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마산해양신도시는 가포신항 준설토 처리장

김훤주 2013. 2. 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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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금요일 MBC경남의 라디오 광장에서는 MBC경남의 김상헌 기자와 함께 마산해양신도시 문제를 두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마산해양신도시는 제가 알기로는 그 자체 필요성보다는 준설토 처리 문제 때문에 제기됐습니다.

그에 대한 미주알고주알을 한 번 풀어놓아 봤습니다. 경기 부양을 위한답시고, 발전 패러다임을 다른 데서 찾을 줄은 모르고, 기왕 있어온 토목 건축 자본 투입으로 해결하려 한 데서 온 미래의 재앙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1. 무학산 둘레길을 걸어보셨나요?

김상헌 : 마산만이 메워지고 있습니다. 돝섬 앞바다 마산해양신도시 건설 현장에는 흙둑이 4m 높이로 1차 호안축조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정률이 80%를 넘었고, 이르면 3월  말에 준설토를 쏟아붓기 시작할 것이라고 합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진.


김훤주 : 그렇습니다. 지난해 7월 6일 매립 공사를 시작해 10월에 흙둑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호안 1차 축조가 끝나면 가포신항 정박지를 위해 준설하고 있는 흙을 여기 호안 안쪽에 쏟아붓는 것입니다. 전체 길이는 1.4㎞ 정도인데요, 면적은 대략 10만㎡, 3만 평으로 마산해양신도시 전체 면적 63만㎡ 19만 평의 15%에 이릅니다.

김상헌 : 호안축조공사는 1·2·3차로 나눠 진행된다지요. 계획대로라면 내달 완공되는 것은 1차, 2차는 10월, 마지막 3차는 내년 중반에 완공됩니다. 그러면 마산만 한가운데 3.2㎞짜리 둑이 생기는 셈인데 매립은 도심에서 가장 먼 데부터 한답니다.

김훤주 : 김상헌 기자는 혹시 무학산 둘레길을 걸어본 적이 있으세요?

김상헌 : 한 차례 걸어본 적이 있는데요, 그런데 둘레길 얘기는 왜 하시나요?

김훤주 : 저도 몇 차례 걸어봤는데요, 겨울에도 때를 잘 맞추면 볕이 발라서 따뜻하기까지 합니다. 어쨌든 둘레길을 따라 서원곡에서 만날재·밤밭고개가 있는 쪽으로 걸으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데요, 마창대교 너머로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와 눈맛이 시원합니다.

제가 찍었습니다. 2011년 사진.


그러다가도 바로 앞으로 눈길을 잡아당기면 아이파크 아파트 같은 건축물 때문에 갑갑함을 느끼는데요, 만약 호안 안쪽을 준설토로 메우는 작업이 시작되면 진짜 가관일 것 같아서 하는 말이지요.

김상헌 : 그렇겠네요. 그렇게 매립하는 과정에서 바닷물이 뿌옇게 탁해지기도 하겠습니다.

김훤주 : 예, 안그래도 물생명시민연대를 비롯한 여러 환경단체들이 특히 눈여겨보는 대목이지요. 그렇게 바닷물이 더러워지면 마산어시장 횟집 장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거고요.

김상헌 : 그런 부분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김훤주 :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여태 보도된 내용을 죽 훑어봤는데 창원시가 그런 부분에 대해 보상을 하거나 예방을 하는 등 대책을 세웠다는 얘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 공사 현장 바다에 둘러쳐져 있는 오탁방지막뿐인 것 같아요.

2. IMF 때문에 시작한 마산해양신도시 건설

김상헌 : 마산해양신도시는 2016년 완공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산해양신도시는 어떻게 해서 시작이 됐는가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훤주 : 우습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1997년 터진 IMF 사태 때문에 시작이 됐습니다. 만약 IMF로 우리나라 건설 경기가 망해먹을 정도로 가지 않았다면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은 없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김상헌 : 잘은 모르겠지만, 바닥을 치는 건설 경기를 살리려고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을 시작했다는 얘기로 들리네요.

김훤주 :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추진했다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마산해양신도시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국토부가 추진했던 것은 가포신항이었습니다. 1970년대까지 마산 도심에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1970년대까지 남아 있던 가포 일대에 3만톤급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항구를 짓자는 것이었습니다.

김상헌 : 그래요? 그러면 가포신항과 마산해양신도시는 어떤 관계인가요?

김훤주 : 가포에 항구를 짓고 커다란 배가 드나들도록 하려면 바다가 충분히 깊어야 합니다. 그런데 가포 앞바다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다 밑에 있는 모래나 자갈 바위 따위를 파낼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게 파낸 준설토를 쏟아부을 투기장이 바로 마산해양신도시인 것입니다.

김상헌 : 항구에 필요한 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준설을 하고, 그렇게 퍼낸 준설토를 쌓아서 바다를 메우고 육지를 만든다는 얘기로군요.

김훤주 : MRG라고 아시죠?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 말씀입니다. 정부가 수익 예측 조사를 하고 나중에 완공된 뒤 그 예측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부분을 일정하게 나랏돈으로 보전해 주는 제돈데요, 1998년 IMF 직후 정부가 기업의 투자 확대 촉진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내는 세금을 연기처럼 날려버리고 있는, 유료도로인 마창대교, 거가대교와 엄청나게 적자를 내고 있는 김해경전철 등등과 함께 가포신항도 그 때 시작이 됐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상헌 : 그런가요? 그러면 가포신항은 어떤 조건으로 누가 만들고 있어요?

김훤주 : 민자 3092억원과 국비 2828억원이 투입된다는데요, 사업자로 돼 있는 주식회사 마산아이포트는 현대산업개발이 25% 대주주고요, SK건설(16%) 고려개발(15%) 한일건설(15%) 경남도(10%) 창원시(10%), 송천건설(5%) 원아종합건설(4%) 등이 참여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입니다.

가포신항이 완공되면 통째로 국가에 기부채납한 다음, 50년 동안 무상 운영 권한을 갖게 됩니다. MRG는 없지만 상당한 이권이 주어지는 셈이고요, 모기업이 건설 과정에 참여해 갖고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것은 기본이고요.

3. 수익성이 전혀 없는데도 지어지는 가포신항

김상헌 : 운영에 어려움은 없는가요? 진해신항도 있고 해서 운영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김훤주 : 원래는 2011년 완공 계획이었습니만, 지난해 말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이마저도 지켜지지 못하고 아직 완공도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운영 예상은 첫 해인 2012년에 컨테이너 물동량이 15만5000TEU, 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한 대분을 뜻하는데요, 이렇게 나왔지만 실제 지난해 5% 정도밖에 안 되는 7892TEU였다고 합니다. 믿을 수밖에 없는 정부기관인 마산지방해양항만청 집곕니다. 그래서 가포신항 경제성은 시작 단계부터 문제라고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김상헌 : 그런데도 지어졌고 그 때문에 마산해양신도시도 덩달아 만들어지는군요.

김훤주 : 맞습니다. 그런데도 창원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마산해양신도시 조성이 늦어지면 가포신항만 개장이 늦어지고, 그렇게 되면 협약에 따라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 해에 100억원이 된다면서요.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신항과 인공섬이 탄생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4. 마산 사람도 잘 모르는 마산해양신도시의 실제 모습

김상헌 : 저도 마산해양신도시를 잘 모르지만, 마산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마산해양신도시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인근 주민들은 앞으로 완공되는 2016년까지 꼼짝없이 이런 흙둑을 바라보고 살아야 할 텐데, 어째서죠?

김훤주 : 저희 경남도민일보 같은 보도매체의 책임도 없지 않겠지만,(김상헌 기자 : 저희 MBC경남도 마찬가지지요) 창원시가 실상을 똑바로 알리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 큰 것 같습니다.

심지어 바닷가에 바로 붙어 있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마산 앞바다에 무슨 공사가 벌어지고는 있지만 그것이 바다를 매립하는 것인 줄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심지어 제방을 높이는 재해방지사업이거나, 아니면 공원을 만드는 사업으로 잘못 아는 사람도 있고요.

김상헌 : 그렇게 매립되는 면적은 얼마나 되는가요?

김훤주 : 육지 부분에 이어붙이지 않고 섬 모양으로 매립을 한다고 하는데요, 매립 면적은 가포신항에 항로를 내면서 퍼내는 준설토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처음에는 13m 깊이로 파낸다고 해서 해양신도시 면적이 112만 2000㎡, 34만 평이었습니다. 그런데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반대 여론 때문에 수심을 12.5m로 줄였습니다. 그랬더니 매립 면적이 63만㎡로 축소됐습니다. 수심 50㎝로 50만㎡가 줄어든 셈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이에 시민단체쪽에서는 12m까지 줄일 수 있다 하고 정부는 더이상 줄일 수는 없다고 합니다. 만약 50㎝를 더 줄이면 매립 면적은 20만㎡를 더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5. 활용 계획조차 뚜렷하지 않은 해양신도시

김상헌 : 그렇게 만들어지는 인공섬 마산해양신도시에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가요? 창원시는?

김훤주 : 글쎄 그조차 뚜렷하지 않다고 합니다. 보통은 매립을 하기 전에 사용 계획을 세우는데 지금은 대체적인 계획, 아웃라인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업비도 얼마인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5월 창원시 의회 의결에 이어 7월 6일 공사를 시작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섰는데요, 서항부두에서 중앙부두 앞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섬에 업무복합지구 17.1%, 연구개발·업무복합지구 13.8%, 숙박시설지구 3.5% 등 용도로 사용한다는 계획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적자가 발생하면 창원시는 얼마든지 상업지구로 변경해 분양할 수 있고, 그러면 원도심 상권(이미 공동화가 진행돼 있는)도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박완수 창원시장이 최근에는 여기에다가 CECO 같은 컨벤션센터를 짓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관계 공무원한테 지시한 적도 있습니다.

6. 갖은 환경재해까지 예상되는, 개발을 위한 개발

김상헌 : 지금까지 김 기자가 꼽은 문제점은 그러니까 경관이 나빠지는 것과 어시장을 비롯해 기존 도시 상권이 피폐해지는 것인데요, 이밖에도 어떤 문제가 예상되나요?

김훤주 : 그 인공섬에 9000가구 이상 규모 아파트를 전제로 해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됐는데요, 먼저 이런 아파트에 들어가 살 사람이 그만큼이나 많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있는 것 같고요. 그밖에도 문제는 많다고 합니다.

김상헌 : 지난해는 진해 신항 건설 현장에서 깔따구로 문제가 되기도 했잖아요?

둘 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해 웅동 신항 건설 현장에서 찌은 깔따구 사진. 마산해양신도시 현장에서도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김훤주 : 사람들이 그런 것 다 기억하고 있어요. 해양신도시 건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거죠. 지난 여름에 이미 매립 현장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태풍 매미 때와 같은 침수 피해도 예상되고요,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문제도 그대로라고 환경단체들은 꼽습니다. 바닷물 오염과 썩는 냄새 같은 악취, 깔따구 같은 해충 대규모 발생 등도 함께 꼽힙니다.

김상헌 : 결국은 가포신항 때문에 마산 사람들이 환경 재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네요.

김훤주 : 그렇습니다. 사업성도 경제성도 없는데 개발 그 자체를 위해 개발을 하게 되고, 그렇게 하게 된 개발이 다시 맹목적으로 다른 개발을 하도록 만드는 악순환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본보기가 마산해양신도시 사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김상헌 : 어쩌면 지금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통합 창원시 청사 위치 선정보다 더 크고 중요한 문제인 것 같네요…….

김훤주
토건국가를개혁하라개발주의를넘어생태복지국가로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지은이 홍성태 (한울아카데미,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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