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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타고 즐기기 : 창선삼천포대교

김훤주 2011. 5. 1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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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 시내버스 정류장에 서는 버스는 모두 부두로 간답니다. 창선·삼천포대교는 부두 옆에 있습니다. 이 맞은편 정류장에서 아무 버스나 타고 부두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면 이 다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대방을 지나 실안으로 나가는 20번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대교 들머리에서 내려도 됩니다. 이러면 걷는 발품은 적게 들지만 부두와 시장의 이런저런 소리와 풍경을 듣고 보는 보람은 누릴 수 없습니다. 20번 버스를 타기 위해 시간을 미리 맞춰야 하는 까다로움이나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도 있습니다.

4월 29일 오전 11시 35분 터미널 맞은편에서 70번 버스를 타고 5분남짓 걸려 부두까지 갔습니다. 부두에는 생선을 말려 파는 노점상과 가게들, 무슨 수산 또는 무슨 무역 업체들과 수산업협동조합의 냉동창고들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삼천포 하면 쥐포와 멸치가 떠오르지요. 삼천포 쥐포는 아주 유명합니다. 베트남산 쥐포보다 맛도 좋고 값도 비쌉니다. 새벽 활어시장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부두를 따라 늘어선 가게들은 살림하는 주부들 눈길을 절로 당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엔진이나 모터 또는 자동차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험한 작업복 차림으로 바쁘게 오가는 이도 많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오른쪽 대교 쪽으로 걸으면서 마주친 일상이랍니다.

대교 들머리 소월정(055-833-0770)은 꽤 알려진 '맛집'입니다. 정오 조금 지난 때였는데 문밖에서 10분 남짓 기다려야 했습니다. 보리밥 정식(8000원)과 땡초전(5000원)과 동동주(5000원)를 주문했습니다. 밥도 반찬도 안주도 모두 깔끔했습니다.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땡초전은 톡 쏘는 매운 맛이 없어 아쉬웠고 반찬과 나물은 조금만 더 싱거우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은 아주 친절했습니다. 어쨌거나 배불리 챙겨먹고 1시 20분 즈음 길을 나섰습니다.

창선·삼천포대교는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넷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부두에서 시작한 이번 걷는 길에는 늑도대교까지 다리 세 개와 늑도 마을 고샅을 훑은 다음 초양휴게소로 돌아나와 바다와 섬을 맛보는 보람이 있습니다.

다리들에는 걸을 수 있는 길이 확보돼 있습니다. 도중에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수 있는 건널목은 있지 않습니다. 늑도까지 갈 때는 오른편 길을 따랐고 돌아서 초양휴게소로 나올 때는 반대편 길을 골랐습니다. 섬과 바다 풍경을 골고루 눈에 담기 위해서이지요.

대방진굴항. 물도 빠졌고 배도 없습니다.


부두와 대교 사이에 대방진굴항이 있습니다. 2001년 11월 찾은 적이 있는데 그 때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마을을 제법 헤집고 들어갔던 것 같은데, 지금은 큰길과 바로 이어져 있습니다. 

굴항은 배를 대려고 안쪽을 빙 돌아 돌을 쌓아 만든 바다 연못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레와 가운데에 들어선 아름드리 나무는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인상적이었으며 돋아나는 새 잎은 봄에 걸맞게 싱싱했습니다.

삼천포대교를 따라 관광버스들이 쉴 새 없이 오갑니다. 버스를 타고 지나치면서 보거나 느끼는 것은 바다와 다리와 유채꽃이 어우러진 정형화된 풍경이리라. 그러나 다리를 따라 걸으면 시원한 바람, 봄 햇살에 젖은 물빛, 그리고 갯내음까지 한껏 몸으로 누릴 수 있습니다. 관광버스 탄 이들은 그런 즐거움은 모른 채 휙, 지나갈 뿐이랍니다.

이렇게 떼지어 걷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한때 유채꽃은 제주도만의 명물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활짝 핀 유채꽃과 시원하게 뻗은 삼천포대교를 한꺼번에 담은 사진이 한 때는 달력 같은 데도 많이 나오곤 했습니다. 이제는 그 구도가 상투적인 것이 됐지만은요.

정형화된 풍경. 감흥이 이제는 덜합니다.


한창 때는 지났어도 유채꽃은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어른 아이 남자 여자 구분 없이 꽃밭 가운데로 들어가 추억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30분도 1시간도 금방 지나가고 맙니다. 꽃 가운데서 해사하게 웃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살이가 뭐 별건가, 즐거운 순간을 즐겁게 누리면 그만이지……. 그렇지 않으냐는…….
 

여기 사진들 구도는 아직 상투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초양섬과 늑도섬의 유채꽃을 지나 늑도 마을에 들어갑니다. 비탈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을 지나 마을 뒤쪽 오솔길을 따라 끝까지 갔습니다. 오후에 여기 오면 앞바다에 떨어져 부서지는 햇살이 볼만합니다. 혼자서 여기 바닷가 바위에 앉아 출렁이는 물결을 보노라면 평화로움과 쓸쓸함이 동시에 스며들기도 합니다.

늑도 마을 뒤쪽 오솔길 끝에도 바다가 달려 있습니다.


돌아나와 마을 앞쪽과 뒤쪽 어항을 둘러봅니다. 항구는 대체로 늘 적막합니다. 앞쪽 어항은 맞은편 초양마을 어항과 마찬가지로 다리에서 내려다보면 아담하고 오밀조밀한 맛이 납니다. 뒤쪽 어항은 더 작은데요, 갯벌에서는 동네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조개 따위를 캐기도 합니다. 여기서 창선대교를 올려보면 난간이 앞으로 뛰쳐나가는 캥거루의 뒷다리처럼 힘차게 느껴집니다.

초양섬의 어항.

늑도의 어항.

늑도 뒤쪽 어항에서 올려다본 창선대교.

늑도 마을 집 유리에 비친 항구.


3시 30분 조금 넘어 초양 휴게소로 되짚어 갔습니다. 올 때 걸었던 반대편 보도를 골랐습지요. 초양 휴게소에는 전망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길 나설 때 따끈하게 타온 커피가 미지근하게 식어 있습니다. 

바람을 맞으며 가깝고 먼 바다와 섬들에게 눈길을 던지다 4시 20분 남짓 돼서 창선에서 나오는 25번 버스를 탔습니다. 시외버스터미널 앞에 내려 시계를 보니 4시 40분이었습니다. 

지금 이리로 나들이 나가시면 유채는 꽃이 졌겠지만 시원한 바람과 상쾌한 바다 풍경은 그대로일 테고요, 늑도에 있는 나무들의 싱그러움은 더욱 커져 있을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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