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한우와 붕어에 패배한 대장경밥상

김훤주 2011. 10.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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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은 참 복도 많습니다. 합천 하면 떠오르는 대표 먹을거리가 세 가지씩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합천댐에서는 빙어가 납니다. 튀김이나 무침 등등을 해서 먹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에만 나기 때문에 좀 아쉬운 느낌이 있습니다.

같은 합천댐에서 붕어나 잉어도 납니다. 잉어찜이나 붕어찜이 빙어와 함께 합천 명품 먹을거리로 꼽힙니다. 크기도 대단하려니와 맛도 그럴싸합니다. 충분히 묵혀 흙냄새를 빼는데, 그래도 완전히 없애지 않고 적당하게 역겹지 않을 정도로 흙냄새가 나는 편이 낫답니다.

여기에 갖은 양념을 해서 찌는데요, 합천댐 붕어 등은 큰 편이기 때문에 칼집을 제대로 넣어서 양념맛이 깊숙한 데까지 스며들게 하는 것이 또 중요하답니다. 물론 합천댐 둘레 음식점에는 이런 붕어찜 잉어찜 말고도 여러 먹을거리가 많습니다.

닭이나 오리로 만드는 먹을거리도 있고요, 강원도 덕장에서 가져오는 황태로 만드는 음식도 있습니다. 또 두부로 먹을거리를 만드는 음식점도 있는데요 이들 모두 가서 먹으면 적어도 실망할 정도는 아닙니다.

1. 합천댐에 가면 붕어찜이 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경남도민일보 갱상도 문화학교'가 진행한 '합천 명소 블로거 탐방'을 준비하면서 붕어찜을 참가한 블로거들이 맛보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좋았습니다. 이른바 '대박'이라고 할만한 정도였습니다.

파르르님 사진.


참가한 블로거들이 관련한 글들을 썼는데요, 이렇습니다. 경상도 Vs 전라도 '붕어찜'맛 대결, 그 결과는(http://blog.daum.net/_blog/BlogTypeMain.do?blogid=0FEtp#ajax_history_0),
합천댐에서 잡은 자연산 붕어찜 맛 보셨어요?(
http://chamstory.tistory.com/718),
크기에 놀란 40cm 대물 붕어찜, 최고의 가을 보양식 (
http://jejuin.tistory.com/1151), [
합천맛집] 붕어찜 가시의 불편함을 날려버린 왕 누룽지 (
http://pple.net/484).

특히 경남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오신 블로거들이 많이 관심을 보였는데요, 콩나물을 얹고 양념을 많이 쓰는 등등이 색달라서 그러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파르르님 사진


이번에 들렀던 합천댐 둘레의 유성가든에는 앞서 예약할 때 들러서 붕어찜을 맛봤는데요, 그 때는 양념맛이 깊이 스며들지 않았고 흙냄새도 진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단점을 좀 없애거나 줄여달라고 주문을 했겠지요.

주인은 그러마 했습니다. 그러면서 말씀하기를 예약 않고 찾아와 바로 주문하면 그렇게 되기 십상이라 했습니다. 미리 주문하면 시간이 넉넉해 그렇게 할 수 있는데 바로 주문하면 조금 곤란하다는 얘기였습니다.

과연 그랬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뼈가 억세고 잔가시가 많아서 거추장스럽기도 하겠지만 9월 29일 저녁에 다시 찾았을 때 붕어찜은 흙냄새도 적당했고 양념맛도 살 깊이까지 스며 있었습니다.

붕어찜 밥상을 사진 찍고 있는 블로거들.


2. 합천 삼가에 가면 좋은 소고기가 있다

붕어찜과 함께 합천의 또다른 명물 먹을거리는 바로 소고기입니다. 합천의 남쪽 끝에 삼가면이 있는데요 여기 소재지인 금리에 관련 음식점이 많습니다. 적어도 합천과 경남에서는 '삼가 한우'라 하면 다들 알아주는 수준이지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삼가 한우가 왜 이름나 있는지를 잘 모릅니다. 특별한 여물을 먹이는지 아닌지 또는 특정 지역에서만 나는 소인지 아닌지 등등을 잘 모릅니다. 다만 얼핏 삼가에 도축을 잘하는 데가 있어서 고기가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삼가에 있는 이른바 '식육식당'에서는 고기를 부위에 따라 나눠 내놓지 않고 그냥 1인분 2인분 이런 식으로 팝니다. 또 여기 고기가 싸서 먹으러가 아니고 일부러 사러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식당마다 값은 다 같다고 했습니다. 200g 1인분에 1만7000원입니다.(매우 싼 편입니다. 다른 데서는 대부분 100g이나 120g 1인분에 2만원씩 받는답니다) 다만 고기 말고 내어놓는 반찬이나 채소 따위가 조금 다르답니다. 또 어떤 데는 소금구이만 한다든지 이런 차이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블로거들이 9월 30일 점심을 여기서 먹도록 준비했는데, 이 또한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삼우촌이라는 식육식당을 골라잡았는데요, 여기 말고 다른 데가 맛은 더 좋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여기를 고른 까닭은 식당이 깔끔한 데다 반찬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블로거들은 일단 고기가 괜찮다고 했습니다. 다음으로 뒤이어 나온 얘기는 돌판된장찌개가 그럴 듯하다는 것이었습니다.([합천맛집] 고기 실컷 먹은 뒤 먹은 돌판된장찌개의 추억 (http://pple.net/483)) 그리고 막판에 나온 생고기 기름무침도 좋았다고 했습니다.

한우 생고기 무침


이렇게 해서 저는 이번 탐방에 참여한 블로거들에게 합천 명품 먹을거리를 맛보게 하는 임무를 나름대로 잘 마쳤습니다. 빙어는 겨울이 아니라서 맛보게 해 드리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만.

3. 합천에는 대장경밥상도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합천 명물 음식을 고르는 과정에서 사실은 좀 고민이 있었습니다. '대장경밥상' 때문이었습니다. 합천군이 9월 24일부터 11월 6일까지 치러지는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을 앞두고 개발한 먹을거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합천군이 나름 신경써서 개발한 음식이니 이번에 오는 블로거들에게 이를 맛보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앞에 제가 말씀드린 붕어찜과 삼가 한우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답사를 가서 먹어보고는 바로 그런 생각이 싹 가시고 말았습니다. 맛도 그저그랬고 특징도 없었으며 산만할 뿐만 아니라 이름에 걸맞은 품격조차 없었기 때문에 깨끗하게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1인분에 3만원 하는 '대장경 한정식'은 비싸서 빼고 1인분에 1만5000원 하는 '채식나물 밥상'을 골랐습니다. 가격도 문제였지만 채식 위주라 골랐습니다. 해인사가 있는 고장이니만큼 그에 걸맞은 먹을거리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고기도 몇 점 있었고 원래 차림표에는 없는 생선구이(거의 튀김에 가까운)도 있었습니다. 스님이 먹는 정도로 했다면 고기맛을 내는 데는 식물성 단백질이 들어 있는 호두나 버섯 따위를 써야 적당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기대도 있었는데 밥상은 이를 배신했습니다.

대장경밥상 가운데 하나인 대장경 한정식. 경남도민일보 사진


도토리 비빔밥(7000원), 도토리 비빔밥 세트(기본 4인상 1인분 1만5000원), 그리고 어린이를 위해 개발했다는 쇠고기 덮밥·파프리카 볶음밥(9000원씩)은 아예 살펴볼 생각도 안했습니다. 밥 자리에서 한 잔씩 하기 마련인 술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합천군은 이번에 '대장경밥상'을 개발하면서 돈 꽤나 썼을 것입니다. 올해 1월 5일에 대장경밥상 개발연구 용역 최종 보고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이렇듯 좋지 않습니다. 덕분에 저는 어느 음식을 골라야 하나 하는 고민에서 해방됐습니다만.

저는 '대장경밥상'이 이렇듯 좋지 않은 결과를 낸 까닭이 있다고 봅니다. 대장경에 초점을 맞췄다면 철저하게 '스님용'으로 나가 '식물성'에 집중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것입니다. 심지어 3만원짜리 대장경 한정식에는 소고기 육전이나 칡물로 찐 흑돼지 수육 등이 들어가 있기까지 합니다.


어쨌거나 특징이 없고 이런저런 구색맞추기에 치우친 대장경밥상은 앞으로도 합천을 대표하는 먹을거리가 되지 못할 듯합니다. 대신 합천에서 나는 원료로 만드는 붕어찜이나 삼가 한우 요리 따위가 앞으로도 계속 합천 대표 음식으로 대접받을 것 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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