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홍준표 경남 지사의 도정, 어떠셨나요?

김훤주 2014. 1.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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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여쭙습니다. 홍준표 도지사의 2013년 도정이 어떠셨는지요? 제게는 '폭정', 그러니까 폭력적인 도정으로 비쳤습니다. 아마 저뿐 아니라 홍 지사 맞은편 사람들 처지에서는 대체로 그렇겠지 싶습니다.

 

지난 한 해를 죽 돌아보니까, 제가 보기에 잘 한 일은 하나 정도, 경남도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보기에 잘못한 일은 무척 많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 문화예술 관련 기관 통폐합, 학교 무상급식 예산 축소, 기존 기관장 찍어내고 자기 편 심기, 밀양 초고압 송전탑 설치에 대한 태도 표변(한전의 안전 우선 담보→정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과 회유…….

 

2013년 초에 밀양을 찾은 홍준표 선수. 여기서 홍 지사는 한전에 안전 우선을 요구했었었었지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그런데 제가 폭정이라 여기는 까닭이 이런 정책 자체에는 있지 않답니다. 정책은 사람에 따라 처지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거든요.

 

제가 보기에 홍 지사는 맞은편 사람들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았고 생각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일방적이었습니다. 무시하고 밀어붙이기만 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만평. 권범철 기자.

 

진주의료원 폐업 도의회 표결 과정이 대표적이겠는데요. 당시 홍 지사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던 공무원들은 연말 인사에서 승진을 시켰습니다.

 

자막 바로 위에 윤성혜 선수가 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홍준표와 윤성혜. 경남도민일보 사진.

 

또 맞은편 사람들은 도청 출입조차 못하게 막았지요. 지금도 도청 문들은 많은 경우 쇠사슬로 감겨 있고 일반 사람이 자기 힘으로 열고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없습니다. 지키는 사람이 하루 종일 있으면서 무슨 단추 따위를 눌러 대신 문을 열어줍니다.

 

지금은 이보다 더합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그러다 여론에서 밀린다 싶으면 우리 사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저주 받은 낱말들도 입에 올렸습니다. 이를테면 귀족노조, 좌파 정책, 외부 세력 같은 것들입니다.

 

더불어 거짓말도 꽤 했는데, 그게 적지 않아 하나하나 모두 들기는 어렵겠더군요. 대표로 진주의료원 관련해 꼽자면 노조원의 원장 폭행과 노조원 가족의 정규직 채용 두 개가 되겠습니다.

 

진주의료원에서 쫓겨나기 직전 환자들. 종이상자는 갖고 나갈 물품을 담으려고 준비한 것일 테지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더욱이 홍 지사는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서도 사과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시했습니다. 맞은편에는 아무도 없는 듯이 행동했습니다. 분명 거기 사람이 있는데도 말씀입니다. 이처럼 대화·토론 같은 평화적·일상적인 과정 없이 폭력적으로 해치웠습니다.

 

그런데 홍 지사의 이런 폭정은 우리 경남의 유권자가 스스로 불러들인 측면이 크지 않은가요? 홍준표 도지사가 지난해 12월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아니었어도 당선이 가능했겠느냐를 생각해 보면 바로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경남도민일보 사진.

 

도지사 후보가 어떤 인물이든 새누리당이 공천만 하면 그냥 당선됩니다. 지금 경남 사정이 이러니 누가 도지사가 되든 유권자를 살피고 보듬기보다는 새누리당 당심의 흐름을 가늠하고 좇기 바쁘지요.

 

만약 홍 지사의 폭정이 올해로 끝날까 여부를 가늠해 본다면 그 잣대는 하나뿐입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공천하지 않으면 끝나고, 공천하면 끝나지 않겠지요.

 

경남도민일보 만평. 권범철 기자.

 

그런데, 홍준표 폭정이 끝난다 한들 무슨 보람이 있나요? 새누리당이 공천하는 다른 사람이 무조건 당선될 텐데요…. 딱 하나, 새누리당이 선량한 사람을 공천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유권자가 제 구실을 못하면 정치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설령 바뀐다 해도 물로써가 아니라 피로써 피를 씻는 꼴이 날 개연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진주의료원 환자들의 홍준표 선수 면담 요구가 이른바 방호 인력에 막혔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사람들은 보도매체를 감시견(watchdog)에 견주곤 합니다. 보도매체 종사자인 제가 개가 돼서 한 번 짖어봤습니다.

 

홍 지사는 지난 연말 개가 기차를 향해 기차를 위해 짖는 것처럼 트위터에 올렸는데, 개가 기차를 향해 짖기는 해도 기차를 위해 짖는 것은 아니랍니다. 개 주인은 따로 있거든요. 기차야 멈추든 말든 자기 알아서 하면 될 일이고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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