터 선거일 전 3일까지 …… 알려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아울러 제261조(과태료의 부과·징수 등)에 "③ ……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상에 "투표시간을 보장하여 주지 아니한 자"를 포함시켜 강제성까지 띠었습니다. 그러니까 투표에 필요한 시간을 청구했는데 거절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 당사자가 아니라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고, 선관위에서 사실이 확인되면 곧바로 과태료가 최고 1000만원이 매겨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비슷한 규정이 있는데도 여태 잘 지켜지지 않았으니 공직선거법에 해당 조항을 둔다고 지켜지겠느냐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0조(공민권 행사의 보장)가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고 했고, 이를 어기면 제110조(벌칙)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규정해 놓았습니다.

 

별 차이가 없습니다. 굳이 따져본다면 공직선거법은 선관위가 다루고 근로기준법은 고용노동부가 다루는 만큼, 그 규율하는 신속성이나 책임감이 고용노동부보다 선관위가 좀 더할 수는 있겠습니다.

 

근로기준법 해당 조항은 어기면 '벌금'이 1000만원 이하이고 공직선거법은 '과태료'로 돼 있는 점도 다릅니다. 벌금은 전과 기록이 남고 과태료는 그렇지 않은 점을 들어 벌금이 더 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는 과태료가 훨씬 세다고 저는 봅니다. 과태료는 선관위 판단만으로 바로 내려지지만, 벌금은 기소 절차를 거쳐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하거든요.

 

적용 대상도 훨씬 넓어졌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제11조(적용 범위) ①에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됩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상시 고용 인원이 4명이기만 하면 투표할 시간을 보장해 주지 않아도 처벌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 투표권 보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정규직이라기보다는 비정규직인데, 공직선거법은 근로기준법과 달리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고용 규모가 5인 이상이든 4인 이하이든 가리지 않고 규율하면서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또다른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선관위에서 신고하지 않아도 알아서 조사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든 제3자든 신고가 있어야 조사하고 처벌하니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 또한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권리 위에서 잠자는 사람은 절대 보호받지 못하는 법입니다.' 눈치가 보이거나 인간관계가 불편해진다고 '찍' 소리 못하면, 평생 옹졸하고 비굴하게 살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자기 입에다 밥 떠넣어 주지 않습니다.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있어봐야 홍시가 들어가 주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앵앵거릴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고 그렇게 앵앵거렸을 때 곧바로 바로잡아 주고 토닥토닥거려 줄 수 있다면 좋은 법률 괜찮은 제도라고 해야 하지 싶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에서 노동자의 사용자에 대한 투표 시간 청구권을 보장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물리는 조항을 신설한 것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 전진'이라 할 수 있겠다고 저는 봅니다.

 

5인 이상 고용 사용자에서 다른 사람을 고용한 모든 사용자로 적용 범위가 넓어진 점, 법원까지 갈 것 없이 선관위 자체 판단만으로도 곧바로 최고 1000만원까지 금전적 불이익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그렇습니다.

 


게다가 아직은 선언적이기만 하지만, '노동자에게 투표 시간 청구권이 있다는 사실'을 선거일 전 7일부터 3일까지 닷새 동안 알리도록까지 해 놓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삼아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5월 30일(금)과 31일(토) 이틀 동안 사전투표를 할 수도 있고, 단 한 사람만 비정규직으로 고용했다 해도 노동자가 청구한 투표 시간을 보장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1000만원까지 물리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용자 눈치가 보여서'를 비롯해 이런저런 불이익을 핑계로 노동자가 투표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앞으로도 언제나 투표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투표 시간은 사전투표일도 당일 투표일도 모두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로 똑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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