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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의 창동 오동동이 제게 특별한 추억이 있는 그런 거리는 아니랍니다. 물론 1986년 마산 창원에 온 뒤로 창동의 이 거리와 오동동의 저 골목에 있는 술집들에서 이런저런 선배 후배 동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신 적은 많습니다만.
또 부림시장 먹자 골목이나 창동 쪽의 고갈비 골목에 집회나 시위를 마친 뒤에 들러 시국을 논하고 앞으로 펼쳐질 정세를 진지하게 가늠해 보곤 한 기억도 없지는 않습니다.
어쨌거나 마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도 않았고 청년 시절을 보내지도 않은 저 같은 사람에게는 창원 또는 마산에 지금 살고 있다 해도 창동이나 오동동이 아련한 얘깃거리로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히려 먹을 만한 거리가 곳곳에 박혀 있는 그래서 그런 먹을거리를 맛보고 싶을 때 한 번씩 찾아가는 그런 곳이라고 해야 알맞겠습니다. 그런 술집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묵도리'랍니다.
제가 여기 묵도리를 오래 전부터 드나들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여름에 가까운 미나미라는 술집을 찾아가다가 그 날 따라 무슨 마음이 생겼는지 그냥 들러 본 데가 '묵도리'였습니다.
그런데 나오는 안주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입이 짧지는 않지만 인공 조미료를 갖고 갖은 '장난'을 해댄 먹을거리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세상 살면서 그렇지 않은 음식만 골라 먹을 수 없는 노릇이기는 합니다만. ^^
물론 여기 묵도리의 안주들이 그런 '장난'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여깁니다. 틀림없이 다른 여느 술집이랑 마찬가지로 화학 조미료를 넣고 공장에서 만든 간장 된장 고추장을 쓰며 원재료를 중국 같은 데서 가져온 고춧가루 참기름 따위를 쓸 것입니다.
그래도 묵도리는 그렇게 하는 정도가 좀 덜한 것 같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양념 따위로 통째로 범벅을 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음식 재료의 원래 맛이 살아 있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오리찜이 먹고 싶어지면 '묵도리'에 갑니다. 묵도리에서 하나에 8000원 하는 가오리찜을 주문하면 크지 않은 찐 가오리가 양념을 두른 채 나옵니다.
그러면 저는 양념을 살짝 옆으로 걷어내고 뜯어먹습니다. 결 따라 발라지는 고기는 제대로 씹히는 느낌을 줍니다. 그런 다음 뼈도 오도독오도독 씹어먹습니다. 고소한 기운이 입 안에 확 번집니다.
이번에 아는 사람과 찾았을 때도 가장 먼저 이 가오리찜을 시켰습니다. 다 먹은 뒤에는 생선구이를 주문했습니다. 생선 종류는 그 날 그 날 다른데요, 이번에는 조기가 다섯 마리 굽혀져 나왔습니다. 마찬가지 양념은 좀 걷어내고 먹습니다.
이렇게 먹으면 소주 두 병과 맥주 세 병 정도가 비워집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낙지볶음을 시켰습니다. 아무래도 생물(生物)이 아닌 냉동 낙지일 공산이 크겠지만 그렇게 질긴 편은 아닙니다. 양념을 발라내고 입에 넣으면 씹는 맛이 오돌오돌합니다.
차림표에는 대구뽈찜도 있고 제가 그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먹지 않습니다. 다른 데 입맛에 맞는 대구뽈찜을 하는 밥집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제가 입이 아주 까탈스러운 것처럼 보이겠습니당~~
이렇게 세 가지 안주를 먹고 나면 좀 얼큰하게 취합니다. 둘이서 마주 앉아 세상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기에는 딱 안성맞춤이지요. 간혹은 옆엣사람들 주고받는 말에 귀를 기울여도 재미가 있습니다. 아, 저렇게 세상을 보고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싶을 때가 한 번씩 있습지요.
물론 이 집이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벽입니다. 전에 벽지를 하얀 색으로 깨끗하게 발랐을 때가 좋았는데, 이번에 가니까 덕지덕지 낙서가 돼 있었습니다. 좀 거북스러운 그림도 그려져 있었고요.
또 있습니다. 서민들 드나드는 술집이 모두 그렇기는 하지만, 때로는 다른 손님들이 지나치게 떠들 때도 있습니다. 이러면 저는 그만 자리를 다른 데로 옮기고 맙니다. 또 하나,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됩니다. 이상하게 받지 않더라고요.^^
김훤주
또 부림시장 먹자 골목이나 창동 쪽의 고갈비 골목에 집회나 시위를 마친 뒤에 들러 시국을 논하고 앞으로 펼쳐질 정세를 진지하게 가늠해 보곤 한 기억도 없지는 않습니다.
어쨌거나 마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도 않았고 청년 시절을 보내지도 않은 저 같은 사람에게는 창원 또는 마산에 지금 살고 있다 해도 창동이나 오동동이 아련한 얘깃거리로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히려 먹을 만한 거리가 곳곳에 박혀 있는 그래서 그런 먹을거리를 맛보고 싶을 때 한 번씩 찾아가는 그런 곳이라고 해야 알맞겠습니다. 그런 술집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묵도리'랍니다.
제가 여기 묵도리를 오래 전부터 드나들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여름에 가까운 미나미라는 술집을 찾아가다가 그 날 따라 무슨 마음이 생겼는지 그냥 들러 본 데가 '묵도리'였습니다.
그런데 나오는 안주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입이 짧지는 않지만 인공 조미료를 갖고 갖은 '장난'을 해댄 먹을거리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세상 살면서 그렇지 않은 음식만 골라 먹을 수 없는 노릇이기는 합니다만. ^^
밑반찬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 묵도리의 안주들이 그런 '장난'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여깁니다. 틀림없이 다른 여느 술집이랑 마찬가지로 화학 조미료를 넣고 공장에서 만든 간장 된장 고추장을 쓰며 원재료를 중국 같은 데서 가져온 고춧가루 참기름 따위를 쓸 것입니다.
그래도 묵도리는 그렇게 하는 정도가 좀 덜한 것 같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양념 따위로 통째로 범벅을 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음식 재료의 원래 맛이 살아 있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오리찜이 먹고 싶어지면 '묵도리'에 갑니다. 묵도리에서 하나에 8000원 하는 가오리찜을 주문하면 크지 않은 찐 가오리가 양념을 두른 채 나옵니다.
그러면 저는 양념을 살짝 옆으로 걷어내고 뜯어먹습니다. 결 따라 발라지는 고기는 제대로 씹히는 느낌을 줍니다. 그런 다음 뼈도 오도독오도독 씹어먹습니다. 고소한 기운이 입 안에 확 번집니다.
이번에 아는 사람과 찾았을 때도 가장 먼저 이 가오리찜을 시켰습니다. 다 먹은 뒤에는 생선구이를 주문했습니다. 생선 종류는 그 날 그 날 다른데요, 이번에는 조기가 다섯 마리 굽혀져 나왔습니다. 마찬가지 양념은 좀 걷어내고 먹습니다.
이렇게 먹으면 소주 두 병과 맥주 세 병 정도가 비워집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낙지볶음을 시켰습니다. 아무래도 생물(生物)이 아닌 냉동 낙지일 공산이 크겠지만 그렇게 질긴 편은 아닙니다. 양념을 발라내고 입에 넣으면 씹는 맛이 오돌오돌합니다.
차림표에는 대구뽈찜도 있고 제가 그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먹지 않습니다. 다른 데 입맛에 맞는 대구뽈찜을 하는 밥집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제가 입이 아주 까탈스러운 것처럼 보이겠습니당~~
이렇게 세 가지 안주를 먹고 나면 좀 얼큰하게 취합니다. 둘이서 마주 앉아 세상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기에는 딱 안성맞춤이지요. 간혹은 옆엣사람들 주고받는 말에 귀를 기울여도 재미가 있습니다. 아, 저렇게 세상을 보고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싶을 때가 한 번씩 있습지요.
물론 이 집이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벽입니다. 전에 벽지를 하얀 색으로 깨끗하게 발랐을 때가 좋았는데, 이번에 가니까 덕지덕지 낙서가 돼 있었습니다. 좀 거북스러운 그림도 그려져 있었고요.
가오리찜 8000원, 낙지볶음 1만원, 생선구이 1만원. 대구뽈찜은 여기서 먹지 않습니다. 다른 데 입맛에 맞는 대구뽈찜을 하는 밥집을 알기 때문입니다.
또 있습니다. 서민들 드나드는 술집이 모두 그렇기는 하지만, 때로는 다른 손님들이 지나치게 떠들 때도 있습니다. 이러면 저는 그만 자리를 다른 데로 옮기고 맙니다. 또 하나,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됩니다. 이상하게 받지 않더라고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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