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6일 경남발전연구원에서 <‘2013 부울경 방문의 해’ 경남 관광지 콘텐츠 개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저는 말석에 앉아 세미나의 제1주제로 선정된 ‘경남 관광지 스토리텔링 활용 방안’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주제 발표는 청운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최인호 교수(창업주 스토리를 활용한 지역 관광 활성화 방안)와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 김태훈 소장이 했고요, 토론은 저 말고 창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윤애경 교수가 했습니다.

 

앞서 경남도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다섯 곳 명소를 꼽았는데요, 이렇습니다. ①진주 유등축제 ②통영 케이블카와 미륵산 ③남해 금산-보리암과 양아리 석각 ④의령 이병철 생가(솥바위) ⑤창녕 우포늪.

 

남해 금산 금산산장.

 

금산에서 바라본 두모마을.

 

제가 보기에는 이 날 발표문에도 나름 짚어볼만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세미나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점과 아울러 그 해결책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날 제게 주어진 시간이 짧아 다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이참에 한 번 정리해 올릴까 합니다.

 

첫째는, 제가 보기에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누구에게 다가가려고 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으뜸 목적으로 꼽고 있는데, 이 외국인 관광객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전혀 얘기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

 

함양 서암정사에서.

 

둘째는, 말하자면 외국인 관광객이 무엇을 보고 싶어하고 무엇을 듣고 싶어하고 하는지를 얘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위주로 논의하는 듯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좀 더 쉽게 풀어가기 위해 우리나라와 경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구체적인 모습, 그리고 그런 외국인 관광객에게 매겨져 있는 경남의 지위부터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이를 위해 자료를 뒤진 끝에 얻은 수치들과, 그에 대한 제 해석을 덧붙이겠습니다.

 

대한민국과 경상남도가 외국인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요? 스스로를 미국 사람 일본 사람 영국 사람 프랑스 사람 중국 사람이라 생각하고 한 번 떠올려 보시지요. 대한민국은 어딘가에 붙어 있는 조그만 나라가 되겠지요. 그리고 경남은 그보다 더 조그마한 그런 지역일 수밖에 없을 테고요.

 

김해 분산산성.

 

거꾸로 우리가 관광하러 미국에 간다 생각하고 일정을 짜 보셔도 되겠습니다. 먼저 뉴욕에 들르겠지요. 거기서 이런저런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둘러볼 테고, 거리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도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자기 취향을 따라 무슨 나이애가라 폭포 따위를 찾아갈 것입니다.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을 찾으면 먼저 서울과 서울의 것들을 구경하겠지요. 그러고는 세계적으로 이름나 있는 경주라든지 제주도라든지 하는 관광지를 찾을 테고요. 또 경남이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길에 걸린다면 통도사나 소벌(우포늪) 같은 이름난 명소를 찾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경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2011년 경남 통계를 보면 외국인 관광객이 30만6547명으로 나옵니다. 2012년 8월에 나온 경남도 보도자료를 보면 2012년 1~7월 경남 외국인 관광객이 27만명입니다. 한 달 평균 4만명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경남 관광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을 헤아리면서 중복 여부를 따지지 못한 것입니다. 외국인 하나가 통도사도 찾고 화왕산도 찾고 표충사를 찾았다면, 한 명이 아니라 세 사람으로 계산된다는 말씀입니다.

 

거제관아 기성관.

 

<제5차 경남권 관광개발 계획(2012~2016년)>을 보면 현실적인 숫자가 나옵니다. 2012년 28만2089명, 2016년 37만8624명, 2021년 56만8487명. 2013년을 부울경 방문의 해로 정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100만명으로 세웠으나, 실제는 이런 숫자들 보면 제대로 짐작이 됩니다. 아마 반 토막? 50만 명을 365일로 나누면 1370명, 다시 열여덟 시·군으로 나누면 76명입니다.

 

경남은 이 정도 하고 대한민국을 두고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2013년 8월 문화관광체육부가 발행한 <2012년 기준 관광 동향에 관한 연차 보고서>입니다. 2012년 외국인 관광객은 한 해 전보다 13.7% 늘어난 1114만28명으로 나옵니다.

 

(아시아권은 16% 늘어난 888만7132명으로 79.8%, 미주권은 5.9% 늘어난 87만6149명으로 7.9%, 중동권은 17.3% 늘어난 12만2191명으로 1.1%, 유럽권은 5.3% 늘어난 71만7315명으로 6.4%, 대양주·아프리카·교포는 4.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거제 가배량성.

 

이어서 2012년 한국관광연구원이 발표한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활성화 방안 연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연구 대상 지역을 수도권·부산·대전·대구·광주·경주·제주로 꼽으면서 그렇게 정한 까닭을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단체가 아니고) ‘개별 여행객의 80% 이상이 방문하는 서울 지역’이라 적혀 있습니다. 또 도시민박업은 ‘대도시와 주요 관광지의 가정집’에서 하는 것이라고 해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외국인이 주로 이런 지역을 찾는다는 얘기입니다.

 

<2012년 기준 관광 동향에 관한 연차 보고서>에 나오는 외국인 관광객 숫자를 여기에 대입해 보면, 900만명 가까이가 서울을 찾고 나머지 200만명이 경주·제주, 그리고 나머지 대도시 부산 따위를 찾는 셈입니다.

 

합천 월광사지 동서 삼층석탑.

 

이런 숫자를 보면 외국인 관광객에게 차지하는 경남의 지위가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주변부 가운데서도 주변부(sub of subs)입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경남의 2010년대 계획은 바로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삼아야 마땅하겠지요.

 

경남을 관광하러 자기 나라를 떠나 대한민국으로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서울이나 제주도나 경주 같은 국제적인 관광지를 찾아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이들을, 경남만이 갖추고 있는 콘텐츠를 찾아내고 개발해 경남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말하자면, 앞서 경남도가 꼽은 다섯 곳 명소를 위주로 하지 말고(또 사실 그런 데는 별나게 꼽지 않아도 외국인들이 나름 찾아갑니다.) 제주도나 경주나 서울 또는 대도시에는 없고 경남에만 있는 독특한 것들을 활용할 꾀를 내야 하겠습니다.

 

진주 남강 제방.

 

이런 관점에서 볼 때 2013년 10월 1일 경남도의 기획조정실 정보통계담당관이 발표한 ‘2012년 경남 관광 실태 조사’(외국인 800명 대상 조사)는 우리한테 얘기해주는 바가 아주 많습니다. 적힌 차례대로 늘어놓으면서 하고픈 말을 덧붙여 보겠습니다.

 

함안 무기연당.

 

가장 많이 활용하는 정보원 : ① 친구·동료 25.4%. 다음으로 여행사, 다음으로 가족·친척.(인터넷이 없습니다.) 여기서 친구·동료는 누구를 뜻할까요? 이어지는 문항을 보면 답을 알 수 있습니다. 경남을 찾은 까닭 : ①연수·회의 28.8%, ②볼거리·즐길거리 25.1%.

 

업무 때문에 경남을 들른 김에 볼거리·즐길거리를 누린다고 풀어볼 수 있겠는데요, 그렇다면 친구·동료는 업무로 찾은 기업(이를테면 경남의 두산중공업·삼성해양조선 같은 데 또는 부산이나 울산의 이런저런 기업들)의 직원이기 십상입니다.

 

방문 형태는 개별 여행이 77.9%이고 단체·패키지 여행은 22.1%입니다. 2010년 조사에서 개별 여행은 67.0%였는데 비율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전체 추세이기도 합니다. 개별 여행객의 특징과 속성을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함안 장춘사 감나무.

 

경남 관광을 위한 방안으로는 자연·생태 관광 자원 활성화를 가장 많이 꼽았는데요, 비율은 14.6%입니다. 아울러 가장 인상 깊었던 점에 대한 대답도 곱씹을만한데요. 독특한 문화 유산이 31.4%로 가장 많았고 자연 경관이 다음으로 18.6%였습니다.

 

게다가 독특한 문화 유산을 꼽은 비율이 2010년보다 7.1%가 많아졌다니, 앞으로 추세가 어떨지는 넉넉히 짐작이 됩니다.(사실 외국인 아니라 우리도 그냥 자연경관이 문화재보다는 옛적과 오늘날의 사람살이를 이루는 ‘문화’를 보고 즐기고 싶어한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이런 자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틈새시장을 노려야지요. 앞서 경남도가 꼽은 다섯 명소처럼 이미 알려져 있는 데를 더 알리기보다는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고유한 것들을 찾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창녕 관룡사 북. 괴수 표정이 색다릅니다.

 

앞에 나온 조사에서 개별 여행객이 77.9%라는 수치는 우리가 눈여겨봐야 합니다. 개별 여행객은 자연경관이나 빼어난 문화재를 위주로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주어진 지역을 곰탁곰탁 구석구석 돌아보려 합니다. 거기서 나는 사람 냄새 또는 사는 풍경에 즐거워합니다.

 

닷새마다 서는 전통 장터가 있습니다. 거기서 이들은 국밥 한 그릇을 얻어 걸치고 싶어합니다. 그 고장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먹을거리면 더욱 좋을 테고요. 하하. 노랫가락 틀어놓고 신나게 춤추는 풍경 또는 각설이 놀음 따위를 눈에 담고 싶어합니다.

 

잘 알려진 유물이나 문화재보다는 해당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럴 듯한 물건들을 거기 깃들어 있는 이야기와 더불어 누리고 싶어합니다. 보기를 들자면, 산청 도전리 손바닥만한 마애불상 무리나, 신돈이 태어나 자란 창녕 옥천사 망한 절터 따위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구석구석 숨어 있는 풍광·문화재·특산물·고유 음식을 찾아낸다면, 외국인 관광객 발길을 두고두고 끌어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국 관광객들이 이런 데로 걸음할 개연성도 덩달아 높아집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삼아 대충 짜 본 그림이 있습니다. 경남 시·군별 관광 루트입니다. 이런 구석구석 숨은 명소를 찾아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것들을 다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명소들과 이어놓는 것입니다.

 

물론 제 말씀이 모두 옳고 전혀 손볼 데가 없다고는 절대 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여기에다 고유한 먹을거리 따위, 더 나아가(지금 당장은 엄두도 내지 못할 노릇이지만) 제대로 된 전통 문화 체험을 곁들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하동 매암다원에서 차훈 체험을 하고 있는 풍경.

창녕 지석묘.

 

사천 : 매향비, 작도정사, 사천만갯벌, 종포~대포 갯벌, 선진리성(조명이총), 비토섬과 갯벌(별주부전 설화 관련).

 

거제 : 조선해양문화관, 폐왕성지, 공곶이, 거제관아, 홍포 바닷가, 여차몽돌해변, 지심도, 장승포항과 애광원, 가배량성(한때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자리).

 

통영 : 통영옻칠미술관, 박경리기념관, 서문고개·서피랑, 세병관, 제승당(한산도), 삼덕항(서양인최초도래기념비·돌벅수), 동피랑.

 

하동 차밭.

 

양산 : 북정동 고분군, 황산잔도, 가야진사·용당(그리고 맞은편 용산), 용화사.

 

김해 : 율하유적(한국 유일 솟대 설치 유적), 관동유적(한국 유일 고대 항구 유적), 화포천과 봉하마을, 김해천문대.

 

밀양 : 월연대, 밀양연극촌, 밀양독립운동기념관, 작원잔도, 만어사, 삼랑진역 급수탑.

 

창녕 : 팔락정, 가항늪, 가항마을, 관산서원(모두 한강 정구 유적), 망우정(곽재우 말년을 보낸 장소), 옥천사지, 용선대, 만년교, 창녕지석묘.

 

창녕 옥천사지 연자멧돌. 여기 가면 부러 깨뜨린 석탑 조각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함안 : 함안박물관과 앞 아라연못(고려 시대 연밥이 살아남아 꽃을 피운 장소), 말이산 고분군, 장춘사, 무기연당, 고려동 유적지.

 

의령 : 정암진, 빗방울 화석지, 보천사지 3층 석탑과 승탑, 곽재우 장군 생가와 현고수, 백산 안희제 선생 생가, 이병철 생가, 관정 이종환 생가, 일준부채박물관.

 

거창 : 수승대, 황산마을, 동계 정온 고택, 월성계곡 분설담, 금원산 자연휴양림 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불입상, 거창박물관 대동여지도 그리고 농경 유물.

 

하동 쌍계사 꽃담장.

 

산청 : 남사마을, 광제암문, 단속사지, 구형왕릉, 유의태 약수터, 동의보감촌, 도전리 마애불상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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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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