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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외양간서 볏짚 먹는 소와 수레 끄는 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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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 가운데는 공장에서 만든 사료를 먹지 않고 자라는 소는 매우 드뭅니다. 한꺼번에 무리지어 놓고 기르지 않는 소도 마찬가지 매우 드뭅니다. 모두 소고기 전단계로만 보지 일하는 일꾼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볏짚이나 콩깍지 같은 여물을 먹고 옛날 외양간이나 마굿간에서 자라는 소가 그래서 저는 아마 사라지지 않았겠나 여기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경남 거창에서 봤습니다. 2012년 10월 3일입니다. 이 녀석은 아주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바닥이 질퍽거리지도 않았고 먹이도 아주 깨끗한 볏짚이었습니다. 여물통도 아주 깨끗하고 멋졌습니다.


마을길을 스윽 지나가는데, 여물을 되새김질하는 소가 안으로 보였습니다. 열린 문으로 들어갔더니 마루에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모습이라 사진을 한 장 찍고 싶다고 했더나 그러라 하셨습니다. 일소냐고 여쭸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하셨습니다.

소한테 다가갔더니 소가 놀랐는지 마구 소리를 지르면서 아래 사진처럼 밖으로 뛰쳐 나오려 했습니다. 할머니가 소를 향해 무어라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마도 다잡는 내용이지 싶었습니다.
소한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곧바로 돌아나왔습니다. 나오면서 보니까 거기 대나무에 옥수수가 걸려 있었습니다. 내년에 씨앗으로 쓸 요량으로 집주인이 말리고 있었겠지요.

비좁은 사육장에서 성장촉진제 맞아가면서 아무 맛도 없는 사료나 씹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다른 소들이 보면 매우 부러워하게 생겼습니다.

저는 또 일소를 보는 행운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경북 영천 보현산 자락에서 만났습니다. 2012년 10월 4일이었습니다. 물론, 원래 뜻 그대로 일소는 아니었습니다. 쟁기나 가래를 끌면서 논일 밭일 하는 그런 소는 아니었습니다.

소를 부리는 할아버지한테 여쭸습니다. 할아버지 소가 논일 밭일도 할 줄 아느냐고요. 할아버지는 요즘 그런 소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기껏 해야 이렇게 멍에는 지지만 뒤에다가는 수레 정도 매달고 짐이나 옮길 뿐이라는 말씀입니다.

하기야, 이제는 소한테 일을 시킬 줄 아는 사람 자체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죄다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갑자기 2009년에 봤던 영화 ‘워낭소리’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오랜 세월 고락을 함께해 온 늙은 일소를 대신하려고 새로 사 온 송아지를 일소로 훈련하는 모습 말입니다. 제 기억에는, 할아버지는 송아지를 일소로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맙니다. 소를 부릴 줄 아는 사람도 사라졌고, 부림을 받으며 일할 줄 아는 소도 사라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대로 된 일소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니야까’라도 끌고 밭으로 나와 짐이나마 싣고 가는 소를 만난 것이 작은 누림은 절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느 시골에 가도 이제는 볼 수 없는 그런 풍경이 이미 되고 말았습니다.

김훤주
소(김진선사진집)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 사진/영상
지은이 김진선 (사진과예술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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