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국회의원의 외유와 특권 사이 상관 관계

김훤주 2013. 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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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회의원은 공짜가 많다

4일 어제는 MBC경남의 라디오광장에서 ‘국회의원 외유와 특권’에 대해 김상헌 기자랑 얘기를 나눴습니다. 제 일터인 경남도민일보에서 조금 떨어진 MBC경남 방송국에 가서 생방송으로 진행하는데, 가자마자 김상헌 기자가 물었습니다. “철도·선박·항공기는 (국회의원들이) 공짜로 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제가 방송 원고에다 그게 다 공짜라고 적었거든요. 저도 최근 매체에 보도된 바를 바탕으로 그렇게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들으니 제가 잘못했나 싶었답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국회법 31조에 ‘의원은 국유의 철도·선박과 항공기에 무료로 승용할 수 있다’고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철도청이 2005년 한국철도공사로 전환하면서(국영에서 공영으로 바뀌면서) ‘국유인 철도·선박과 항공기’가 사라졌고 이에 따라 ‘무료 승용’은 아니고 ‘별도 교통비 지원’으로 바뀌었다고 나왔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무료 이용’은 아니고 ‘교통비 지원’이었습니다. ‘사실상’ 무료 이용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위원인 우리 경남 김해갑의 민홍철 민주당 국회의원. 경남도민일보 사진.


그나저나 이렇게 해서 방송을 했는데, 하는 도중에 또 국회의원들이 ‘쪽지’ 청탁으로 자기네 민원성 토목 예산은 늘린 반면 줄어드는 예산 또한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장면에서 제가 준비하지 못한 대목을 짚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관련 예산 808억원도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김상헌 기자는 이렇게 상황을 꿰고 있었습니다. 저는 반면에 어영부영이었고요.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얘기를 주고받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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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결특위는 외유를 왜 서둘렀을까?

김상헌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 계수조정소위원회 위원들의 외유, 해외 시찰이 문제가 되고 있죠? 342조원에 이르는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인 1일과 2일 장윤석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과 새누리당 김학용·김재경·김성태·권성동 의원, 민주통합당 최재성·민홍철·안규백·홍영표 의원 등 여야 계수조정소위 위원 등 9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1일과 2일 해외시찰을 떠났어요. 예산안 통과가 되자마자 나갔으니, 무슨 까닭인지 모르지만 참 다급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다급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1월 15일까지 해외출장 관련 예산을 집행하지 않으면 반납하게 돼 있었던 것입니다. 9박10일 10박11일 이런 일정이었으니 하루라도, 한 시라도 출국을 서둘러야 했던 것입니다.)

고드름 너머로 보이는 국회의사당. 뉴시스 사진.


김훤주 : 1일 출국한 팀은 오전 6시 예산안이 통과된지 아홉 시간만인 오후 3시에 공항을 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 국회는 예산 심사를 어떤 시스템으로 하는지 연구한다는 명목인데요, 한 팀은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나갔습니다. 멕시코·코스타리카·파나마 등을 둘러보는 일정입니다. 다른 한 팀은 아프리카 시찰에 나서서 케냐·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을 둘러보고,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돌아옵니다.

김상헌 : 이번에 국회의원들이 들르는 나라들을 보면 모두 따뜻한 나라들인데요. 하필이면 온 나라를 꽁꽁 얼어붙도록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에 그런 나라들을 골라잡았는지 모르겠어요.

김훤주 : 이처럼 행선지가 보여주는 바랑 내세운 명목이 어울리지 않아서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할 일은 제대로 못했으면서도 놀러 가는 일만 챙겼다는 얘깁니다. 놀 때 놀더라도 예결특위 위원이면 예산안 심사는 제대로 했어야 하고 계수 조정 소위 위원이면 명목이나 용처가 합당한지 따져 금액을 조절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3. 놀 때 놀더라도 일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김상헌 : 그러게 말씀입니다. 예결특위도 계수조정소위도 회의조차 하지 않고 예산을 4조원이나 늘렸다고 하죠?

김훤주 : 호텔 밀실에 모여 기록도 남기지 않고 예산안을 확정했답니다. 새누리당 장윤석 위원장,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간사인 김학용·최재성 의원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과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1주일 동안 '계수조정'을 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경남의 진주 을 지역구의 새누리당 김재경의원과 김해 갑 민주통합당 민홍철 의원을 비롯해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은 제각각 500억원 이상 4500건에 이르는 '쪽지예산'을 받아줬습니다.

우리 경남의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위원인 새누리당 김재경 국회의원. 경남도민일보 사진.


그런데도 회의 한 번 열지 않았고 그래서 어떤 과정을 거쳐 무엇 때문에 예산을 늘렸는지 기록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주먹구구로 예산을 늘린 셈인데요, 반면 예산을 줄이는 심사에서는 회의도 모두 여섯 차례나 열고 속기록도 남긴 것과는 크게 대조적입니다.

4. 여야 구분 없이 쪽지 청탁에 놀아난 나랏돈


김상헌 : 쪽지예산이 문제군요. 4500건이나 된다고요. 평균 내면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이니까 1인당 15건 정도 청탁 쪽지를 내밀었다는 얘기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입니까?

김훤주 : 증액된 예산을 원래 예산과 견줘보면 좀 알 수 있는데요, 새누리당부터 볼까요. 이한구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은 예산이 37배가량 늘었습니다. 원래는 5억 원뿐이었지만 182억 원이 많아진 187억 원으로 편성됐습니다.

황우여 대표의 지역구 인천 연수구도 애초 예산이 5억원이지만 세 가지 사업이 더해지고 원래 예산까지 늘어나면서 55억원으로 50억원이 늘었습니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건립 증액분 615억원은 여기 포함하지 않고 별도로 계산했습니다.

서병수 사무총장의 지역구 해운대구 예산도 68억원에서 133억원으로 두 배 많아졌고요, 예결위원장인 장윤석 의원 지역구인 경북 영주는 54억원이 증액됐습니다. 예결위 간사인 김학용 의원 지역구인 경기 안성시는 당초 2억 원에서 51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예결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과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경기도 남양주시 예산은 모두 115억5000만 원 가량 늘었고, 실세로 꼽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는 20억 원이 많아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몫도 있습니다. 18대까지 지역구로 삼았던 대구 달성은 국립대구과학관 운영비가 47억 원에서 59억 원으로 늘었고 유세에서 약속한 '춘천·속초 고속화철도 조기 착공' 50억원과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5억원도 추가됐습니다.

김상헌 : 늘어난 예산이 있으면 줄어든 예산도 있을 텐데, 어떤가요?

김훤주 : 토목 예산 민원성 예산은 늘었지만 자기를 대변해 줄 세력이나 조직이 없는 이들을 위한 예산은 줄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의료비 보조 예산이 2824억원 줄었습니다. 춥고 배고픈 데 더해 돈이 없으면 병원도 갈 수 없게 된 셈입니다.

5. 일반 국민도 나랏돈으로 해외여행 시켜주면 모르지만

김상헌 :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자기 돈도 아닌 나랏돈을 들여 외유를 가고 있습니다. 지금 외국에 나가 있는 의원들이 예결특위 9명뿐만이 아니라 하죠? 보건복지위 오제세 유재중 양승조 의원 등 3명은 인도 싱가포르, 농림수산식품위 최규성 김재원 김영록 3명은 타이 미얀마, 국토해양위 박상은 박수은 2명은 동티모르, 정무위 김영환 민병두 송광호 박민식 이종걸 송호창 김영주 7명은 유럽 등으로요.

김훤주 : 이번에 국민들 비판이 드높아진 또다른 까닭이 여기에 있는데요, 이처럼 외유 성격이 짙은 해외 출장인데도 관련 경비가 전액 국가 예산으로 집행된다는 점입니다. 제대로 일도 못하면서 특권은 절대 놓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국회는 반성이나 자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 사무처는 이번 예결특위 외유에 대해 해마다 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관행적으로 해 온 일이라면서 별 일 아니지 않느냐는 태도를 보였거든요.

왼쪽부터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 김학용 새누리당쪽 예결특위 간사, 최재성 민주당쪽 예결특위 간사. 뉴시스 사진.



김상헌 : 그런 관행도 문제지만 그런 관행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더 문제를 키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날 행적을 보면 그런 특권의식이 두드러져요. 지난해 4·11총선 직후 풍경만 봐도 충분합니다.

임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5월에, 국방위 정무위 예결특위 외교통상통일위 농림수산식품위 의원들이 줄줄이 나갔고, 나간 의원들은 죄다 19대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았거나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들이었죠.

김훤주 : 위로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런 위로를 나랏돈으로 한다는 건 어째 좀 그렇네요.

6. 자기 봉급 인상율을 스스로 결정하는 국회의원의 특권


김상헌 : 옛말에도 있어요. 백성들은 가난한 데 대해 분노하기 보다는(不患貧) 고르지 못해서 더 분노한다(患不均)는 것이죠. 일반 국민들도 국고 지원을 해서 나라에서 해외 여행을 보내준다면 무슨 문제가 되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손도 댈 수 없는 데에서 자기네들만 특권을 누리니까 비판이 쏟아지기 마련인데, 이런 이치를 잘 모르는지 아니면 그냥 무시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밖에 어떤어떤 특권들이 있을까요? 잘 알려지기로는 국회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랑 국회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이 생각납니다만.

김훤주 : 그 두 가지는 헌법에 규정된 특권인데요, 그것 말고도 국회의원 특권이 숱하게 많습니다. 200가지도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월급에 해당하는 세비를 가장 먼저 꼽고 싶습니다. 의정 활동에 드는 돈은 전액 지원이 되는데도 별도로 받는 세비가 2013년의 경우 1억3796만원이나 됩니다. 4인 가족 도시 근로자 한 달 평균 소득이 2011년 417만9368원(연봉 5015만2416원)인데 이보다 세 배 가량 많아요.

게다가 국회의원들은 자기 월급을 자기가 결정하거든요. 이런 경우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습니까? 지난해 11월에 자기네 월급을 자기 손으로 20% 올렸습니다. 올해 공무원 월급 평균 인상율 2.8%에 비교해도 터무니없고, 법정최저임금 시간당 4580원에서 4860원으로 280원 오른 6.1%와 견줘도 엄청납니다.

7. 진정성 전혀 없는 그이들의 특권 포기 선언


김상헌 : 그 때도 엄청나게 국민 비판이 쏟아졌지요. 때문인지 민주통합당은 세비 30%를 자진 삭감하겠다는 안을 내놓았고, 새누리당은 그보다 앞서 특권 포기 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훤주 : 그렇지만 진정성은 없었다고 해야겠죠, 결과를 보면요. 민주통합당 30% 삭감안은 아직 국회 운영위에 계류돼 있을 뿐이고요, 새누리당 선언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체포 동의안은 부결됐고요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예산 국회가 공전된 부분의 무노동에 대해서는 그냥 아무 말 없이 넘어갔으며 의원연금 제도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전혀 손대지 않았습니다.

김상헌 : 맞아요. 의원 연금이라는 게 전직 국회의원들 모임인 헌정회 회원 가운데 65살 넘은 사람에게 죽을 때까지 평생 동안 한 달에 120만원씩 꼬박꼬박 챙겨주는 것인데, 이번 예산안에 전혀 다치지 않고 고스란히 반영됐다지요. 128억원이요.

김훤주 : 명목이 헌정회 지원금인데요, 기득권 특권 지키기에는 여야 구분이 없었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노후연금을 120만원 받으려면 다달이 30만원씩 30년을 넣어야 한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을 하루만 해도, 나중에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도, 다른 재산이 많아도, 다른 연금을 받는 것이 있어도, 아무 탈 없이 65살만 되면 평생 동안 받을 수 있고요, 그래서인지 이에 대해서는 여도 야도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8. 국회의원회관 자체가 특권 덩어리


김상헌 : 국회의원들이 그밖에도 무슨무슨 특권을 누리는지 한 번 알아볼까요? 철도·선박·비행기를 사실상 공짜로 타고 다니는 것은 기본이겠지요?

뉴시스 사진.



김훤주 : 제가 보기에는 국회의원회관 자체가 특권 덩어리입니다. 주차장도 의원 전용이 따로 있고 출입문도 엘리베이터도 의원 전용이 따로 있고요 심지어 국회도서관조차도 의원 전용 열람실이 따로 있습니다. 게다가 국회에 있는 이발관·미장원·헬스장·목욕탕, 의료시설은 공짜입니다. 의원실도 외국은 보통 10평 안팎인데 우리나라는 45평이나 됩니다. 물론 사용료는 내지 않습니다.

김상헌 : 뿐만 아닙니다. 공항 귀빈실·VIP주차장 출입, 입국·출국할 때 공항 수속 보안검색 약식 처리, 골프장 가서 골프 칠 때는 회원권 소지자 차원 우대……. 그리고 상임위원장에게는 한 달에 1000만원씩 한 해 1억2000만원에 이르는 판공비가 추가로 나온다고 하더군요. 도의원이나 시·군의원은 안되는데 사무실 운영 경비와 우편요금도 지원을 받고요.

김훤주 : 저도 한 번 꼽아보겠습니다. 세비 말고도 수당이나 지원금 명목으로 따로 받는 돈이 한 해 평균 9915만원, 후원회·출판기념회 후원금 연평균 7000만원, 보좌관 7명과 인턴 2명 인건비 3억9846만원, 자동차 기름값 연간 1320만원, 차량 유지비 420만원도 주어집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는 돈입니다.

김상헌 : 이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입법권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도입한 것들이라지요? 우리 유권자가 당신네 일 잘 하니까 그런 정도는 누려도 된다 이렇게 챙겨준 게 아니고요. 이렇게 해서 국회의원 자체가 특권층이 되고 만 것 같은데, 이런 특권층이 보통 일반 사람들 사정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지 생각이 들 정도네요.

김훤주 : 그렇죠. 이런 특권층은 일반 서민들 심정을 잘 모릅니다. 보통 사람들을 위해 일할 줄도 모르고요. 다만 득표를 해야 당선이 되니까 표를 따라 다닐 뿐이죠. 그러니까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가 잘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아 갑갑한 노릇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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