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아침부터 순찰차에서 낮잠자는 경찰관

김훤주 2011. 12. 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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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격자>를 보면(제 기억이 잘못됐을 수도 있습니다만) 바로 옆에서 피튀기는 살인이 끔찍하게 벌어지고 있는데도 경찰관이 순찰차에서 잠을 자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심지어 호출이 울리는데도 받지 않고 말입니다.

이런 장면은 사실 살인이 얼마나 얼마나 지독한지, 지금 이 순간 살인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고립된 상태에 있는지, 그런데도 세상은 참으로 얼마나 무심하게 흘러가는지를 슬쩍 빗대어 일러주는 소품 노릇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보면서 현실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으리라 여기게 됩니다. 물론 실제로 따져보면 그와 같은 일이 날마다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장면을 눈으로 보고 말았습니다. 12월 22일 오전 10시 조금 넘어서 합천군 청덕면을 지나고 있을 때였습니다. 도롯가에 순찰차가 있고요, 그 순찰차는 시동이 켜진 채로 위에 매단 경광등까지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부터 경찰관이 나서서 단속을 해야 하는 그런 사건이라도 벌어졌나 보다 여기면서 살그머니 지나가려 했습니다. 그러면서 슬쩍 옆으로 눈을 돌려보니, 안에 있는 경찰관은 태도가 영 아니었습니다. 의자가 뒤로 젖혀져 있었습지요.

저는 여기서 두 가지를 짚고 싶습니다. 첫째는 이른바 근무 태만입니다. 아침부터 자빠져 자는 경찰관이라니요. 그것도 두 사람이 한꺼번에 말입니다. 물론 밤샘 근무가 있었을 수 있고 그래서 무척 피곤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지휘관이 바로 집으로 보내 쉬도록 하는 편이 맞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국민=주민에 대한 무시입니다. 왜 이렇게 자빠져 주무시는 시간과 장소를 백주와 대로를 선택하셨습니까? 국민=주민이 쳐다봐도 그런 눈길에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배짱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잠이 쏟아지거들랑, 이런 도롯가를 벗어나 차라리 순찰차를 끌고 들판 한가운데 농로에 쳐박히거나 임도를 타고 들어가 산기슭 그늘에 숨거나 했으면 낫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런 장면에서 경찰관의 근무 태만보다는 자기네가 섬겨야 하는 국민=주민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 태도가 더 거슬립니다. 너희들이 우리 경찰관을 어떻게 보든 전혀 신경쓸 바가 못 된다, 이런 자세가 말입니다.

국민 여러분은 아무 필요 없다, 주민 여러분 또한 마찬가지다, 경찰청장 조현오 합천경찰서장 김흥진 경남지방경찰청장 황성찬 등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 설마 이런 생각을 잠자는 저 경찰관들이 하는 것은 아닐까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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