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선(56) 이야기샘상담연구소 소장은 나이 마흔에 세상으로 나온 여자랍니다. 그 때까지 최혜선 소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두 딸을 낳아 길렀습니다.

가정에서 맞닥뜨린 해결 과제도 없지 않았지만 사회에서 다른 이들의 문제까지 함께 풀어보려고 애써왔고 또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꺾이지 않고 나름대로 새로운 방안을 찾아 좀 더 나은 쪽으로 실타래를 풀어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로 비행 청소년을 상대하는 최혜선 상담사

“요즘 뭐 하세요?” 11일 저녁 창원 성산구 사파동 사회교육센터에서 만난 최혜선 소장에게 던진 첫 질문이었습니다. 상담 활동을 하는 줄은 알고 있지만 요즘 들어 하고 있는 상세 내용은 몰랐기 때문이랍니다.
 


“법무부에서 대안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여기 오는 청소년들 상대로 교육을 하고 있어요. 대안교육센터는 의령에 있던 소년원이 바뀐 거예요.”

의령 소년원이라…… 기억을 더듬으니 2004년인가 의령군 용덕면 소상리 용덕정보통신고 건설 현장에서 지역 주민들이 이에 반대하면서 분신을 시도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법무부에서 창원 소년원 산하로 교육기관을 지으면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던 것입니다. 그 뒤 용덕관광정보고등학교로 문을 열었다가 2007년에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법무부 대안교육센터는 2007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어떤 아이들이 오느냐 하면 이렇습니다. ①법원이나 검찰에서 맡긴 비행 청소년 ②교육조건부로 법원에서 기소유예 판결을 받은 청소년, ③학교생활 부적응 학생. 대안교육을 중심으로 삼아 그이들의 비행을 예방하는 기구가 대안교육센터인 셈입니다.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창원지방검찰청 근처 대한빌딩에 공간이 있는데 여기에 오는 청소년들에게 상담과 교육을 하는 전문강사로 있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가을 '이야기샘상담연구소'(블로그
http://blog.daum.net/chs1445)도 열었네요. 소장이에요. 상담을 하다보니 상담 받는 사람 비밀이 보장되는 공간이 필요해서요. 상담 대상은 어른 아이 가리지 않는데 아무래도 청소년이 많아요. 물론 혼자만 상담하지 않고 가족 이를테면 부모도 함께 하지요. 그래야 제대로 할 수 있고 효과도 크거든요.”

나이 마흔에 세상에 나온 까닭은


최혜선 소장은 나이 마흔에 이르기까지 특별히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지도 않았고 학생운동이나 시민운동 여성운동 같은 사회운동에 몸을 담은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청소년들을 돌보는 활동을 하고 있으니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냥 가정주부로 살았어요. 1997년인가 마흔 줄에 접어들면서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창원여성의전화와 부설 창원 성폭력상담소에서 공부도 하고 상담도 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가정폭력·성폭력 상담을 하면서 세상에 나왔지요.

특별한 계기는 아니겠지만 주부로 살면서 우리 사회에 여성이라서 겪는 문제랑 맞닥뜨린 적이 있었어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요되는 불이익이 많더라고요. 게다가 여성으로서 권리를 찾으려니 절차랄까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웠어요. 그래 생각이 들었죠. ‘나처럼 배운 여자도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데 사정이 더 어려운 여자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었어요.”


그런데 최 소장이 지금 하는 일은 여성 분야가 아닙니다. 처음 시작을 여성 분야에서 했고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처음 몸담은 분야에서 벗어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은 줄 알고 있는데…….


“90년대 후반만 해도 여성의 처지가 아주 어려웠어요. 여성운동이 활성화됐고, 몇 해 지나니까 나름대로 여성의 지위가 상승이 돼서 저 같은 사람은 없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2002년 12월에 법무부 창원 보호관찰소에서 연락이 왔어요. ‘교육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그러니 와서 교육 좀 무료로 해달라’고요.”


그러면서 최 소장은 슬쩍 지나가는 말투로 “요즘은 ‘여성 시대’잖아요?” 했습니다. 어라? 운동을 하는 여성에게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말인데?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그이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게 말한 배경이 이해가 됐습니다. 보호관찰소에서 경험한 바가 남달랐던 것입니다.


보호관찰소에 오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다양합니다. 모두 범법자인데 갖가지랍니다. 가정폭력도 있고 성폭력도 있고 성매매도 있고 마약(류)사범도 있습니다. 물론 청소년 범죄자들도 있습니다. 이런 활동 가운데 최 소장은 2004년 6월 전원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보호 가해자 상담센터’를 꾸리고 센터장을 맡았습니다.

여성운동 출신이면서도 ‘남자가 진짜 불쌍하다’는 사람

“처음에 가정폭력 가해자 교육을 맡았습니다. 가해자들을 만나면서 남자들이 진짜 불쌍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사람들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자기 이야기를 절대 남들에게 않는 거죠. 스스로를 억누르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어요. 나름 참고 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굉장히 안 됐더라고요.

여자들은 이야기를 하면서 푸는데, 남자도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참다 보니 폭발하고, 폭발하면 아내를 구타하고, 아내를 구타하니 이렇게 나와 처벌을 받게 되고…….”


그래도 맞는 여자가 손해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긴 하다면서도 시대가 달라졌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시기였어요. 상담기관 같은 데서 남편 폭력 대응 방법을 잘 알려줬지요. 그래서 여자들은 나름 굉장히 지혜가 생겼는데도 남자들은 그것도 모르고 계속 폭력만 하고 변하려고 할 줄을 몰라요. 그래서 붙잡혀 와 추한 모습을 보이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남자를 이용하는 여자도 없지는 않아요.”

2004년 당시 최 소장은 이런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구멍 뚫린 가슴을 어쩌지 못해 채팅을 하였고 그녀를 딱 한 번 자신의 차 안에서 팬티를 벗긴 것뿐인데…. 현장을 아내가 사람을 사서 잡을 줄이야. 그녀의 남편에게 알리지 않는 대가로 집의 명의를 아내에게 넘겼는데 왜 이렇게 매일 사람을 못살게 들볶느냐는 것이다.”

이는 남자 얘기입니다. 여기 맞서는 여자 얘기는 이렇습니다. “결혼 생활 20년에 남은 이 배신감 그 지긋지긋한 고생들, 나에게는 돈을 안 쓰고 쓸데없는 여자에게 아까운 돈을 쓰다니…….”

최 소장은 창원 보호관찰소에서 활동하며 청소년도 맡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청소년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죄의식이 하나도 없어서 오토바이 훔친 아이한테 주인이 불쌍하지 않느냐? 물으면 ‘내가 마음에 들어 가져가는데 뭐가 문제냐?’는 투였다고 합니다. 최 소장은 이런 아이들이 있는 이상 ‘대한민국은 곧 멸망한다’고 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성매수를 한 어른들은 그래도 변화가 있는데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물론 처음에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거기 재미를 붙여 계속 만났는데 지나고 보면 원점으로 돌아가 있어요. 너무 잘하고, 제 말도 아주 잘 듣고 해서 나가서 올바른 아이가 돼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몇 번의 만남 그런 것으로 변화가 안 된 거지요. 자기 집안이 변하지 않으니 다시 비행을 저질러서 와요.”

최 소장은 여기서 처음 한계에 부닥쳤답니다. 도저히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태 배운 공부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창원대학교 일반 대학원 교육학과 상담 심리 전공이었습니다. 창원보호관찰소 일은 2006년 5월까지 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일을 시작한 데가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자비사에 있는 마야청소년쉼터. 2006년 11월에 ‘취직’을 했습니다. ‘남자 청소년’이 대상이고 ‘단기’가 아닌 ‘중장기’ 생활보호시설이었습니다. 최 소장은 여기서 아이들과 숙식을 같이했고 3교대로 24시간 일을 했습니다.
 

“같이 살면서 좀더 많이 돕고 생활지도도 많이 하면 바로 될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취직했고, 다시 애들과 상담을 시작했어요. 쉼터에 오는 애들은 상담하기조차 힘든 경우가 많아요. 어쨌든 정부에서 받는 그 돈으로 최고 음식과 최고 옷으로 최선을 다하면 변할 것이다, 하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달라 하고 고마워하지도 않고 그러면서 불평불만은 그렇게 많더라고요. 도저히 이해가 안 됐어요. 1년이 지났는데도 성공 사례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너무 이상했지요.”

말하자면, 대학원에서 공부한 바가 큰 도움은 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최 소장에게 닥친 두 번째 한계였습니다. 최 소장은 정신분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가족 상담도 공부했습니다. 경남가족상담연구소(소장 김도애)에서 ‘프로이트’를 공부하면서 아이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 양육을 못 받으면 매우 문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다섯 살 되기 전에 부모 양육과 사랑을 못 받은 애들은 문제가 있다, 그 뒤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힘들다, 였습니다. 무력증이 심해요. 맨날 잠만 자고 의욕도 없는 까닭이 여기 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최하 세 살까지는 엄마아빠가 키운 애를 받자’고 했습니다.

논란도 있었지만, 이렇게 하니 2008년 들어 애들이 조금씩 변했고 쉼터 전체 분위기도 아주 좋아졌습니다. 다섯 살 이후 이혼 등으로 가정이 해체된 아이들은 별 문제가 아니었어요. 애들 목표 의식도 생겼고요, 좀더 끌고 가면 정상적인 사회인이 돼서 나라에 이바지하는 국민이 될 수 있겠다 싶은 보람도 느꼈습니다. 

물론 어린 시절 부모 양육을 못 받아 문제가 매우 많아져버린 아이들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까 (마야청소년쉼터 같은 데가 아니라) 국가가 특별히 치료기관을 만들어 보살펴야 맞다고 생각하고요.”


“희망과 목표를 주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전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고 스펀지나 블랙홀 같았어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 난 안 될 거예요’ 했는데 나중에는 성적을 올리려고 밤 한 시 두 시까지 공부하기도 했어요. 같이 안 자면서 가르쳐 줬지요. 일곱 가운데 둘이 대학을 갔습니다. 대학 갈 수 있는 애가 더 있었는데 부모가 기다리고 지켜주지 않으니까, 돌아갈 데가 없으니까 목표가 생겼다가도 금방 까부라지더군요.”


“마야 쉼터에서는 아이들한테서 우울함이 없어지고 명랑한 얼굴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대안교육센터에서는 수강하는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좋아요. 또 아이들이 저를 믿고 의지하니 좋아요. 가만 생각해 보니까, 경찰·검찰에 가서 대변해주거나 자기 야단하는 사람한테 맞서거나 알바 가서 월급 적게 받았을 때는 가서 따졌는데, 부모들도 하지 않았던 일인데 그렇게 자기 지켜주고 앞으로도 지켜줄 것이라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보통 이런 쉼터에서는 사람이 3년을 못 버틴다고 합니다. 최 소장은 2010년 10월까지 4년 동안 일했습니다. 지금도 쉼터에서 함께 지낸 일곱 친구와는 지금도 연락이 되고 만남도 한답니다. 특별하게 에너지가 많아서일까요? 최 소장은 ‘주님의 사명’이라 했습니다. 그이는 크리스천입니다.

지난날 어려움은 지금 활동의 피와 살

청소년 상담사인 그이의 지금 직책은 이야기샘상담연구소 소장과 창원대안교육센터 전문강사. 또 있습니다. 박사과정 대학원생. 올해 경남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학과 교육심리 전공에 진학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그이는 상대방에게 내놓기만 하고 베풀기만 했을까? 잘 사는 편이 아닐 텐데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먹고사는 문제요? 딸 둘이 있는데 결혼 등 자립해 크게 돈 들 일이 없고요, 상담하면서 다 돈을 받아요. 사실 상담은 공짜로 하면 효과가 떨어져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무료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창원여성의전화에서도 많이 배웠지만, 마야 쉼터, 창원보호관찰소서는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하고 전혀 몰랐던 사실들을 날것 그대로 보고 듣고 알게 됐어요. 지금 하는 일에 피가 되고 살이 됐어요. 여태 살아왔던 지난날들이 절대로 걸림돌이 아니고 엄청난 부가가치를 줬습니다. 이리저리 부르는 데가 많아 바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힘든 일이 아니고 행복하니까 이쪽으로 계속 몰입을 합니다.”


“지난 날이요? 계속 달려왔다고만 생각했는데 막히면 그것을 극복하는 식으로 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좌절이 엄청 많았던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까 그게 한 단계 상승을 위한 준비 또는 시련이었던 것 같아요. 항상 생각을 많이 하고, 다른 좋은 방법이 없나 찾아보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제 학교 부적응 비행 청소년 분야 상담이 제 궤도에 올랐다고 느껴져요. 최선을 다해 진정성 있게 도와서 정신과 약까지 먹었던 애가 멀쩡해지면 부모도 깜짝 놀라기 마련이거든요.”


김훤주

동화로열어가는상담이야기수용과공감의지혜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지은이 박성희 (이너북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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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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