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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부분 주남저수지라 하면 주남저수지 하나만 달랑 떠올리지요. 하지만 주남저수지는 가장 북쪽에 산남저수지, 가운데 주남저수지 그리고 가장 남쪽의 동판저수지 셋으로 이뤄져 있답니다. 이를 통틀어 '주남저수지'라 합니다.
이들 저수지 셋은 저마다 특징이 있습니다. 산남은 물풀이 많고 조용해 새들에게 쉼터 노릇을 하고요 주남은 거리낌 없이 시원스레 트여 있으며 동판은 왕버들 따위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그윽한 맛이 있습니다.
사람 중심으로 얘기한다면, 산남은 사람들이 별로 찾아가지 않고요 주남은 남녀노소 가림 없이 즐겨 찾지만 특히 20대 30대 청년과 잘 어울리며, 동판은 나름대로 인생 쓴맛 단맛 골고루 겪은 40대나 50대와 격이 맞다고나 할 수 있겠지 싶습니다.
주남에 견줘 동판이나 산남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자가용 자동차 중심 문화도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내버스 따위를 타고 왔다면 아예 걸을 생각밖에 할 수 없겠지만, 자가용을 끌고 왔으면 아무리 거닐어도 다시 자가용 있는 데로 돌아가야 하니까 가장 잘 알려진 주남에만 왔다가 잠깐 바람쐬고는 휭하니 떠나버린다는 것입니다.
4월 21일 비 온 다음날 아침 8시 28분 창원역 앞에서 마을버스 2호를 탔습니다. 주남저수지와 동판저수지의 돋아나는 연둣빛을 발바닥으로 느끼는 보람을 누리기 위해 나선 걸음이랍니다.
마을버스는 25분안팎이 걸려 주남저수지 들머리 정류장에 섰습니다. 주남저수지 제방 길이는 여기 왼쪽으로 휘어지는 대목에서 주남돌다리 들어가는 길목까지 1.5km남짓 됩니다.
주남저수지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좀 싱거운 편입니다. 호수처럼 물이 깊고 또 전망이 트인 반면 풍경은 단조로운 편이어서 왼쪽과 오른쪽에 조금씩 아니면 저 멀리 물가에나 왕버들 같은 것들 조금씩 자리잡고 있을 따름이랍니다.
대신 망원경을 비롯해 탐조하기에 좋은 물품들이 갖춰져 있고 또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만큼 변소 같은 편의시설들 또한 충분히 마련돼 있습니다. 아울러 생태학습관이라든지 람사르문화관 같은 건물도 들어서 있어 습지 일반이나 주남저수지에 대한 지식을 머리에 담거나 눈에 묻혀 가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하지만 일부러 여기에서 시간을 많이 쓸 필요는 없습니다. 불어오는 바람과 넓게 펼쳐진 푸른 물을 깜냥껏 맛봤다면 더 머무를 까닭 없이 아까 내렸던 버스 정류장 있는 데로 나온 다음 다시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꺾어져 판신마을로 가는 것입니다.
500m쯤 가다 만나는 버스 정류장 표지에서 오른쪽에 있는 마을로 들어가면 동판저수지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기 이 동판저수지에서는, 앞서 주남저수지에서 잠깐 맛본 연둣빛을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 연둣빛이 초록으로 옮겨가는 그런 맛도 있을 것입니다.
그 때는 마을을 벗어나 제방에 오르자마자 눈 앞으로 꽃보다 더 화사한 신록이 펼쳐졌습니다. 이어지는 풍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백로는 물가에 앉은 채로 졸고 있는지 꼼짝도 않았습니다.
하늘에서는 요즘 들어 갈수록 보기 드물어지고 있다는 제비들이 떼지어 날아다녔습니다. 아직 동판에는 이들에게 필요한 먹을거리가 풍부한 모양입니다. 바람은 소슬하게 불어오는데 날카로운 매 같아 보이는 새 한 마리도 잽싸게 곤두박질을 했습니다.
동판저수지는 적게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여기 왕버들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명물이랍니다. 주남저수지와는 달리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왕버들 무리들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집니다.
이쪽 왕버들과 저쪽 왕버들 사이에는 거울 같은 물이 그윽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떤 왕버들은 수면에 제 모습을 비춰보기도 합지요.
봄을 맞아 피어나는 왕버들 새 잎들은 멀리서 봐도 그 새로움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지 밖으로 밖으로 기운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봄에 보는 왕버들은 그것들 크기가 실제보다 더 부풀려져 보인답니다.
제방 끝에는 무점 마을이 달려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모두 습지였을 것입니다. 거기다 사람들이 흙을 메워 농사를 짓습니다. 저수지 바로 옆에 단감 밭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한여름 큰물이 지면 이것들은 필경 물에 잠기게 마련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땅이 기름지고 집과 가까워 돌보기 좋은 때문에 그대로 농사를 짓습니다.
감밭 땅바닥에는 민들레나 제비꽃 같은 꽃이 잔뜩 피어 있었습니다. 저수지 조용한 물과 거기다 뿌리박은 왕버들 같은 나무들과 사람들 손길이 스며 있는 단감나무들이 그럴 듯하게 어울려 보였습니다. 가까이 또는 멀리에 자리잡은 사람사는 집들도 이런 풍경들과 그럭저럭 조화를 이뤘습니다.
동판은 풍경이 아기자기해 그것만으로도 둘이 나누는 얘깃거리가 되겠다 싶습니다. 혼자보다는 마음 통하는 사람과 둘이서 함께 거닐면 좋겠는 제방길인 까닭입니다.
자동차를 끌고 오지 않았으니 원래 지점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답니다. 무점 종점 버스 정류장에서 10분남짓 기다렸다가 오전 11시 10분 경남대가 종점인 44번 버스를 타고 돌아나왔습니다.
동판저수지 제방은은 거꾸로 무점 종점에서 출발해도 괜찮은 길이랍니다. 물론 동판저수지 아늑함과 아기자기함을 즐기다가 반대로 주남저수지 탁 트인 풍경을 마주하면 어째 좀 허무함을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신 주남 저수지에 붙어 있는 해훈가든이나 동화주막집상회 같은 데서 술과 밥을 맛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는 있습니다. 무점 마을에는 그런 가게가 아직은 없거든요.
김훤주
이들 저수지 셋은 저마다 특징이 있습니다. 산남은 물풀이 많고 조용해 새들에게 쉼터 노릇을 하고요 주남은 거리낌 없이 시원스레 트여 있으며 동판은 왕버들 따위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그윽한 맛이 있습니다.
사람 중심으로 얘기한다면, 산남은 사람들이 별로 찾아가지 않고요 주남은 남녀노소 가림 없이 즐겨 찾지만 특히 20대 30대 청년과 잘 어울리며, 동판은 나름대로 인생 쓴맛 단맛 골고루 겪은 40대나 50대와 격이 맞다고나 할 수 있겠지 싶습니다.
그윽한 동판저수지.
아직 잎이 나지 않은 나무와 벌써 새 잎이 솟은 나무들.
주남에 견줘 동판이나 산남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자가용 자동차 중심 문화도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내버스 따위를 타고 왔다면 아예 걸을 생각밖에 할 수 없겠지만, 자가용을 끌고 왔으면 아무리 거닐어도 다시 자가용 있는 데로 돌아가야 하니까 가장 잘 알려진 주남에만 왔다가 잠깐 바람쐬고는 휭하니 떠나버린다는 것입니다.
4월 21일 비 온 다음날 아침 8시 28분 창원역 앞에서 마을버스 2호를 탔습니다. 주남저수지와 동판저수지의 돋아나는 연둣빛을 발바닥으로 느끼는 보람을 누리기 위해 나선 걸음이랍니다.
마을버스는 25분안팎이 걸려 주남저수지 들머리 정류장에 섰습니다. 주남저수지 제방 길이는 여기 왼쪽으로 휘어지는 대목에서 주남돌다리 들어가는 길목까지 1.5km남짓 됩니다.
주남저수지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좀 싱거운 편입니다. 호수처럼 물이 깊고 또 전망이 트인 반면 풍경은 단조로운 편이어서 왼쪽과 오른쪽에 조금씩 아니면 저 멀리 물가에나 왕버들 같은 것들 조금씩 자리잡고 있을 따름이랍니다.
대신 망원경을 비롯해 탐조하기에 좋은 물품들이 갖춰져 있고 또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만큼 변소 같은 편의시설들 또한 충분히 마련돼 있습니다. 아울러 생태학습관이라든지 람사르문화관 같은 건물도 들어서 있어 습지 일반이나 주남저수지에 대한 지식을 머리에 담거나 눈에 묻혀 가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하지만 일부러 여기에서 시간을 많이 쓸 필요는 없습니다. 불어오는 바람과 넓게 펼쳐진 푸른 물을 깜냥껏 맛봤다면 더 머무를 까닭 없이 아까 내렸던 버스 정류장 있는 데로 나온 다음 다시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꺾어져 판신마을로 가는 것입니다.
500m쯤 가다 만나는 버스 정류장 표지에서 오른쪽에 있는 마을로 들어가면 동판저수지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기 이 동판저수지에서는, 앞서 주남저수지에서 잠깐 맛본 연둣빛을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 연둣빛이 초록으로 옮겨가는 그런 맛도 있을 것입니다.
동판저수지 제방길에 들어 있는 두루미 모습.
그 때는 마을을 벗어나 제방에 오르자마자 눈 앞으로 꽃보다 더 화사한 신록이 펼쳐졌습니다. 이어지는 풍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백로는 물가에 앉은 채로 졸고 있는지 꼼짝도 않았습니다.
하늘에서는 요즘 들어 갈수록 보기 드물어지고 있다는 제비들이 떼지어 날아다녔습니다. 아직 동판에는 이들에게 필요한 먹을거리가 풍부한 모양입니다. 바람은 소슬하게 불어오는데 날카로운 매 같아 보이는 새 한 마리도 잽싸게 곤두박질을 했습니다.
동판저수지는 적게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여기 왕버들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명물이랍니다. 주남저수지와는 달리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왕버들 무리들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집니다.
이쪽 왕버들과 저쪽 왕버들 사이에는 거울 같은 물이 그윽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떤 왕버들은 수면에 제 모습을 비춰보기도 합지요.
봄을 맞아 피어나는 왕버들 새 잎들은 멀리서 봐도 그 새로움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지 밖으로 밖으로 기운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봄에 보는 왕버들은 그것들 크기가 실제보다 더 부풀려져 보인답니다.
햇살을 받아 실제보다 더 부풀려져 보이는 동판저수지 왕버들.
제방 끝에는 무점 마을이 달려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모두 습지였을 것입니다. 거기다 사람들이 흙을 메워 농사를 짓습니다. 저수지 바로 옆에 단감 밭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한여름 큰물이 지면 이것들은 필경 물에 잠기게 마련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땅이 기름지고 집과 가까워 돌보기 좋은 때문에 그대로 농사를 짓습니다.
감밭 땅바닥에는 민들레나 제비꽃 같은 꽃이 잔뜩 피어 있었습니다. 저수지 조용한 물과 거기다 뿌리박은 왕버들 같은 나무들과 사람들 손길이 스며 있는 단감나무들이 그럴 듯하게 어울려 보였습니다. 가까이 또는 멀리에 자리잡은 사람사는 집들도 이런 풍경들과 그럭저럭 조화를 이뤘습니다.
동판은 풍경이 아기자기해 그것만으로도 둘이 나누는 얘깃거리가 되겠다 싶습니다. 혼자보다는 마음 통하는 사람과 둘이서 함께 거닐면 좋겠는 제방길인 까닭입니다.
자동차를 끌고 오지 않았으니 원래 지점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답니다. 무점 종점 버스 정류장에서 10분남짓 기다렸다가 오전 11시 10분 경남대가 종점인 44번 버스를 타고 돌아나왔습니다.
동판저수지 제방은은 거꾸로 무점 종점에서 출발해도 괜찮은 길이랍니다. 물론 동판저수지 아늑함과 아기자기함을 즐기다가 반대로 주남저수지 탁 트인 풍경을 마주하면 어째 좀 허무함을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신 주남 저수지에 붙어 있는 해훈가든이나 동화주막집상회 같은 데서 술과 밥을 맛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는 있습니다. 무점 마을에는 그런 가게가 아직은 없거든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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