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진주의료원노조는 과연 강성 귀족일까?

김훤주 2013. 4. 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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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경남 라디오광장이 바뀌었습니다. 여태껏 진행과 기획을 맡았던 김상헌 기자는 취재 분야로 돌아갔습니다. 박정희 PD가 아마도 기획을 맡으면서 서수진 아나운서가 진행을 하나 봅니다.

 

제가 경남도민일보 기자라는 직책을 달고 방송을 해 왔던 ‘세상읽기’는 금요일에서 월요일로 옮겨졌습니다. NC다이노스 야구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내내 경기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렇게 바뀌고 나서 첫 방송이 4월 8일 있었습니다. 서수진 아나운서와 첫 대면이었습니다. MBC경남의 존경하는 선배 임나혜숙 국장께서 맞아 주셨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박정희 PD 휴가 내는 바람에 ‘대타’로 나왔다고 하셨습니다.

 

주제는 진주의료원 사태 관련이었습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잇따라 진주의료원 노조더러 강성·귀족이라 했는데, 그런 규정 또는 발언이 사실과 부합되느냐가 초점이었습니다.

 

1.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쟁점 바꾸기

 

서수진 : 진주의료원 사태가 벌써 석 달째로 접어들었죠? 지난 2월 26일 경남도의 폐업 방침 발표가 있었으니까요. 지금까지 이어진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렇게 되나요?

 

누적 부채 279억원에 지난 2012년 한 해만도 69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보였다면서 폐업 발표를 했고요, 회생 가능성도 없어 길어야 5년 안에 자본금을 모두 까먹고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었죠.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사진.

 

김훤주 : 당시 의료원 노조원은 170명 정도였고 입원 환자는 203명이었습니다. 3월 14일엔 경남도가 휴업할 뜻을 내비쳤고 18일 13일 동안 휴업예고기간을 둔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 다음 4월 3일 들어 5월 2일까지 30일 동안 휴업을 하고 9일 내일 열리는 경남도의회를 지켜본 다음 폐업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진 : 그 새 쟁점에 변화가 좀 있었지요? 경남도가 처음에는 누적 적자를 가장 문제점으로 꼽았으나 나중에는 노조 때문에 못한다고 바꾼 것 같은데요.

 

주 : 휴업 예고 기간 시작되는 18일 홍준표 지사가 그런 발언을 했습니다. 진주의료원은 강성노조의 해방구라고요. 4월 3일 휴업을 하면서는 강성에 귀족까지 더해 강성귀족노조라며 진주의료원은 더 이상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라 강성귀족노조의 병원이며 강성귀족노조를 위해 혈세를 낭비할 수는 없다고 나섰습니다.

 

물론 진주의료원 구성원을 비롯해 폐업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공공의료 축소와 민주주의 후퇴를 계속 문제 삼았습니다만, 대체로 경남도 주장에 따라 쟁점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진 : 경남도가 칼자루를 쥔 갑이니까 진주의료원 구성원이나 반대쪽에서는 그에 따라 수비를 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2. 진주의료원노조가 거부했다는 구조조정의 실상

 

주 :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는 오늘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에 대한 이념 공세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홍 지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뒤이어 13일 전국노동자결의대회와 18일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경남에서 열기로 했습니다. 당분간 경남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진 : 진주의료원 노조쪽에서는 홍 지사의 어떤 발언을 두고 명예훼손이라 주장합니까? 강성 노조, 귀족 노조, 해방구 이런 표현들인가요?

 

주 : 예. 강성 귀족 노조라고 매도했다는 것입니다. 진주의료원 노조와 강성 귀족은 전혀 무관하다는 얘기입니다.

 

진 : 좀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시죠. 주 : 먼저 경남도의 주장입니다. 만성 적자인데도 노조가 경영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의료원 신축 이전 뒤 해마다 40억~60억원 적자가 난 2008년부터 경남도가 36차례 경남도의회가 11차례에 걸쳐 구조조정 등을 요구했는데도 노조가 모두 거부했다고 합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사진.

진 : 노조는 뭐라고 하나요? 경남도의 주장을 인정하는지 궁금합니다.

 

주 : 물론 인정하지 않습니다. 경남도와 도의회 구조조정의 전제는 특성화 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노인요양전문병원으로 말씀입니다.

 

진 :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지요?

 

주 : 저도 처음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 분야를 진료하는 지금과 달리 요양 전문으로 특화하면 그에 맞춰 직종과 구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지금 구성원 대부분이 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는 것입니다. 이런 요구를 노조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진 : 노조로는 생존권이 걸려 있으니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노조에서 내놓은 대안을 없었던가요?

 

주 : 노조는 의사 인력을 보강하고 진료 과목을 늘려 내실을 갖춤으로써 환자 숫자를 늘려야 만성 적자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그런 쪽으로 하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진료에는 의사가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2009년 의사 다섯 명이 사직한 뒤 채우지 못해 환자가 적어도 500명은 돼야 하는데 계속 250~300명을 유지해 왔다는 것입니다.

 

진 : 틀리지는 않는 말 같은데요. 의료진이 튼실해야 환자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테고, 환자가 많이 들어야 적자도 줄이거나 없앨 수 있을 테니까요. 경남도 반응은 어땠는지요?

 

주 : 경남도는 한 마디로 잘랐다고 합니다. 노조 안은 구조조정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진 : 그 말도 맞네요. 보통 구조조정은 규모를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노조 안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주 : 하지만 노조 처지에서 보자면, 빠져나간 의료진 인력을 보강해 달라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싶어요. 그 때부터 줄곧 진료에 차질이 생겼으니까 말입니다.

 

진 : 구조조정을 바라보는 양쪽의 시각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군요. 경남도는 규모를 줄여 적자를 해소하려 하고, 노조 쪽은 진료를 정상화해 적자를 해소하려 하고 말입니다. 그렇다 치고, 강성 귀족 노조 여부를 둘러싼 다른 쟁점도 있는가요?

 

3. 연봉 3100만원에 임금동결 체불을 감수하는데도 강성이다

 

주 : 보건의료노조 쪽에서는 이렇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6년 동안 임금이 동결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노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일곱 달 넘게 임금 체불을 감수하는 노조가 어째서 강성노조냐는 것입니다. 만약 강성이라면 임금 인상과 체불 해소를 위해 당장 투쟁에 나서지 않았겠느냐는 얘기입니다.

 

귀족노조라는 규정도 노조는 받아들이지 못하는데요, 이렇게 하다 보니 7년 근무한 사람 월급이 170만9000원 수준이고, 진주의료원이 신분이 준공무원인데도 공무원과 견줘 봉급이 70% 수준, 다른 지방의료원과 비교해도 80% 수준밖에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연봉 평균이 3100만원밖에 안 되는 귀족이 어디 있느냐는 얘기입니다.

 

오마이뉴스 사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제공.

 

진 : 이번 얘기는 노조가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연봉 3000만원 수준으로는 귀족 노동자라 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주 : 이밖에도 경남도는 지난 기간 감사에 걸린 비리 사실을 들고 또 나아가 1999년 노사 대립 국면에서 원장 감금 폭행이 있었다고 짚었으며 인건비 비중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지나치게 높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노조는 비리는 노조와 무관하고 원장 감금 폭행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또 인건비 비중이 높은 까닭은 수입이 적기 때문인데 수입 확대를 못한 책임은 경영진에게 반박했습니다.

 

4. 노조가 명예퇴직수당을 먼저 요구했다는 홍 지사의 거짓말

 

진 : 이밖에 명예퇴직수당 문제도 있지 않았나요? 홍 지사가 명예퇴직수당으로 노조가 1억3000만원을 요구했다고 전국 방송에 대고 얘기했거든요.

 

주 : 노조 쪽이 좀 억울한 것 같습니다. 노조가 이번에 명예퇴직을 하면서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습니다. 말하자면 원래부터 체결돼 있던 단체협약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단체협약도 특별 대우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고요, 공무원들 명예퇴직수당 지급 규정과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제공.

 

진 : 그렇다면, 홍 지사가 거짓말한 셈이 되나요?

 

주 : 그래서 공무원보다 진주의료원 명퇴수당이 높은지 낮은지를 한 번 알아봤습니다. 명예퇴직 대상은 보통 20년 이상 근무했고 정년은 10년 안팎 남은 사람입니다.

 

9급으로 시작한 공무원은 8급 승진에 평균 3.2년, 7급 승진에 4.5년, 6급으로는 11.4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발푭니다. 이 경우를 명퇴수당을 계산하는 공식에 따라 해 보면 정년 10년이 남은 20년차 공무원은 1억3884만3000원이 됩니다. 진주의료원 1억3000만원은 이보다 조금 낮은 수준입니다.

 

진 : 그렇네요. 사실 명예퇴직이 말만 명예퇴직이지 정년도 보장해 주지 않고 그냥 쫓아내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명퇴수당으로 이렇게 대가를 얹어주는 것은 일반 기업에서도 흔한 일이고요.

 

주 : 홍 지사가 크게 부풀린 것은 조금 의도성이 있어 보입니다. 진 : 그나저나 노조와 경남도가 한 번 만나보기는 했는지 모르겠어요?

 

5.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경남도

 

민중의 소리 사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제공.

주 : 만난 적이 없습니다. 경남도는 자기가 사용자가 아니라면서 원장이랑 대화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폐업 결정이나 휴업 실행 등은 경남도가 전적으로 권한을 갖고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사용자인 셈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노동조합법상 노조가 구성원 전체를 대표하는 권한이 법적으로 인정되는데요, 그런 권한을 갖고 사용자를 만나 교섭도 하고 단체협약 체결도 하고요. 이런 면에서 전체적으로 보자면 강성 귀족 노조 주장은 경남도의 일방적인 매도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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