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이 졸업생들에게 "성공하라"는 축사 대신 "나중에 부와 권력과 명예를 가지더라도 부디 사람을 짓밟고 무시하지 마라"고 당부하는 졸업식.


지옥같은 학교를 벗어난다는 해방감에 웃고 떠들며 밀가루를 뿌리고 교복을 찢는 대신 선생님과 졸업생, 그리고 학부모까지 서로 끌어안고 펑펑 우는 졸업식.


요즘 세상에서 참 보기 드문 졸업식 광경을 보고 왔다.


마산에 있는 공립대안학교 태봉고등학교의 1월 9일 졸업식이었다. 다른 학교들은 대개 2월에 졸업식을 하지만, 태봉고는 1월 초에 졸업식을 한다. 얼마 전 한겨레 인터뷰에 소개되었던 채현국(79) 이사장이 있는 양산 효암고등학교도 같은 날 졸업식을 했다. 일찍 나가서 스스로 자기 길을 개척하라는 의미다.


알고보니 채현국 이사장과 여태전 교장의 인연도 각별했다. 여태전 교장이 1988년 효암고에서 '서무실 아저씨'로 교직 생활을 시작했고, 거기서 11년이나 재직했던 것이다. 그 때 채현국 이사장의 교육철학을 배웠다고 했다.


내 아들녀석도 이날 졸업을 했다. 제2회 졸업생이다.


여태전 교장선생님의 회고사가 특이했다. 그는 이번 학년을 마지막으로 태봉고를 떠난다. 4년 임기를 마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장 선생님 회고사'라는 이름으로 졸업생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말을 남겼다. 영상으로 보시기 바란다.



"오늘 태봉을 떠나는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제가 마지막으로 상기시켜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단 두 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먼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말과 "당신 삶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은 정말 '소중한 사람'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가치와 철학보다도 '사람이 먼저'라는 이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시길 바랍니다. 오늘 태봉을 졸업하는 여러분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나누고 살다보면, 앞으로 돈 많은 부자가 될 수도 있고, 권력과 명예를 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디 여러분들은 그 돈과 권력과 명예로써 사람을 짓밟거나 무시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그 어떤 부와 권력과 명예도 다 거짓이며 허구입니다. 사람을 무시하고 부와 권력과 명예를 얻느니, 차라리 '위대한 평민'으로서 사는 게 백번 낳습니다. 여러분이 이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실천한다면, 여러분은 진정 태봉이 낳은 자랑스러운 딸이요 아들이 될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여러분은 진정한 성공을 이룬 것이면,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진실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대접하고 모시는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 다 함께 손을 잡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갑시다. 이것이 제가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마지막 기도이자 축원입니다."


여태전 교장이 임기를 마치자 경남도교육청은 현 교장이 후임교장 공모에 응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자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항의하기 시작했고, 교육청은 교장 공모 자격을 다소 완화했지만, 여태전 교장은 여전히 응할 수 없게 됐다.


여태전 교장이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아래와 같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교내에 붙였다.



졸업식이 끝나자 교사와 재학생들이 강당 입구에 도열했다.


졸업생이 한 명 한 명 나가자 모두 끌어안고 운다.


우는 사진 몇 장을 올려둔다. (혹시라도 초상권에 문제가 있다면 곧바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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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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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ㅠㅠ 2014.01.10 14: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회고사 읽다가ㅠㅠㅠ눈물이 글썽해졌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막 벅차오릅니다ㅠㅠㅠ..... 요즘 세상에 부와 명예를 얻었다고 해서 사람을 짓밟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부를 누리고 사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위대한 평민이 낫다, 고 하는 학교가 어디있겠으며 그렇게 말해주는 '스승' 이 얼마나 될까요ㅠㅠ...아 진짜 먹먹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나서서 지키고자 하는 교장선생님답네요ㅠㅠ눈물난다...
    아근데 평민이 낳습니다->낫습니다 랍니다

  3. 2014.01.10 14: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동적이네요. 전 학창시절 내내 다시 찾아뵙고 싶은 스승님을 만나지 못했는데.

  4. 이름 2014.01.10 15: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땅의 공교육이 왜 무너져가는지 경남도교육청을 보면 대충 알수도있겠군.

  5. 최재혁 2014.01.10 18: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르치는이 배우는이가 공감하고 행복한 학교...
    감자기 눈물이 납니다...

  6. 나나 2014.01.10 1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감동이네요~~ 짠합니다 이런 교장선생님이야 말로 교육현장에 남아 계셔야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7. 서울 사는 학생아빠 2014.01.10 2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나라의 교육이 나가야할 곳을 지켜 주네요

    • 정종연 2014.01.11 17: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참으로 희한한 졸업식입니다.
      참회와 기쁨의 눈물이 저도 모르게 주르륵. 사람사는 세상인가 봅니다.

  8. 연화 2014.01.10 2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분 같은 스승이 있는 태봉고는 참으로 행복한 곳인듯 합니다.
    공교육이 무너진 이 시점에 교장선생님을 선생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학생들이 생겨 좋아보입니다. 교장선생님 같은 스승님이 많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학생들 뜻에 따라 부디 교장선생님이 계속 그곳에 다시 연임하셨음 좋겠네요. 그리고 태봉고 학생들이 또 이 땅 위에 모든 학생들이 행복했음 좋겠네요.

  9. 김항태 2014.01.10 2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훈훈한 모습이고 감동적입니다.전 교장선생님의 제자들은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얻지 못하드라도 저 제자들은
    정말로 사람을 위하고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할 제자들이 될것이며 자신을 지독히도 사랑하며
    모든이들의 귀감이 될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0. 멋지다 2014.01.11 0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된 교육의 대표적인 표본이지 않을까요..... 사람이 먼저다.... 라고 가르치는 선생님.... 그런 학교에 제 자식들을 보내고 싶습니다....

  11. 유인홍 2014.01.11 06: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성교육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본보기를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태봉고등학교와 같은 학교들이 계속 우리나라 전체로 확산되었어면 하는 바랍입니다

  12. 후니킴 2014.01.11 06: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산 사람인데요. 통영가는 길에가다가 보는 학교라.. 그냥 최근생긴 안좋은 학굔줄 알았는데 ~.~ 기분이 좋네요. 저런 학교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는다.

  13. 수현 2014.01.11 06: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벌써 4년이 흘렀나요?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
    세월만 보냈네요
    역시 아이들이 잘 자랐네요 감사감사^^
    여태전 교장 훌륭하십니다 안녕을 빌어드립니다

  14. 하늘 2014.01.11 08: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이 소중한 게 맞네요. 저 분 하나 때문에 학교의 격이 확 올라갔습니다. 태봉은 이제 매우 유명한 학교가 되겠네요. 학교도 학교지만 나라도 사람 한 두 명 때문에...

  15. Favicon of http://www.suny-2003@hanmail.net 뜨레 2014.01.11 1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사연들이 당연한 세상이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태봉고 사연처럼 가슴 훈훈하고 귀감되는 일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을 만드려는 노력이 우리나라 정권과 정치가들의 마음 가짐이어야 할텐데 현실은 불통과 정치적 물질적 이해추구 상황이라
    마음이 너무나 힘들다

  16. 재호삼촌 2014.01.11 1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희안하게도 저 졸업식에 없는 것이 하나 있더군요.... 바로 가족사진입니다.
    저희만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가족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졸업생들이 선생님들, 동기, 후배들과 껴안고 우느라 정작 가족사진을 찍을 생각을 못했습니다. 보통 졸업식은 가족, 친구들과 사진 몇장 찍고 집에 가기 바쁜데..ㅎ

  17. 지수아빠 2014.01.11 1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같은 날씨와 세상에 이런 훈훈한 학교와 참된 선생님 그 밑에서 가르침을 받고 사회로 나갈 학생들을 생각하니 희망이 보이고 따뜻합니다.

  18. 이미경 2014.01.11 2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생들이아무리열렬히원해도학부모가아무리열렬히원해도안된답니디
    교육칭에선학생들이멋지고올바르게잘자라는것에는아무관심이없나봐요
    이런멋진교육관을가진분이날개를달우있슴얼마나좋을까요

  19. 배고파요 2014.01.12 0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어야 좋은 졸업식은 아니겠습니다만. 다른 아이들이 해방감에 웃을때 아이들이 웅다는 얘기는 학교가 억압의 장소가 아니라 나눔의 장소였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네요.

  20. 송인 2014.01.12 1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은 학교 입니다. 저 학생들, 선생님들도 모두 위대한 평민들 입니다.
    좋은 본보기로 끝까지 발전하는 태봉고가 되길 두손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축원합니다.

  21. 창원사랑 2015.04.03 1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 이런 멋진 분이 외국영화에서만 보던 휴먼스토리가 훈훈하네요 인간이 먼저되란 말씀 가슴에 세김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