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부처님도 못 막은 서울-지방 차별

김훤주 2011. 12. 31. 07:00
반응형
2011년 9월 23일부터 11월 6일까지 경남 합천에서는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이 열렸습니다. 사람들은 관람권을 1만원인가 8000원인가를 주고 사서 들어가 구경을 하곤 했습니다.

이 가운데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에 들어가 있는 대장경 진본이 나들이 나와서 사람들한테 선을 보인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왕창 몰리기도 했습니다.

지금 장경판전에 들어 있는 경판들은 옛날과 달리 일절 구경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장경판전까지도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고 있는 터라 더욱 사람들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에 나들이나온 경판조차 눈으로 볼 수만 있을 뿐 사진 찍기는 금지돼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9월 29~30일 진행된 '합천 명소 블로거 탐방'에 참여한 블로거들도 불만이 적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래서 경남도민일보 9월 26일치는 당시 풍경을 전하는 기사에서 "대장경 천년관에 전시된 팔만대장경 진품 앞에서는 관람객들이 떠날 줄을 모르며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유리 진열장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기도 했다.

진품 대장경은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어 행사장 담당자는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거나 진열장을 만지는 것을 막느라 종일 분주했다." 서울 전시회와 견주면 '우끼는 짜장'들이 완전 '쌩쇼'를 한 셈입니다.


11월 15일부터 12월 18일까지 서울 국립 고궁 박물관에서 치러진 '초조대장경 판각 천년 기념 특별전 - 천년의 기록, 내일을 열다'에서는 거기 나온 진본에 대한 사진 찍기가 제한 없이 허용됐습니다. 

앞서 합천에서 진행한 행사와 달리 관람료조차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돈에 팔려 사진 찍기 허용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국립 박물관에서 하기 때문에? 사진 찍기를 허용하지 않는 까닭이 사진을 찍느라 플래시를 터뜨리면 그 대상이 상하기 때문이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공식이 성립돼야 합니다. "서울에서 또는 국립 박물관에서는 사진을 찍어도 그 대상이 상하지 않지만 합천에서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천년관'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 대상이 손상된다."

이럴 리는 없습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서울과 지방 또는 국립 박물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건물을 차별하는 사람들 생각이 그리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대장경 경판이 입이 있어서 "서울 나들이에서는 사진 찍기를 허용해 주고 지방 나들이에서는 사진 찍기를 허용해 주지 말라."고 요구했을 리도 없습니다.

부처님도 막지 못한 서울과 지방의 차별이 여기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사진 찍기가 허옹된다기에 얼씨구나 좋구나 하고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필요하시면 누구든 마음껏 가져가 쓰시기 바랍니다. 다만 출처만큼은 밝혀주시고요. 제대로 잘 찍지 못한 사진이라 좀 많이 쑥스럽기는 합니다만.

김훤주
팔만대장경
카테고리 종교 > 불교
지은이 일궁 (밝, 2008년)
상세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