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물과 땅과 농사에서 무엇이 가장 먼저일까?

김훤주 2014. 5. 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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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으로 농업·환경 살리는 흙사랑 조정래 대표

 

흙사랑 영농조합법인 조정래 대표의 얘기를 듣다 보니 그이 지난 삶들이 여태껏 우연처럼 흘러온 것만 같지만 실은 어느 한 곳을 겨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그 지나온 삶의 갈림길들이 어땠는지를 들으면 들을수록, 일부러 골라잡지는 않은 듯한데도 방향은 EM 쪽으로 잡혀 있는 것이랍니다.

 

EM(Effective Micro-organisms)은 유용미생물·착한 미생물로 번역되는데, 일본 류큐대학 농학부 히가데루오 교수가 1983년 토양 개량과 자연·유기농업에 이용하려고 개발한 미생물 자재를 일컫는 말이라 합니다.

 

 

경남EM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조정래 대표는 1956년 마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창원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합니다. 부모는 함안군 함안면 강명리 강주마을에 거처하면서 농사를 짓고 있고요. 조 대표에게는 어릴 적부터 부모를 도와 농사를 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기능직으로 들어갔습니다. 1998년 IMF 때문에 그만두기 직전에는 마산 석전동에 있던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소장을 하고 있었답니다. 번듯한 대기업이기는 하지만 기능직으로 입사해서 번듯한 대기업에서 관리직으로 한 지역을 책임지는 자리에까지 올라간 것인데, 그게 쉽지만은 않았겠다 싶습니다.

 

“IMF를 맞아 회사에서 통·폐합을 하면서 부서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만뒀지요. 당시 딸 둘이 제각각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나와서 보니 다른 데 다시 취직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귀농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고향 함안에서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있었으니까, 또 연세가 일흔이 돼 있었으니까…….”

 

마흔다섯에 4년제 대학 생물학과 진학

 

이 때 조 대표는 창원대학교 야간학부 생물학과에 입학하는 선택을 합니다. 본인으로서는 나름대로 합당한 선택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금은 이상하고 엉뚱한 선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귀농을 하겠다면서, 졸업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4년제 대학에, 그것도 농업과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전공을 골라잡았기 때문입니다.

 

EM농장에서 감자를 거두는 조정래 대표(주황색 윗옷).

 

“중학교 다닐 때 교과 과목으로 ‘농업’을 배웠습니다. 옛날에는 하우스 이런 것 없고 관행농업밖에 없었거든. 다른 농법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 중학교 때 농업 시간에 배운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미생물을 갖고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은 듣고 보고 해서 옛날부터 알고 있었거든, 거름을 삭혀서 썼는데 그게 발효였던 것이고 발효가 곧 미생물의 작용인 것이지요. 발효한 거름, 그러니까 잘 삭힌 거름을 쓰면 농사에 도움이 되지만 그냥 생짜배기 거름을 쓰면 오히려 해롭습니다.

 

그래서 생물학과에서 미생물을 전공하면서 배운 지식을 갖고 농사를 짓는 데 쓰면 좋겠다, 생각을 한 거지요.”

 

조정래 대표 마흔다섯 살 되던 해였습니다. 정식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치렀답니다. 밤에는 학교에 낮에는 이른바 ‘보험 장사’를 했습니다. 보험설계사를 하면 대부분 처음에는 아는 사람들이 도와주지만 시일이 흐르면 수입이 줄어들기 마련이었습니다.

 

조 대표도 그랬습니다. 아내가 따로 벌이를 했고 조 대표 벌이는 본인 생활비와 학비로 나갔다고 했습니다.

 

“지금 솔직하게 말하자면 생물학과에 들어갔지만 건성으로 다닌 것은 맞습니다. 술도 많이 마시고요. 하지만 지금은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 때 배웠던 것이 말씀입니다. 나중에 EM을 접하게 됐거든요.”

 

함안 한 시골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얘기하는 조정래 대표.

 

EM을 만나 뒤늦게 빛 본 생물학 전공

 

조 대표는 창원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에도 원래 계획과는 달리 귀농을 하지 않았습니다. 본인 말대로라면 당시에는 고향 마을에 계시는 두 분 부모께서 건강해 당신들 힘만으로도 충분히 농사를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그러다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아버지는 지금 완치 상태지만 두 차례나 크게 병치레를 했고 어머니 또한 성한 상태는 아니라 했습니다. 상조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만두고 고향에서 농사지을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 대표는 농사를 위해 미생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알아보게 됐는데 이 때 인터넷에서 아주 유익한 정보를 얻었던 것입니다.

 

“제주도에 있는 사단법인 EM환경센터 이사장인 이영민 선생님하고 만남이 됐습니다. 제가 앞서 대학에서 배웠던 것과 환경센터 EM하고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는 중에 EM으로 농사를 지으면 농산물의 한계를 돌파한다,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보통 1헥타르에 쌀 600kg이 나면 잘 나왔다 하는데 여기는 보니까 1200kg로 돼 있더라고요.

 

바로 제주도로 날아가서 사흘 동안 교육을 받았습니다. 연세가 여든이신데 50대보다 정열적이십니다. 하루에 8시간 교육을 하는데, 밥 먹는 시간 말고는 노는 시간도 없고 자리에 앉는 시간도 없습니다.

 

발효하는 기술을 배우는데, 이영민 선생님 가르쳐주는 내용이 제가 농사에 적용하려는 데에 딱 맞는 설명이더라고요. 농업에 대해서만 전문으로 강의하는 분이셨습니다.

 

이영민 선생 강연 모습. 주황색 윗옷이 조정래 대표.

 

교사 출신으로  환경 분야에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이고, 일찌감치 해로운 농약 안 쓰는 농업에 몸바쳤는데, 귀결점이 EM이 됐습니다. 지금도 EM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작물에 따라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 전화를 걸어 묻곤 합니다.

 

이영민 선생은 자연계에서 우리 인간과 공생하는 여러 좋은 미생물 가운데 한 다섯 가지를 선택해서 복합 배양을 합니다. 이것 갖고 농사를 지으면 작물 생장 속도도 빠르고 단맛도 많아지면서 수확량까지 많아지더라 하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EM은 원래 일본 교수가 처음 개발했는데 이영민 선생이 그 교수한테 배웠습니다. 아들 이창홍 EM환경센터 이사는 대학 물리학과 출신인데 그 일본 교수한테 배우려고 유학을 갔다왔습니다. EM농법은 아버지 이영민 이사장이 보급하고, 이창홍 이사는 EM의 환경·산업 활용 방안을 개발합니다. 서로 잘 어울리는 부자 사이지요. 하하.”

 

농업·환경 모두를 위해 땅부터 살려야

 

도랑 살리기를 위해 EM흙공을 던져넣는 현장에서(푸른색 반팔옷).

 

제주도에 사는 사단법인EM환경센터 이영민 이사장과 만난 일은 조 대표에게 EM을 경남 지역에 보급해 보자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고, 이는 흙사랑 영농조합법인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농가 소득 향상과 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 해 보니까 농산물 가격이 너무 없습니다. EM을 농작물에 쓰면 분명 효과는 있습니다만, 그렇다 해서 그 효과로 얻을 수 있는 소득이 크게 나지 않다 보니까, 보통 농사짓는 사람들이 애써 찾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경 쪽으로 돌려보자, 생각을 했고 그래서 EM을 갖고 농업과 환경을 같이 묶어서 사업을 하면서 경남EM센터를 새로 설립했습니다.”

 

조정래 대표는 환경이 농업이고 농업이 환경이라 여기며 삽니다. EM으로 농사를 지으면 거름과 농약을 적게 써도 농사가 잘 되니까 돈은 적게 들면서 병충해는 줄어듭니다. 그러니 땅은 절로 살아납니다.

 

땅이 산다는 것은 옥토가 된다, 땅이 기름지게 된다는 말입니다. 옥토냐 아니냐는 그 땅에 사는 미생물이 많으냐 적으냐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미생물이 없으면 땅은 굳어서 단단해지는 것이지요. 죽은 땅인 것입니다.

 

 

“‘떼알’ 구조라 하는데요, 미생물이 많이 활동하는 땅은 단단히 엉겨 있지 안고 성깁니다. 토질 구조가 바뀝니다. 그러니까 물이 잘 스며들고 작물의 뿌리 썩음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생장에 도움이 되는 공기 속 질소가 그런 구멍을 통해 스며드니까 자라는 속도 또한 상당히 빠릅니다. 또 퇴비를 주고나도 미생물 활동 덕분에 개스 장애도 적어집니다.

 

이렇게 땅이 되살아나면 농사뿐 아니라 환경도 좋아집니다. 지금 관행농업 탓에 딱딱하게 굳어 있는 땅에서는 내리는 비가 스며들지 못하고 그대로 지표면에서 흙탕물로 흘러갑니다.

 

혼자만 흘러가지 않고 갖은 농약이나 퇴비 성분을 달고 내려갑니다. 바로 하천 오염입니다. 이렇게 흘러들어간 농약·퇴비 때문에 하천에 잡초들이 또 우북하게 웃자라고요.

 

반면 떼알 구조가 돼서 살아 있는 땅은 비가 와도 밭이나 논에 물이 도랑으로 바로 내려가지 않고 땅으로 스며들고 저 아래 낮은 하천 부분에서 다시 스며나옵니다. 그러니까 하천 물이 항상 맑습니다.

 

비가 오는 그때만 흙탕물입니다. 또 토양이 이렇게 물을 머금어 주니까 가뭄이 들어도 걱정이 덜하고 홍수가 나도 그 정도가 적습니다.”

 

손수 기른 감자들 거두러 나온 어린아이들.

논밭에서 짓는 농사 말고 축산에도 EM이 좋다고 조 대표는 말합니다. EM의 효능을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나쁜 미생물의 증식을 막아주고 발효를 촉진한다, 입니다. 쓰는 방법도 까다롭거나 귀찮지 않습니다. 그냥 뿌려주기만 하면 된다, 입니다. 거름에 뿌리고 사료에 뿌리고 가축들 똥·오줌에도 뿌리고…….

 

“큰 강을 살리려면 국토의 실핏줄 도랑을 먼저 살려야 합니다. 그런데 소·돼지·오리 등 가축 키우는 농장은 농촌 골짜기 곳곳에 있습니다. 비 많이 오면 축산폐수 일부러 내려보내기도 실수로 넘쳐흐르기도 합니다.

 

평소에 EM을 뿌리면 악취가 사라지거나 줄어들고 물기를 날려보내는 속도도 빨라져서 덜 질척거립니다. EM을 사료에 쓰는 경우도 원리가 같습니다. 잘 발효된 사료는 흡수율이 높아집니다. 흡수율이 높아지면 같은 분량을 먹여도 가축이 더 잘 자라게 됩니다. 한 10% 정도.

 

EM을 뿌려준 젖소농장의 바닥. 질척거리지 않습니다.

 

이런 효과를 함안군과 창원서부 농업기술센터에 잘 얘기해서 돼지 키우는 농가를 위해 1주일에 1톤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지어 가동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배양된 EM활성액을 농가에서는 200대1로 물에 희석해 뿌리기만 하면 됩니다.

 

또 저희와 함께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통영·거제만 빼고 모두 이런 식으로 EM을 농가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EM을 써서 기름값도 줄일 수 있습니다. 겨울철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을 때 안에다 EM을 뿌려만 줘도 난방비를 10~15% 정도 줄어든다는 얘기입니다. 까닭이 궁금하시죠? 하하. 미생물이 활성화되면 그 자체에서 열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오만 데에 다 좋은 것이 바로 EM입니다.”

 

몸소 농사 지어 EM 효능 알리고

 

그런데도 일반 농가에서 EM을 쓰는 경우가 아직은 그리 많지 않는 현실입니다. 꾸준하게 계속 써줘야 효과가 나는데, 조금 써보고는 효과가 없다면서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 대표가 함안 고향에서 EM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로 백날 떠들어봐야 한 번 제대로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못할 테니까 말입니다.

 

 

“논 2000평 밭은 600평 농사를 짓습니다. 밭농사는 집에서 먹는 것밖에 안 하고요. 고시히카리를 EM농법으로 농사짓는데요, 생산량이 두 배로 납니다.

 

고시히카리라는 품종은 쌀맛이 좋지만 기르기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비료는 말만 해도 쓰러집니다. 대가 약한 반면 열매는 많기 때문입니다.

 

농약도 못 칩니다. 요즘은 농협에서 비행기로 농약을 뿌리는데 다른 논에서 자라는 벼에 농약을 치는 시기에 고시히카리는 꽃이 핍니다. 꽃필 때 농약을 치면 결실을 못하니까 농약을 치고 싶어도 못 칩니다.

 

경기도 이천에서는 많이 심는데 남쪽에는 이 품종이 잘 안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EM농법으로 성공했습니다. 고시히카리쌀은 일반쌀보다 값이 두 배입니다. 게다가 EM농법으로 하면 같은 고시히카리라도 일반 농법보다 또 값을 더 쳐줍니다.

 

인터넷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주대학교 EM농법 고시히카리가 20kg에 16만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일반쌀은 고작 5만원 하는데 말입니다. 몇 년 전부터 이렇게 고시히카리 농사를 짓고 있는데 제게 종자를 좀 달라는 가구가 세 군데 생겼습니다. 이런 식으로 넓혀나가는 것이지요.”

 

 

일상 생활에도 이로운 EM

 

조 대표는 일상에서도 EM은 좋은 효과를 낸다고 말합니다. 살갗에 바르면 아토피가 완화된답니다. 가렵거나 모기한테 물린 데에도 바르면 가렵지 않게 된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샴푸 같은 세제에는 몸에 안 좋은 환경물질이 들어 있는데, 여기에다 EM을 섞어 쓰기만 해도 환경물질의 나쁜 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거품은 줄어들고 반면 세정력은 높아집니다. 비듬은 한 번만 써도 없어지고 발에 발라주면 무좀도 없어진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쌀뜨물에 발효해 창문 방바닥 전자제품 등을 닦아주면 먼지가 앉지 않습니다. 세차하는 물에 EM을 섞으면 황사나 송화가루가 묻지도 않습니다. 먼지나 꽃가루 따위가 들러붙도록 작용하는 정전기 현상을 막아주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좀더 많은 사람, 좀더 많은 기관·단체에 좀더 많이 보급하고 싶습니다.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EM 보급 사업을 하면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정도 수입은 생기거든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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