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진주의료원노조가 공격받는 근본 까닭

김훤주 2013. 4. 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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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주의료원노조가 강성 귀족이 아닌 까닭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처음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밝힌 2월 26일에는 ‘지나친 누적 적자’가 원인이라 했습니다. 그러다 4월 3일 휴업을 발표하면서는 ‘강성 귀족 노조’로 탓을 돌렸습니다.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라 강성 귀족 노조의 병원이며 이를 위해 혈세를 낭비할 수는 없다.”

 

진주의료원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6년 동안 임금 동결 상태입니다. 체불 임금 또한 일곱 달치를 넘습니다. 대부분이 2000만~3000만원 빚을 졌으며, 대리운전 알바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강성 노조는 세상에 없습니다.

 

봉급은 공무원의 70%,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평균의 80% 수준이라 합니다. 간호사 직종 평균 연봉도 3100만원 정도여서 다른 지방의료원보다 100만원 가량 적다고 노조는 밝혔습니다.(이에 대한 경남도의 반박은 보지 못했습니다.) 연봉 3100만원 짜리 노조는 귀족이 아닙니다.

 

경남도청 앞 진주의료원 노조 천막 농성장.

 

 

2. 1억3000만원 명퇴수당을 노조가 먼저 요구했다는 거짓말

 

이런데도 홍준표 지사는 한 번 더 수작을 부렸습니다. 자구 노력 가운데 하나로 2월 28일자로 13명이 명예퇴직을 했는데,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명퇴수당으로 1인당 1억3000만원씩 요구해 모두 16억3000만원을 챙겼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조는 수당을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단체협약대로 했을 뿐이랍니다. 단체협약도 특별한 내용은 없고 공무원 명예퇴직 규정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했습니다.

 

9급 공무원이 20년이 지나 7급으로 승진해 정년을 10년 앞두고 그만두는 경우를 상정해 계산했더니 수당이 1억3884만3000원이었습니다. 오히려 공무원이 진주의료원 직원보다 1000만원 남짓 많습니다.

 

3. 노조-노동자를 가혹하게 다뤄도 멀쩡한 근본 까닭은

 

그런데도 이처럼 노조를 몹쓸 불량집단으로 모는 일은 예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그것은 대부분 사실과 달랐습니다. 지배집단은 토끼몰이를 하듯이 몰아놓고 마녀사냥을 하듯이 때려잡았습니다. 이런 토끼몰이와 마녀사냥이 우리 사회 노동자에게는 유독 가혹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조차 실행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래도 파업을 하면 경찰을 투입해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액을 뿌려가면서 진압하기를 밥 먹듯이 했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해도 세상에서 통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노동운동이 우리 사회 다른 구성원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지배집단에게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모든 지배집단은 분할 통치(Divide & Rule)를 근본으로 삼아 왔습니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국가권력 형성 과정에서부터 노동자를 적대시하고 배제해 왔습니다.

 

허술한 사회복지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가 허술하니 거꾸로 회사복지가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사회복지가 충만해 있으면 사람들은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에 지금처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회사복지는 재벌이 크고 중소기업이 작지만, 어쨌든 그것을 배타적으로 누리게 해주는 조직이 바로 노조입니다. 그래서 회사복지를 누리지 못하는 자영업자나 비정규직은 노조와 노조원을 부러워하는 동시에 시샘도 합니다.

 

4. 노조가 세상 전체를 위하는 운동에 앞장서야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뿐 아니라 세상 전체를 위하는 노동운동이 적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이 들으면 억울할 수 있겠지만, 조합원의 이익을 먼저 직접 옹호해야 한다는 한계도 있고 ‘발등에 떨어진 불’이 많다는 현실도 있겠지만, 바깥에서 볼 때는 분명히 그렇습니다.

 

이번 폐업 반대 운동이 진주 민심을 와락 얻지 못한 까닭도 여기에 있지 싶습니다. 진주의료원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평소에 진주 지역 서민 대중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왔다면 지금과는 사정이 크게 다를 것입니다.

 

보기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진주의료원이 도심 중안동에서 지금 자리 초전동으로 옮겨갈 때 주민들은 그대로 남아 달라고 했습니다. 찾아가기 어려워 주민 불편도 커지고 병원 수입도 적어지리라 했습니다. 그래도 경남도는 이전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진주의료원 구성원조차도 당시는 주민 편에 서지 않았습니다.

 

4월 7일 블로거들에게 진주의료원 페업이 부당함을 얘기하는 안외택(오른쪽)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경남울산본부장.

 

그래서 지금 홍준표 도지사 편을 드는 보건복지부조차 ‘이전 등을 단견적으로 결정해 운영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로 진주의료원을 꼽았습니다.

 

어쨌든 지배집단에게 분할 통치 철회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처럼 당하지 않으려면 노동운동이 그것을 뛰어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테면, 노조원에게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회사복지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사회복지가 알차지도록 만드는 데 노동운동이 앞장을 서는 것입니다. 그래야 노동운동이 고립되지 않고 이번과 같이 터무니없는 강성 귀족 노조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훤주

 

※<기자협회보> 4월 10일치에 실은 글을 조금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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