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성년의 날에도 예산 낭비는 계속된다

김훤주 2011. 5. 3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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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은 성년의 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성년은 만 20살이 기준인 모양입니다. 올해 2011년은 1991년생이 모두 해당되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성년은 나이와 무관하게 인정되거나 말거나 했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나 다른 겨레붙이에서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입니다.

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서 구실을 할 수 있는 자질이 나이에 따라서만 갖춰지거나 말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성년식은 그에 걸맞은 통과의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무거운 바위를 들어올린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이제는 자치단체장의 축하 편지가 성년인지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됐나 봅니다 물론 이 말이 사실은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다만 쓸데없는 돈 낭비가 아까워 한 번 질러보는 소리인 것입니다.

박완수 창원시장 이름으로 보내진 편지의 봉투 앞면.

김두관 경남도지사 이름으로 보내진 편지의 봉투 앞면.


아들이 1991년생입니다. 2월에 태어났기에 한 해 일찍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이태 전인 2009년 2월에 벌써 졸업한 상태입니다. 그러고 사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들에게 성년의 날을 전후해 편지가 두 통 왔습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박완수 창원시장이 보낸 것입니다. 김두관 것은 얇은 한지였고 박완수 것은 빳빳한 카드였습니다. 박완수 것이 돈이 더 들었지 싶습니다.

김두관의 성년 축하 편지.

박완수의 성년 축하 편지.


제 아들은 여기 주소지에 없고 나가 삽니다. 제 아들만이 아니라, 학교 공부 또는 사회 활동 때문에 주소지와 다른 데 나가 사는 친구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축하 편지를 보내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받는다 한들, 시장님께서 또는 도지사님께서 이토록 자상하게 성년을 챙겨주고 축하해 주는구나 해서 고마워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어림 반 푼어치도 없습니다. 오히려 귀찮아 할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편지를 생태 관점에서 보자면 쓸데없이 나무가 또 사라지고 그로 말미암아 산소 발생이 그만큼 줄어들고 등등을 얘기할 수 있겠지만 돈으로만 따져도 그냥 낭비입니다.

우표 한 장에 250원입니다. 한지에 인쇄한 편지는 100원으로 잡고 축하카드는 500원으로 잡아보겠습니다. 주민등록 통계를 보니 1991년에 태어난 사람이 경남에 4만 390명이 있고 이 가운데 1만 5103명이 창원에 삽니다.

김두관 이름으로 편지 발송한 비용이 4만390명 곱하기 350원 해서 1413만6500원입니다. 박완수 이름으로 편지 발송한 비용은 1만 5103명 곱하기 750원 해서 1132만7250원입니다.

창원을 뺀 다른 17개 시나 군에서도 이렇게 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가정한다면, 김두관 도지사 정도 비용으로 계산해도 경남에서 885만450원이 더 들어갔습니다. 총액 3431만4200원입니다.

그런데 이런 편지 발송은 경남뿐 아니라 서울이나 경북이나 전남 같은 다른 데서도 했겠다고 쉬 짐작이 되고 따라서 올해 만 20살이 되는 전국 63만9373명을 상대로 비용을 계산해 보면 적어도 10배는 나옵니다.

김두관 도지사처럼 소박하게 한지로 인쇄해 보냈다고 본다면, 63만9373명 곱하기 350원 해서 2억2378만550원입니다. 박완수 시장처럼 호화스럽게 보냈다고 본다면 4억7952만9750원이 됩니다.

물론 적어도 백억원 단위는 돼야 보통 사람들이 많다고 여기는 정도가 됐으니 이런 2억~4억원 규모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행 최저임금 시급 4320원에 따른 월급을 100만원으로 상정하면, 박완수식 4억7952만9750원은 물론 김두관식 2억2378만550원도 적은 돈이 아닙니다. 가난한 20~40개 집안의 한 해 살림살이가 되는 돈입니다.

이런 성년의 날 축하 편지는 받는 사람에게는 아무 보람도 필요도 없고 다만 자치단체장이 자기 이름 한 번 더 알릴 수 있는 효과밖에 없다는 데 생각이 이르면 더욱 그렇습니다.

선거로 뽑힌 단체장이 다음 선거를 위해 자기 돈이 아닌 공공 예산으로 미리 선거운동을 한다고 말입니다. 게다가 이런 선거운동은 그다지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런 일이 성년의 날 말고 노인의 날에도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드는데요, 문제는, 올 한 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때마다 되풀이된다는 데 있습니다. 한 해는 2억원이지만 10년이면 20억원이 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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