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베테랑 정보형사가 보는 촛불정국

기록하는 사람 2008. 6. 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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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 의원은 어청수 청장 구속을 강하게 요구했다.

얼마전 베테랑 정보과 형사 출신 경찰관과 현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정보과에 있지 않지만, 20여 년 전인 87년 6월항쟁보다 훨씬 앞선 시기부터 정보파트의 여러 분야를 거친 분입니다.

직업 특성상 이 경찰관의 신원이 드러나면 곤란해질 수도 있으므로 철저히 익명으로 처리합니다.


-서울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다.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은 물론 그를 구속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이명박 대통령이 어청수 청장을 자르면 공권력의 상징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래서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상황이 마무리될 때쯤 여론무마용으로 청장을 교체할 수도 있겠지만, 현 상황이 지속되는 한 중간에 자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찰의 사기는 완전히 떨어지게 되고, 도저히 (시위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경찰청장이 물러나면 (시위대가) 더 기가 살아 다음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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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허준영, 이택순, 어청수 청장.

-어청수 청장은 경찰 내부에서 어떤 사람인가.


"허준영 청장이라고 있었다. 그 분은 정말 존경받는 분이었다. 지금도 그 분의 집 앞을 지나는 경찰관들이 집을 향해 거수경례를 붙이고 갈 정도다. 이후 이택순 청장은 그야말로 운이 좋은 분이었다. 상황에 따라 처신을 잘했다. 그에 비해 어청수 청장은 좀 요란한 스타일이다. 그냥 조용히 계시는 분은 아니다."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무리한 진압이 없는데, 혹 진압경찰이 모두 서울로 가버려서 진압할 여력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도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2~3개 중대만 남겨놓고 나머진 모두 서울에 간 적도 있었다. 아마 10일에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번 재보궐 선거 때문에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이 선거에 집중하느라 그동안 시위 일선에 나서지 못한 요인도 있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격시위를 자제한 점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 정국이 해결될 수 있겠는가.

"자율규제 정도론 해결이 안된다. 재협상을 하든지, 최소한 재협상에 버금가는 보충협상 정도라도 하고 내각을 전면 개편해야 누그러질 것 같다."

-이미 쇠고기 문제만이 아닌 것 같은데.

"맞다. 쇠고기 문제만이 아니다. 새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에 대한 반발이다. 내가 볼 땐 정부의 정책 중 옳은 것도 있다. 공기업 구조조정 같은 건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나 개혁은 진짜 어려운 것이다. 혁명보다 어렵다. 혁명이야 싹 쓸어버리면 되지만, 개혁은 일일이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가면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과거 개발독재 시절을 생각하는 것 같다. 회사에서 사장이 결정하면 모든 직원이 따라가듯, 정부도 그렇게 밀어부치면 되는 걸로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회사와 정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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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빗속의 부산 촛불집회.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났습니다. 내가 보는 시국과 그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경찰관들도 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엇이 문제인지쯤은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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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지역신문 기자의 고민과 삶을 담은 책. 20여 년간 지역신문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지역신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서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지역신문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촌지, 살롱이 되어버린 기자실, 왜곡보도, 선거보도 등 대한민국 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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