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유명 관광지의 버스 터미널이 이렇다면?

김훤주 2011. 6. 4. 09:10
반응형
5월 25일 오전 8시 30분께 하동군 하동읍 읍내리 하동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았습니다. 화개면 쌍계사~화개장터 십리벚꽃길 취재가 목적이었지요.

터미널에서 쌍계사 들머리까지 버스 타고 가서, 쌍계사를 둘러본 다음 화개장터까지 6㎞ 남짓 되는 길을 걸어와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일정입니다.

창구에서 쌍계사 가는 버스가 몇 시에 있고 요금이 얼마인지 물었더니 오전 8시 50분에 2600원 한다고 직원이 대답하셨습니다.

표를 산 뒤 화개서 하동으로 오는 버스는 몇 시쯤 있느냐 물었더니 직원은 "거기 가서 물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는 알 수 없느냐 다시 물었는데 직원 대답은 "여기서는 모른다"였습니다.

황당했지만,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쌍계사행 버스가 어디 있는지 찾았습니다. 출발 시각이 다 됐는데도 쌍계사행 버스는 들어와 있지 않았습니다.

다시 창구로 가서 어디서 타는지 물었지요. 직원이 뭐라 대답을 하시기는 했는데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더니 눈짓만 한 번 하시고는 아예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 더 황당한 느낌이 밀려왔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아줌마한테 물었더니 다른 지역으로 가는 8시 40분 출발 버스가 나가고 나면 그 자리에 들어온다고 말해주셨습니다. 일러주신 데서 조금 기다렸더니 바로 버스가 들어와서 놓치지 않고 탈 수는 있었답니다.

하동 말고 다른 시골 지역 터미널에서도 이런 꼴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때로 퉁명스럽기는 해도 이렇게 안내를 거부하지는 않았습니다.

버스 타는 데가 어딘지는 물론이고 돌아오는 차편이 어떻는지 말해주지 않는 경우가 다른 시·군의 버스 터미널에서는 없었다는 말씀입니다.


내린 데서 볼일 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타고 온다면 직원 말씀대로 목적지에 내려서 물어봐도 크게 아무 어려움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린 데서 도로 타지 않고 다른 데로 옮겨가 타는 경우는 미리 버스 시간을 알지 못하면 일정을 제대로 정할 수 없기가 십상입지요.

이날이 딱 그랬습니다. 쌍계사 들머리에 내리니 9시 30분이 다 돼 있었습니다. 정류장에서 읍내 들어가는 시간표를 보니 낮 12시 20분 출발이고 다음은 2시간 넘게 지나야 있었습니다.

12시 20분발 버스를 화개에서 타야겠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굴렸습니다. '여기서 화개까지는 10분 정도 걸릴 테고 일찍 출발할 수도 있으니 12시 20분에는 화개 정류장에 가 있어야 놓치지 않겠네.'

거리도 계산했습니다. 정류장에서 쌍계사까지는 700m고 쌍계사에서 화개장터까지는 6㎞가량입니다. '6㎞를 걸으면 바삐 서둘러도 1시간30분은 걸리는데 그러면 사진 찍을 시간이 별로 없겠구나.' '화개장터 밥집도 소개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11시 30분까지는 화개에 도착해야겠다.'

쌍계사는 대충만 둘러봤습니다.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직선으로 갔다 오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복스러운 마애불은 스쳐지나갔고 금당이랑 금강계단은 아예 가지 못했습니다. 불두화랑 구층석탑정도만 제대로 봤습니다.

나머지 아침 나절 염불과 울력이 어우러지며 활기 넘쳐나는 절간 풍경을 제대로 담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렇게만 하는 데도 시간은 30분남짓 걸렸습니다.

10시가량 일주문을 빠져나와 십리벚꽃길을 걷기 시작했습지요. 시간 여유가 충분하면 안팎을 드나들며 사진도 꽤 찍었겠지만 그렇게 못했습니다. 화개면 삼신리 화개초등학교 근처서부터는 숫제 뛰다시피 했습니다.

그랬어도 11시 30분 화개 장터 도착은 무리였습니다. 11시 40분 남짓 화개 정류장에 닿아 시간표를 보니, 쌍계사를 12시 20분 출발하는 버스(화개서는 12시 30분 출발) 말고도 12시 45분, 1시 30분, 1시 45분에 저마다 버스가 있었습니다.

미리 알았다면 몸도 마음도 쫓기지 않고 충분히 취재할 수 있었을 텐데 싶었습니다. 어쨌거나 화개장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는 1시 30분발 버스를 탔습니다.

2시 10분께 터미널에 내려서 보니 창구에는 "잔돈(소액)으로 주세요"와 "CCTV 녹화 중" 알림글이 아침에 본 그대로 붙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터미널 몫인 잔돈 준비 책임을 손님한테 떠넘기는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손님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협박하는 노릇입니다.

이 또한 다른 시·군 터미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관광 하동'의 이미지가 터미널에서 이렇게 '초전박살'나고 있었습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