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도민준 떨어진 장사도만큼 동백이 멋진 곳

김훤주 2014. 3. 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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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부터 창원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을 하게 됐습니다. 무슨 ‘여행 코치’라면서, 우리 경남에 있는 가 볼만 한 데를 금요일마다 오후 5시 40분 어름부터 5분 남짓 소개하는 일입니다. 이번에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철에 걸맞게 동백꽃을 잘 구경할 수 있는 데를 올렸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고요~~ 그 자회사로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해딴에’는 탐방과 기행, 마을 만들기, 도랑 살리기, 자원봉사와 여행의 결합, 스토리텔링콘텐츠 개발·제작 같은 일을 잡다하게 하고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애청자들의 여행 코치가 돼 주실 텐데 어떤 각오로 임해주실 건가요?

 

공곶이 동백터널. 가을에 찍은 사진이라 꽃은 없습니다.

 

<즐거운 라디오> 애청자 여러분께 우리 경남의 좋은 여행지를 나름 열심히 소개해 드릴 텐데요, 무슨 ‘코치’라기보다는 동반자 또는 동행 가운데 한 명이라는 생각으로,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면 얼마나 더 좋은지 이런 말씀들 한 번 드려볼까 합니다. 같은 지역 같은 문화재라도 어떤 자세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거기서 받는 느낌이 상당히 달라지거든요.

 

#그렇지요. 오늘은 첫 시간인데 우리 지역 어디로 여행을 떠나보나요?

 

예, 계절이 계질인 만큼 오늘은 동백꽃을 잘 볼 수 있는 데 거제 이곳저곳을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어제 끝마쳤지요? 김수현과 전지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말씀입니다.

 

거기 19회 방송분에 보면 독극물이 든 와인을 마시고 쓰러진 천송이를 도민준이 안고 뿅 사라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래 갖고 갑자기 툭 떨어지는 데가 바로 동백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는 섬인데요. 바로 장사도입니다.

 

지심도 떨어진 동백꽃.

 

장사도는 입장료를 따로 8500원을 받는 해상공원으로 통영 또는 거제에서 배삯을 따로 줘 가면서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따로 돈을 더 쓰지 않고도 피어나는 동백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데가 거제에 여럿 있습니다. 먼저 공곶이입니다.

 

# 공곶이라고요?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주는데요.

 

공곶이는 강명식 어르신 부부가 수선화와 종려나무와 선인장과 동백 등을 가꿔온 데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바닷가 언덕배기이기만 했지만 50년 넘는 세월 사람 손길이 더해지면서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절에는 푸르게 반짝이는 동백잎과 다소곳하게 고개를 수그린 동백꽃이 함께 어우러지는 관광 명소가 됐습니다.

 

지심도 동백꽃.

 

여기에다 바닷가 몽돌과 바다와 바람이 더해져 훨씬 더 크게 이름을 얻게 됐습니다. 동백으로 터널을 이룬 곳도 있는데요, 이런 데 들어서면 낮에도 조금은 컴컴한 느낌이 들기까지 합니다. 바닷가에서는 언제나 대체로 바람이 시원스레 불어주는데요, 봄이면 막 새 잎이 돋기 시작하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 앉아 함께간 친구랑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즐거움도 새삼스럽게 좋습니다.

 

강명식 어르신 내외는 지금도 일하시는데요, 갔다가 마주치시거든 웃음과 함께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 거제에는 공곶이 말고도 동백이 좋은 데가 더 있다고 하던데요~~

 

지심도 흙길.

 

그렇죠. 동백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데가 바로 지심도입니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마치 한자로 쓴 마음 심(心)자 같다고 해서 지심도라 이른다 합니다. 지심도는 그야말로 동백 섬입니다. 동백으로 빽빽하게 숲이 우거져 있습니다.

 

여기 동백은 사람들이 갖다 심은 그런 나무가 아니고 모두 저절로 나서 자란 야생 동백입니다. 그래서 잎사귀도 그다지 크지 않고 꽃송이도 자그마합니다. 또 사람이 개량한 자취도 없으니까 꽃빛도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소박한 편입니다.

 

거제 남쪽 끄트머리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15분 정도 들어가면 나오는데요, 장사도 같이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시설물도 없어서, 오히려 자연 상태 동백을 즐기기에는 더욱 나은 데가 지심돕니다.

 

그리고 동백에 그 자체에 매이지 말고, 다른 꽃들, 다른 나무나 풀들도 많으니까, 두루두루 둘러보면서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시면 더욱 좋습니다.

 

# 지심도는 야생 동백이 무척 많은 모양이네요. 혹시 지심도 가는 길에 주의해야 할 것이 있으면 좀 일러주시죠.

 

지심도 흙길에 떨어져 있는 동백꽃. 2012년 4월에 찍은 사진이지 싶습니다만.

 

예, 지심도는 거제에서 보면 바깥 바다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배가 출항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까 출발하기 전에 미리 알아보실 필요는 있겠습니다.

 

바람의 언덕 동백을 하나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바람의 언덕은 말 그대로 바람이 주인공인데요. 커다란 풍차도 들어서 있는 여기 언덕배기에 오르면 언제나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 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동백이 언덕에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름이나 가을에 가면 동백에서 떨어진 열매를 줍는 이주민 여성을 만나기도 하는데요, 지금은 가면 열매 대신 꽃들이 사람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 찾아 가시면 어쩌면 조금 일러서 꽃들이 활짝 핀 동백을 보시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지난주보다는 많이 피어났을 텐데, 22일 찾아갔을 때는 한 20% 정도 꽃이 망울을 터뜨린 느낌이 들었어요. 3월 첫째 주말이 가장 좋을 듯한데요,

 

가능하다면 주말이 아니라 평일에 찾으면 훨씬 조용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주말에 찾을 수밖에 없다면 아무래도 사람 인파 자체도 구경거리로 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부담 없이 불평 없이 돌아볼 수 있다는 정도는 새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심도.

#오늘 첫 시간 함께 하셨는데 어떠셨나요, 소감?

 

이렇게 소개해 드릴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이런 기회가 주어져서 고맙기도 하고요~~

 

여기까지가 방송 원고입니다. 여기에 이월춘 시인이 쓴 '지심도' 전문을 덧붙입니다.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인데요, 그래서 오히려 더욱 가 보고 싶어지도록 만드네요.

 

 

은쟈 봄에는 안 갈란다

동백섬 지심도 안 갈란다

얻을 거보다 잃을 거 더 많은

붉은 나이를 보는 거 같아서

모가지 뚝뚝 부러진

길바닥의 저 슬픔 보기 싫어서

담방담방 물수제비뜨는 바닷새들

파도의 지루함 사이로 섬들의 이름을 부르는데

막 던져주는 자기 연민이,

한사코 밀어넣는 감정이입이 정말 싫어서

은쟈 봄에는 지심도 안 갈란다

두려움의 다리를 건너 용기를 배운다는데

웬 슬픔이 저리도 흔해 빠졌는지

참말로 은쟈 지심도 안 갈란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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