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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만일 4대강 환경대재앙이 오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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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서울에서 열린 환경단체의 포럼에 패널로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 들은 이야기 하나가 나로선 꽤 충격이었다.

영종도에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할 때 수많은 환경단체와 학자들이 해양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들어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벌였으나, 막상 완공된 후 반대론자들이 제기했던 심각한 환경파괴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환경단체의 포럼에서, 그것도 개발주의에 반대하는 학자가 반성적 차원에서 했다는 것도 놀랄 일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서울 청계천도 마찬가지다. 서너 번 청계천을 따라 걸어본 적이 있는데, 볼 때마다 정말 서울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물가에서 자라고 있는 각종 식물들도 참 좋았다. 청계천이 없다면 서울 한복판 어디에서 그 환상적인 찔레꽃 향기를 맡아볼 수 있을까?

나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를 '환경 문제'만으로 접근하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22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만큼 가치있는 사업이냐가 더 문제다. 공사에 따른 혜택이 대기업 건설회사에만 돌아간다는 것도 특혜 소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본 지역의 토목건설회사 사장들 중 4대강 공사로 덕봤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래서 백보양보해 이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도 우선 영산강 한 군데 정도만 시범적으로 해보고 별 문제가 없고 사업효과가 입증되면 연차적으로 확대하는 게 옳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거의 마무리 단계인 함안보 공사현장.


그러나 이를 어쩌랴. 열흘 전 우리지역의 신문·방송사 편집·보도국장들과 함께 둘러본 함안보 공사현장은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합천보나 달성보, 강정보, 칠곡보, 구미보, 낙단보, 상주보 등도 모두 공정 80% 이상이라고 했다. 우기가 오기 전인 6월에는 보 건설과 준설공사가 100% 완료되고 수변공원도 70% 공정이 목표로 되어 있었다. 그것도 올 연말이면 완전 마무리된다.


현장에 가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은 보(洑)라는 것이 단순히 물을 막아두는 둑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물을 완전히 뺄 수도 있고 필요한 만큼 가둘 수도 있으며, 그 위로는 사람과 자전거,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교량의 역할도 한다는 것이었다.

함안보의 구조와 원리.


게다가 가동보 기둥에는 낙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었다. 큰고니의 날개를 형상화한 함안보는 함안과 창녕을 잇고, 날아오르는 따오기를 형상화한 합천보는 창녕과 합천을 잇는 다리다.

게다가 인근의 광활한 하천부지에는 각종 조경수와 야생화를 심고, 데크가 설치된 산책로가 조성되며 다목적 광장과 조류 서식 습지, 조류 관찰 데스크, 조형 습지원, 친수 문화공원과 습지공원 등이 들어서게 된다. 파워포인트로 본 다양한 강변 공원의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함안보 주변에는 수많은 수변 공원시설이 들어선다.


그동안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은 '아름다운 강을 파괴하지 마라'며 푸르른 봄에 찍은 낙동강 사진과 황폐한 겨울에 찍은 공사 현장 사진을 비교해 보여주곤 했다. 그건 엄연한 사실왜곡이다. 굳이 비교하려면 완공 후의 조감도와 비교하는 게 그나마 사실에 부합한다. 게다가 자연 그대로의 강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그 아름다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멀리서 찍은 사진은 아름답지만 실제 가보려 하면 가시덤불과 잡초, 각종 장애물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안보, 합천보와 그 주변의 강변공원들이 완공되면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캠프장이나 모터보트, 오리배, 수상스키 등 레저시설까지 갖추게 되면 순식간에 최고의 관광명소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함안보에는 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내년 봄이 되면 공사현장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녹색 풀로 뒤덮힐 것이고 온갖 꽃을 피울 것이다. 그곳을 찾은 사람들이 자기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까맣게 잊은 채 '멋지다'는 감탄사를 연발할 지도 모른다.

반대론자들이 경고해온 '환경 대재앙'은 적어도 2012년 6월 총선이나 12월 대선까진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내가 4대강 사업을 '환경 문제'로 보지 않고 '돈 문제'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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