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북극 얼음 녹으면 남해안 물고기 못 자란다?

김훤주 2013. 5. 17.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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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우리나라 남해안 바닷물이 차가워졌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난생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여태까지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바닷물이 더워지고 있다는 얘기만 나왔는데, 올 겨울 혹한을 겪고 보니 사람뿐 아니라 바닷물도 그리 됐나 봅니다.

 

어쨌거나, 보통 일이 아닙니다. 바닷물이 더워지기도 하고 또 차가워지기도 하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누구도 이런 현상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는지를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당장은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이지 않겠지만, 이런 바닷물 온도 변화는 아무래도 우리 인간한테도 좋지 않게 다가올 것입니다. ‘대략 난감’입니다. 이를 두고 지난 5월 6일 월요일, MBC경남에서 저녁 무렵 방송하는 라디오 광장 세상 읽기에서 조금 얘기를 해 봤습니다.

 

1. 차가워진 바닷물에 제대로 못 자란 물고기

 

서수진 : 5월입니다. 봄이 시작되는 3월부터 날씨가 변덕을 부리더니 5월에도 초순은 예년보다 쌀쌀하다는 예보가 있습니다. 오늘 얘깃거리는 이런 기온이랑 관련돼 있다고요?

 

마산 바다.

 

김훤주 : 예, 날씨 자체보다는 남해안에서 나는 물고기들이 지금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자료가 나왔는데요, 이를 근거로 삼아 날씨까지 한 번 짚어보려 합니다.

 

진 : 예에…… 요즘 남해안 물고기에 대해 어떤 자료가 나왔어요?

 

주 : 국립수산과학원 남서해안수산연구소가 전남 여수에 있는데요, 여기서 지난 겨울 한파와 3~4월 꽃샘추위 같은 이상 저온이 지속되는 바람에 남해안 물고기들이 제대로 자라고 있지 못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진 : 이상 저온으로 물고기가 제대로 못 자란다고요? 그러면 올해는 수산물 가격이 많이 높아지겠어요. 어떤 내용인가요?

 

주 : 남해 연안에는 멸치나 전어 같은 고기가 주로 나잖아요. 이런 고기들 성숙도(成熟度)가 다른 해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월 4일부터 12일까지 9일 동안 조사해 봤더니, 중간 단계 이상 성숙한 개체들의 출현율이 대부분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멸치는 지난해 같은 시기 46.6%에서 27.7%로, 보구치는 86.5%에서 49.1%로, 성대는 6.5%에서 0.7%로, 전어는 40.4%에서 10.7로 떨어졌습니다. 청멸이라는 어종은 지난해 23.1%였는데 올해는 0.0%였고요, 황아귀는 15.6%에서 2.1%로 낮아졌습니다.

 

다만 반지라는 물고기만 지난해 69.7%와 비슷한 64.3%를 기록했습니다.

 

진 : 조사한 일곱 개 어종이 남해안의 대표적 상업 어종이라지요? 대부분 어종이 성숙도가 처지는 것으로 나타났군요. 원인이 뭐라고 합니까?

 

2. 바닷물 온도는 왜 낮아졌을까?

 

주 : 바닷물 온도 때문이라 합니다. 물고기 성숙도를 조사한 남해 연안은 올해 4월 깊이 10m 평균 수온이 13.5도로 예년과 비슷했지만, 남해안 물고기들이 겨울을 나려고 내려가 지내는 제주도 서쪽 바다 수온이 크게 낮아진 탓이라고 합니다.

 

거제 바다. 와현해수욕장 전경.

 

그쪽 해역 표층 수온이 올해는 2~3도 낮았는데, 이런 겨울철 한파가 오랫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라는 얘기입니다.

 

진 : 겨울에 바다가 차가워지고 그것이 오래 계속되는 바람에 물고기가 알을 충분히 낳지 못했거나 알을 낳았다 해도 그것이 제대로 부화하지 못했다는 얘기이군요.

 

주 : 그렇습니다. 결국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길어지고 혹독해지면서 바닷물도 덩달아 차가워진 탓이 물고기들 산란과 생장에 악영향을 끼친 셈이 됩니다. 이런 변화가 지구온난화와 관련돼 있고, 우리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멈추지 못하고 있는 데에 원인이 있는 셈입니다.

 

3. 한 해의 3분의1이 겨울인 현실

 

진 : 지구온난화로 북반구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심심찮게 나왔던 얘기지요. 사람들이 처음에는 지구가 갈수록 더워지는데 어떻게 겨울이 길어져? 이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지금은 지구가 더워지는 탓에 북극 얼음이 녹는 바람에 그 차가운 영향이 북반구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지요.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 눈 덮인 창녕 들판에 내려 앉은 독수리들.

 

주 : 그렇습니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지난 겨울과 널뛰기를 거꾸로 했던 올해 3~4월 날씨도 그렇게 설명이 됩니다. 5년 전만 해도 2월 하순에는 때 이른 봄꽃이 피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올해는 4월에도 봄기운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기상학에서는 평균기온이 5도 이하인 기간이 겨울입니다. 2009년 114일, 2010년 124일, 2011년 113일이었습니다. 올 겨울은 지난해 11월 16일 시작됐는데 아마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가장 긴 겨울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겨울 길이가 102~104일 정도였습니다. 이상고온도 많이 나타났고요.

 

진 : 3월과 4월의 날씨도 만만찮았지요?

 

주 : 부산·울산·경남의 올해 3월 평균기온이 8.7도였습니다. 40년만에 최고였습니다. 어떤 날은 5월 같은 기온을 보여 기상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3월 기온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널뛰기도 심해졌습니다. 어제는 따뜻한 봄날씨였는데, 갑자기 20도 넘게 떨어지는 바람에 오늘은 차가운 겨울로 돌아간 적이 한두 차례가 아니었습니다.

 

반면 4월은 추웠습니다. 4월 평균기온이 10.3도로 지난 40년 사이에 세 번째로 낮았다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진눈깨비나 눈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원인 가운데 커다란 부분을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북극 바다얼음이 녹는 현상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4. 북극 얼음이 녹으면 남해안 물고기가 못 자란다?

 

진 : 그런데 이런 지구온난화가 남해안 물고기한테까지 영향이 간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못했네요.

 

거세차게 물결 치는 겨울 제주 바다.

 

주 : 그렇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이나 전문가들은 미리 알고 있었겠지만 저 같은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생각을 전혀 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진 :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당장 물고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우리 바다에서 물고기가 적게 잡힐 것이니까요.

 

주 :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그래도 일단은 물고기가 알을 낳는 산란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고만 보는데요, 5월 들어 바닷물 온도가 정상을 되찾으면 다시 산란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된다 해도 많으나 적으나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이겠습니다.

 

5. 남해안 해양생태계 교란도 예상되고

 

진 : 다른 영향은 없을까요? 바다에도 육지와 마찬가지로 먹이사슬이 존재하니까, 이를테면 멸치 같은 것을 먹고사는 다른 물고기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든지 하는…….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제가 알기로는 바다 속 먹이사슬에서 1차 소비자가 멸치인데, 말씀하신대로 이 멸치를 잡아먹는 물고기로는 고등어가 대표적입니다. 멸치가 줄어들면 고등어가 당연히 제대로 먹지 못하겠지요.

 

진 : 그런데 여태까지 지구온난화로 바다가 더워지고 있다, 남해안에서 온대성 어류가 줄고 난대성 물고기들이 자주 출현한다, 이런 보도들이 많았지 바닷물이 식고 있다는 얘기는 없었잖아요?

 

주 : 이번 남서해안연구소의 조사 결과 발표도 바닷물이 식고 있다는 부분까지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바닷물 이상 저온이 올해만의 일인지 아닌지를 바로 가늠해낼 수는 없고요, 다만 지구온난화 탓에 여름과 겨울은 자꾸 늘어나는 반면 봄과 가을은 줄어드는 현상과 매우 관련이 깊기 때문에, 바다도 그와 마찬가지로 가지 않겠나 짐작해 볼 뿐입니다.

 

진 : 그렇다면, 바다 생태계에도 엄청난 변화가 몰려올 가능성이 높은데요.

 

주 : 전혀 생각 못했던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도 영향을 크게 받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서해수산연구소도 어종별 자원생물학적 특성과 환경변화를 살피고 이런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분석해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6. 오염과 남획에 온도 저하까지 겹친 수산업

 

진 : 이미 바다 속 어족 자원은 많이 줄어들어 있는데,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닷물 온도를 비롯한 해양 생태계 변화가 밀어닥친 셈이네요.

 

주 : 갖은 오염 물질로 바다가 더러워지고, 거기에 더해 탐지·어획 기술 발달로 지나치게 고기를 많이 잡은 탓이 크다고 합니다.

진 : 그래서 이제는 우리 밥상에 국내산보다 수입산 물고기가 더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 수입산 참조기가 국내산 영광굴비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터져나오고요.

 

주 : 그렇습니다. 지난해 6월 현재 통계인데요, 수협중앙회가 개설·운영하는 공판장에서 취급하는 수입산 수산물의 비중은 34.4%로 나타났습니다. 2011년 35.7%, 2010년 37.8%보다 조금 떨어졌지만 30% 초반이었던 2008년과 2009년에 견주면 늘어났습니다. 수협 공판장을 거치지 않고 시장으로 들어오는 것까지 치면 수입산 비중이 더욱 늘어나겠지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7. 갈수록 늘어나는 수입 물고기

 

말이 나온 김에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수협 공판장 물량입니다. 고등어는 중국과 노르웨이에서 수입하는데 비중이 21.3%로 낮았습니다. 이밖에 50% 이하 수입 수산물은 아귀 26%, 게 35%, 가자미 45%, 참조기 39%였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절반을 웃돌았는데, 명태 81%, 새우 96%, 낙지 77%, 포장 바지락 86%, 쭈꾸미 70%, 갈치 53%, 새우살과 코다리 명태가 똑같이 99%, 임연수어 97%, 꽁치 78%, 명태포 92%, 바지락 64%, 홍어 51%였습니다. 미꾸라지도 92%가 수입산이었고요, 해파리는 100% 수입산이었습니다.

 

진 : 이미 상황이 이렇게 수입산이 대세인데요, 바닷물 온도까지 출렁거리니까 국내산 물고기는 앞으로 더욱 얻어먹기가 어려울 것 같네요.

 

주 : 때깔 좋고 몸집까지 그럴 듯한 물건을 좋아하는 소비 행태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물건은 대부분 수입산이거나 아니고 국내산이라면 값이 매우 비쌉니다.

 

그러니까, 마산을 보기로 들자면, 진동장 같은 어항 가까운 데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서 때깔도 그저 그렇고 몸집도 좋지 않은 잡어를 사면 100% 국내산입니다. 값도 비싸지 않습니다. 시내버스 타고 가면 교통비도 빠집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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