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또 해 넘기는 밀양 송전철탑과 해고자 문제

김훤주 2012. 12. 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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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금요일 저녁 MBC경남의 라디오광장은 제가 출연하는 2012년의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래서 올 한 해 해결을 보지 못하고 내년 2013년 내년으로 넘어가는 현안들을 한 번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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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당연히 그 중에는 여지껏 해결이 되지 않고 내년으로 넘어가는 것들이 있을 텐데요, 우리 경남 지역에서 올해 일어났던 일들 가운데 어떤 현안들이 그렇게 해를 넘기게 됐는지 한 번 알아보지요.


1. 경남에도 해고자 문제가 남아 있다

김훤주 : 예, 먼저 해고자 문제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의료·보건·복지 등 사회 안전망이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없는 사람 처지에서는 고용이 유지되느냐 여부가 아주 중요한 현실인데요. 일터에서 쫓겨나 추운 겨울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 문제가 우리 경남 지역에서 해결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김상헌 : 그렇군요.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19일 대선을 통해 당선인으로 확정된 이후 지난 며칠 동안 가까운 부산이나 울산에서 해고자들의 자살이 잇따랐는데요, 경남에서도 그렇게 해고된 채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었군요.

2009년 쌍용차 평택공장 옥쇄파업 진압하는 경찰들.


김훤주 : 이번에 목숨을 끊은 부산의 한진중공업이나 울산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22명이 자살 등으로 세상을 떠난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가 대표적입니다만, 창원공단의 대림자동차와 쌍용자동차 창원공장 등 경남에도 해고자가 발생해 있는 상태입니다.


대림은 현재 해고자 12명이 복직을 요구하며 소송을 벌이고 있고요, 쌍용차의 경우는 2009년 정리해고와 징계해고 합해 24명이 직장을 잃었습니다. 올해 들어 창원 센트랄에서도 해고자가 3명이 나왔는데요, 이밖에 비정규직 경우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도 많다고 합니다.


김상헌 : 그런 분들의 자살은 아무래도 감당할 수 없는 절망감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요? 해고로 말미암아 사회로부터 단절됐다는, 그리고 앞으로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는…….


김훤주 : 그렇습니다. 대림이나 센트랄은 법정에서 소송을 통해 복직 여부를 다투고 있고, 쌍용은 이른바 대타협을 했는데도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새 정부 5년 동안도 노동자들이 보기에는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 같으니까 이런 자살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2012년 9월 25일 마산합포구 새누리당 이주영 국호의원 사무실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이갑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창원지회장. 경남도민일보 사진.


우리 경남에서도, 올해는 아니지만, 2009년부터 지난해 2011년까지 한 해에 한 명 정도씩, 모두 3명이 해고 또는 희망퇴직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노동자들이 자살을 했습니다. 2009년 7월과 2011년 2월에는 쌍용차 창원공장 출신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고요, 2010년 10월에는 대림 출신 노동자가 자살을 했습니다.


김상헌 : 해고라는 게 단지 일터, 밥줄뿐만 아니라-밥줄도 매우 중요하기는 합니다만- 해고된 사람을 외톨이로 만들어 인간 관계와 사회 활동 전반을 파괴한다고 하더니 실제로 그런가 봅니다.


김훤주 : 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한 회사에 취직하고 나서 10년 20년이 흐르면서 인간관계가 대체로 사업장을 중심으로 형성되기 마련인데 해고돼 일터에서 떨려나게 되면 그런 인간관계도 모두 파괴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지난 2011년 연말에 불거진 롯데백화점 비정규직 집단 해고 사태의 경우는 150일 가량 천막농성을 벌이고 지역 시민사회의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 5월 복직 쪽으로 가닥을 잡는 성과를 내었습니다. 남아 있던 10명 해고자 가운데 노조 간부 2명은 퇴직하고 나머지 8명은 순차적으로 복직시킨다는 내용이었어요.


2. 주민 분신 자살까지 불러온 밀양 송전탑 문제도

김상헌 : 미운털이 박혔는지 간부 2명이 복직에서 제외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나마 복직이 돼서 다행이네요. 이밖에 내년으로 해를 넘기는 사안으로 어떤 것이 있나요?


김훤주 : 밀양 송전철탑 건설 문제가 있습니다.


김상헌 : 이 또한 한두 해 묵은 문제가 아니지요. 한전은 76만5000볼트가 지나가는 초고압 송전철탑을 밀양 다섯 개 면 지역에 건설하려 하고 지역 주민들은 전자파 피해와 재산권 문제 등을 들어 결사적으로 쓰고 막고 있지요.


김훤주 : 밀양 송전철탑 문제도, (해고자 자살과 마찬가지로) 한전의 일방적인 처리로 주민 한 분이 목숨을 스스로 끊는 일이 올 1월에 일어나 지역사회를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지역 주민이 피해를 옴팡 뒤집어쓰는데도 그에 대한 보전이나 다른 대책 없이 법에 그렇게 돼 있다는 이유로 철탑 세울 땅을 내놓으라 윽박지르기만 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을 했습니다.


김상헌 : 그래도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한전에서 태도를 조금 누그러뜨리기는 했었어요? 국회의원 주관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고요. 끝장 토론회라고 했나요? 역시 성과는 없었지요.

12월 4일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토론회.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훤주 : 정부쪽 주문이 있었던 모양인지 대선을 앞두고 한전 사장이 밀양을 찾아 그간 진행된 내용을 두고 사과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달라진 부분은 결국 없는 모양입니다. 12월 4일 국회의사당에서 토론회가 열리기는 했지만 송전선로 지중화 등 주민들의 거듭되는 요구를 한전은 비용과 건설 기간 문제를 들어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민들 요구와 주장이 분별없는 의혹 제기로 터무니없다는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김상헌 : 한전은 이 분야에 노하우가 대단한 것 같아요. 전국 각지에서 같은 문제가 수없이 발생했는데도 여태까지 실패한 데가 전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문제가 내년에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김훤주 : 주민들로서는 뭐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한 지경입니다. 밀양 해당 주민들은 송전탑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으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목하고 지지를 선언했거든요. 그런데 알다시피 떨어졌습니다.

문재인 지지 선언한 밀양 해당 지역 주민들. 경남도민일보 사진.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 왔습니다. 지역 언론에서 이 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물었는데도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밀양 주민들은 여전히 반대 입장이고 한전도 태도 변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 대책 없이 한전이 다시 공사를 밀어붙일 경우 지난해 이치우 어르신 분신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3. 창원시 새 청사 입지 선정도 해 넘기고


김상헌 : 해고자 문제, 밀양 송전철탑 문제, 다들 우울한 얘기뿐이군요. 좀 밝은 소식은 없나요?


김훤주 : 아, 미안합니다. 제가 그런 사례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창원시청 청사 입지 선정 문제를 한 번 살펴볼까요? 밝은 내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울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요.


김상헌 : 창원시청 청사 입지 선정 문제는 좀 복잡하게 꼬여 있는 것 같아요. 창원시 집행부는 의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하고 창원시의회 의원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지요. 게다가 최근에는 마산쪽 의원들과 집행부가 기싸움을 벌이는 기색도 보이는 것 같던데요.


김훤주 : 2010년 통합을 앞둔 시점에 나온 이른바 통준위 합의 내용대로 마산 지역과 진해 지역을 새 청사 입지 1순위로 명시한 조례를 제출하라고 마산쪽 의원들이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진해쪽 의원들 동의를 얻어 의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고 보는 거겠지요.

그런데 새 청사 입지 문제만 놓고 보자면 박완수 창원시장이 매우 옹색해지고 말았습니다.


김상헌 : 왜죠?


김훤주 :  홍준표 신임 도지사가 도청을 마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고 당선이 됐어요. 박완수 창원시장이 새 청사 입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한 방 맞은 셈이죠.

그동안 줄기차게 통준위 합의대로 마산 지역에 새 청사가 들어서야 한다고 요구해 온 마산 사람들로서는 도청이든 창원시청이든 어느 하나만 들어와도 되는, 말하자면 양 손에 모두 떡을 든 셈이 됐어요.


김상헌 : 본인으로서는 억울한 구석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동안 박완수 시장이 새 청사 입지 문제를 제 때 시원하게 풀어내지 못하면서 지금 청사를 그대로 유지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하게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죠.

창원 사람들에게는 그게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마산이나 진해 사람들에게는 배신이나 다름 없는 일이지요. 그러면서 두고두고 논란과 갈등을 부추기게 됐고요.


김훤주 : 내년에 이 문제가 어떻게 풀리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쪽으로 결정난다 해도 박완수 시장으로서는 이런저런 조건에 등을 떼밀리는 모양새를 벗어나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4. 수몰 위기 내몰린 함양 용유담 문제도

용유담.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상헌 : 이밖에 함양 지리산 골짜기 관광지로 이름높은 용유담에 대한 명승 지정도 해를 넘기게 됐어요? 지난해 그러니까 2011년 12월 8일 문화재청이 지정을 예고했는데 법대로라면 올해 안에 가부간에 결정을 내야 하는데 지난 6월에 이어 이번 12월에도 다시 심의를 보류하는 바람에 명승 지정 예고 자체가 효력을 잃게 됐다고 합니다만.


김훤주 : 그래서 용유담을 다시 명승으로 지정하려면 다시 지정 예고 절차를 거쳐야 하게 생겼습니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여기에다 지리산댐을 짓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는데요.

여기를 명승으로 지정해 버리면 그대로 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대를 수몰시키는 지리산댐 건설은 불가능해지는데, 이번에 다시 문화재청이 발을 빼게 되면서 국토해양부에다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토건족들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보기라고 하겠습니다.)

5. KAI 민영화 여부와 한철터 진해화학터 오염 정화도 내년으로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상헌 : 사천에 있는 KAI 민영화와 마산 지역 월영동 한국철강터 토양오염 정화 문제도 해를 넘기게 됐지요? KAI 민영화의 경우 대선 이틀 앞서 열린 본입찰에서 그동안 KAI 인수 의사를 강력하게 밝혀 왔던 대한항공이 불참하는 바람에 유찰이 됐다고 들었어요.

김훤주 : KAI, 그러니까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사천과 진주를 비롯한 서부 경남 지역 핵심 이슈가 돼 있는데요, 여태 지역 여론은 민영화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부실기업인 대한항공에는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말씀하신대로 유찰이 됐고, 최대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새 정부 출범 전에는 입찰이든 수의계약이든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박근혜 당선인이 이 문제에 대한 태도를 선거 기간 중에는 물론이고 당선된 이후에도 밝히고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여전히 안개속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상헌 : 주택건설업체인 부영이 사들인 마산의 한국철강터 오염 문제 해결도 해를 넘기게 됐네요. 같은 부영이 사들인 진해 지역 진해화학 터 오염 정화도 마찬가지고요.

한국처랑터 전경.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해화학터.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훤주 : 한철터 문제는 2006년 불거졌습니다. 2003년 1600억원을 들여 사들인 한철 마산공장 24만제곱미터 가운데 60% 정도가 중금속 등으로 오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부영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숨기기만 했고요, 그 뒤 옛 마산시로부터 한철과 부영 모두 정화조치 명령을 받았지만 서로에게 책임을 미룬다든지 하면서 여지껏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해화학터 정화도 마찬가지 상태로 알고 있습니다.


김상헌 : 참 여러 답답한 문제들이 쉽게 풀리지 않고 해를 넘기는군요. 대충 훑어보니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이 관련된 사안들 같은데, 그런 사람들이 조금만 더 신경을 쓰거나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하거나 아니면 공익을 개인 이익보다 우선시한다면 어렵지 않게 풀릴 것 같은데, 어쨌든 갑갑한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지게 생겼습니다.

(뒤쪽 두 단락은 시간이 모자라서 방송에서는 다하지 못했습니다.)


김훤주

변방의사색시골교사이계삼의교실과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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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계삼 (꾸리에,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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