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사랑 고3역사문화탐방] (3) 양산시

 

'우리 고장 사랑 고3 역사 문화 탐방'의 근본 취지는 자기가 나고 자란 고장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랍니다. 둥지를 떠나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고3 학생들에게 소중한 고장 이야기 한두 가지쯤은 괴나리봇짐에 넣어 주고픈 마음으로 기획했던 것이지요.

 

좀 더 보태자면 잘 알려진 것보다는 "어, 이런 데도 있었나? 정말 새롭네, 좋네" 그런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곳을 찾으려고 발품을 많이 팔았음에도 잘 알려진 곳을 중심에 둘 수밖에 없는 고장이 양산이었습니다.

 

자주 갔지만, 되레 몰랐던 통도사

 

통도사를 빼고 어찌 양산을 이야기할 수 있었겠습니까. 2013년 11월 13일 1박2일 일정으로 탐방에 나섰을 때 오전 시간은 통째로 통도사에 바쳐야 했습니다.

 

흔히들 한 장소를 몇 번 들러보고 나면 다 아는 양 여기기가 십상입니다. 통도사를 두고도 그렇게 생각하는 학생이 많았답니다. "수없이 와 봤는데 새삼 뭘 본다고?" 몇 번 둘러봤다 해서 통도사를 안다 할 수 있을까요?

 

통보사 부도밭. 왼쪽 등을 보이는 사람은 설명을 맡은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

 

거찰(巨刹) 통도사를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통도사가 우리나라 3대 사찰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만으로도 새삼스러워하는 친구가 적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통도사 탐방은 두 갈래로 진행했습니다. 역사·문화적인 부분은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에게, 종교적인 의미는 통도사 스님에게 부탁해 해설을 맡겼습니다.

 

범종루. 그러나 여기에는 범종 말고 운판 목어 법고 같은 다른 사물도 있었습니다.

 

부도와 탑에 대한 기본 설명에서 시작해, 스님이 되는데 가장 중요한 수계(受戒) 의식이 금강계단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절간에서 울리는 법고·목어·운판·범종 같은 사물에도 제각각 다른 의미가 담겼음을, 절간에 아무 뜻없이 만들어지거나 놓인 건물·물건은 없다는 사실을, 열심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손가락만 누르면 인터넷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와 지식, 하지만 그렇게 가볍게 손쉽게 얻어서야 어떻게 감흥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눈으로 보기와 마음으로 새기기는 관심의 시작인 것입니다. 이제 다수가 고장을 떠나는 이들에게 이렇게 잔잔한 무늬들이 새겨져 고장을 좀 더 이해하고 아끼게 된다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영산전 앞에서.

 

점심은 절간 공양으로 했습니다. 흔한 경험이 아니라는 배려의 결과였습니다. 한창 뜨고 있는 절간 음식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을까요! 공양은 참 소박했답니다. 무·콩나물·시금치에 시래깃국, 돌을 삼켜도 소화해 낸다는 열아홉 청춘들에게는 너무 소박한 밥상이지만 이 한 끼 소찬으로 우리가 얼마나 풍족하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부부총 유물을 만나다

 

오후에는 양산박물관을 찾았습니다. '100년만의 귀환 - 양산 부부총 특별전'. 1920년 일제강점기 발굴돼 실려나간 부부총 유물이 잠깐 돌아와 있었던 것입니다. 원래는 우리것이지만 지금은 남의 것. 최헌섭 원장은 '귀환'은 잘못된 표현이고 '친정 나들이' 정도가 맞다고 했습니다.

 

북정동고분군. 무덤 덩치가 우람합니다.

 

앞서 성황산에서 서쪽으로 뻗은 마루금을 따라 북정동 고분군으로 올라갔습니다. 근처 산다는 한 친구는 운동 삼아 오르는 뒷동산이 이런 역사적인 장소인 줄 몰랐다며 신기해했습니다. 고분군을 돌아본 후 자유롭게 전시 공간을 둘러보면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물의 반환에 대해서도 생각을 했답니다.

 

이어 조그만 절간 용화사에 들러 소박한 품새를 둘러봤습니다. 소설가 김정한 선생의 작품 <수라도>가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지요. 법당 높이를 훌쩍 넘어선 나무와 더불어, 지방보살을 기리는 빗돌에 한글과 한자가 함께 쓰인 점이 이채롭습니다.

 

용화사.

 

서울과 동래를 잇는 옛길인 동래로 가운데 가장 험했다는 '황산잔도' 2km 남짓을 걸었습니다. 잔도(棧道)는 벼랑에 나무를 박거나 바닥을 깎아 만든 길을 이르고 황산(黃山)은 양산 물금 일대 낙동강을 달리 이르는 황산강에서 나왔다고들 하지요.

 

어둑해질 즈음 배내골 장선농촌체험마을에다 짐을 풀었습니다. 앞으로 흐르는 물줄기와 마을을 감싼 나지막한 산, 늦은 가을색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마을에서 마련한 저녁 밥상은 진수성찬이었습니다.

 

통도사에서 푸성귀로 배를 채웠던 친구들은 두세 그릇씩을 너끈히 비웠답니다. 돼지고기볶음은 바닥이 보이도록 먹어치웠고요. '금강산도 식후경',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없음을 배부른 아이들의 푸짐한 얼굴에서 느꼈답니다.

 

고민과 꿈을 나눈 밤

 

그러고는 마을회관에 둘러 앉아 자기를 소개하고 이번 탐방에 참여한 까닭과 하루 동안 다니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지역을 알려고 왔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선생님 권유로 왔고 처음에는 왜 하는가 싶었는데 지금은 재미있고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마을회관에 둘러앉아 자기 소개를 하면서 주제토론까지 하고 있는 모습.

 

토론을 마치고 모둠별로 간식을 나눠먹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서먹했지만 얘기를 나누면서 또래끼리 고민과 꿈을 함께하고 나누는 자리로 바뀌어갔습니다.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있다/없다'로 토론할 때, 살 수 있다는 쪽으로 기울기는 했지만, 그래도 돈으로 마음까지는 살 수 없다는 발언에는 여기저기서 공감하는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입시에 찌들려 이런 얘기를 나눠볼 자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어른들이 바라거나 최고로 치는 것들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마흔 명 남녀 학생들의 하룻밤은, 어른들 걱정과는 달리 생각과 행동이 저마다 진지하고 의젓했었지요. 밤이 깊도록 나눈 대화와 그 즐거움은 좀체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부도 만들고 떡메도 치고

 

이튿날 아침을 먹고는 다시 마을회관으로 모였습니다. 이번에 돌아본 장소와 양산에 대한 상식을 바탕으로 '고장 역사·문화 도전 골든벨'을 했습니다. 양산을 다 아는 것처럼 여겼었지만 하나씩 문제가 나올 때마다 바람에 가을잎 지듯이 학생들은 떨어져나갔습니다.

 

나고 자란 고장에 대한 무지가 새삼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무지에 대한 자각은 바로 새로운 앎의 시작. 아마도, 대부분 학생들은 자기 고장에 대해 하나씩 알아나가는 보람을 누렸을 테지요.

 

두부 만들기.

 

이런 가운데 문제를 끝까지 다 풀어낸 친구가 탄생했습니다. 선물로 준비한 상품권은 장차 역사를 전공하겠노라는 이 '역사덕후' 청년에게 돌아갔답니다.

 

체험은 두부 만들기와 떡메치기였습니다. 아이들은 아무래도 몸을 더 많이 부리는 떡메치기가 좀더 즐겁습니다. 하지만 서슴없이 어울려 놀 만큼 가까워졌을 즈음 다시 짐을 싸야 했습니다.

 

떡매치기.

 

짧은 1박2일 일정이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단 하나라도 마음에 담았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나중에라도 "그런 것이 있었지, 그게 바로 양산이었어" 하고 떠올릴 수 있으면 더욱 좋고요.

 

양산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카페 소요'에서 돈가스로 점심을 먹으며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그윽하게 내려다봅니다. 양산, 참 멋지고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부디 떠나더라도 양산을 더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하기를…….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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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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