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3월 9일 시장에 나가봤더니 어린 마늘 한 움큼 한 단이 무려 7000원 했습니다. 쪽파도 마찬가지여서 한 단에 4000원을 했습니다. 물가가 비상이라면서 현금 일천만원을 통크게 뿌리겠다는 한 나이트믈럽 포스터. 여태까지 나온 것과 별로 다르지 않고 구태의연한 다른 한 나이트클럽 포스터.
알려진대로 돼지고기도 값이 소고기 수준이 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돼지 족발도 예전과 값이 다릅니다. 예전에 1만원짜리 정도가 지금은 1만5000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물가는 신문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고 있습니다. <한겨레> 11일치 1면에 "MB, 뒤늦게 '물가 잡아라'" 하는 기사가 올라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총력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물가 상승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속내를 다시 내비쳤다."
관련된 4면 머리 제목은 "물가 잡겠다면서'5% 성장 목표 유효'… 진심 '아리송'"입니다. 고환율·저금리 기조는 성장률을 높일 수 있지만 물가에는 나쁜 영향을 끼치는데도 "성장에 미련을 두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래 기사 제목은 "생산자 물가 1년새 6%↑…27개월만에 '최고치'"입니다.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척도인 생산자물가는 출하될 때 잡히는 일종의 도매물가로, 보통 두세 달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고 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도 하루 전 관련 기사를 낸 데 이어 11일에는 7면에서 "고유가 행진…어선 닻 내릴 판"이라는 주제목 아래 "1개월만에 면세유 드럼당 1만원 올라 '먹구름'" "일부 선단 출어 조절…게속 땐 조업 중단 사태도"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이 같은 물가 오름세를 가장 예민하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이들은 아마 집안 살림을 꾸리는 주부들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지 싶은데, 나이트클럽 포스터에도 '드디어' 물가가 등장했습니다.
제가 평소 나이트클럽 포스터를 눈여겨 보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유흥 또는 오락 성격이 짙은 이런 포스터가 물가를 소재로 삼아 홍보 문구를 실은 것은 아무래도 처음이지 싶습니다.
"창원에서 가장 넓은 면적", "경남 최고 시설" 또는 "마산에서 가장 물 좋고 환상적인 성인쇼" 따위 섹스나 성(性)적인 연상을 하게 하는 뻔하고 단조로운 문구에서 포스터가 벗어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나이트클럽을 찾는 남자 여자들이 언제나 어디서나 흥청망청 그런다고 여기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 말고 다른 득을 보려고 나이트클럽에 드나든다는 생각도 하지는 않습니다.
여기 이 나이트클럽 포스터에 있는 물가 관련 광고 문구들도 그런 진지함을 요구하거나 기대는 것 또한 아닙니다. 지나가는 주부들 눈길을 한 번이라도 끌어보려는 수작일 따름이겠지요.
물가를 끌어 쓴 포스터는 그러면서 부킹은 덤이고, 때로는 덤이 더 좋을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표현이 재미있군요.
어쨌거나, 이명박 선수 얘기대로 기름값이라든지 정부가 손을 쓸 수 없는 구석도 없지 않겠지만,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값이 오른다든지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사업으로 농지가 줄어들어 채솟값이 오른다든지 하는 정부 정책 탓도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2007년 12월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덕분에, 그 3년만에 이렇게 나이트클럽 홍보 소재까지도 다채로워지는 그런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새롭게 떠오르는 소재를 제대로 잡아내는 나이트클럽의 '드높은 안목'이 더 칭찬을 받아야겠지요. '나이트클럽도 단지 말초 신경 자극 말고도 이렇게 세상 물정에도 신경을 쓰는구나.'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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