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시내버스 타고 즐기기 : 진해 속천~행암

김훤주 2011. 3. 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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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오전 11시 35분 창원시 진해구 속천 시내버스 종점에 닿았습니다. 즐비한 횟집들을 헤치고 나오니 카페리 여객선 터미널이 있었습니다. 봄맞이 나들이로 여기서부터 진해루와 행암 갯벌을 지나 소죽도 공원까지 이르는 길이랍니다.

터미널에 들러 어묵 세 꼬챙이로 배를 가볍게 채우니 11시 55분, 오른쪽으로 바다를 두고 걸었습니다. 정장을 차려 입은 남녀 한 쌍이 스쳐 지나갔는데, 여기서는 다른 데서 좀처럼 보기 힘든 철새들도 지겹도록 볼 수 있습니다.

통합 창원시를 통틀어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바다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데가 여기말고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길지 않으면서도 사람 살아가는 모습과 자연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길입니다.

데이트하는 두 사람.

멀리 고기잡이배가 있고 앞에는 철새들이 노닙니다.


고기잡이와 조개캐기 같은 드문 모습도 종종 연출되고 고깃배들에서 어부들이 출항에 대비해 그물 따위를 다듬고 고치는 손길에서 묻어나는 그이들 감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위 사진 왼쪽 아래에 있는 사람 모습을 잡아당겨 찍은 사진이 아래입니다.


차올랐던 물이 빠지기 시작하니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호미와 모종삽과 바구니를 들고 나옵니다. 개천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데에서 빵을 점심 삼아 먹고 있던 할머니 한 분이 "두어 시간 있으면 물이 빠지지" 했습니다.

진해루에 올랐습니다. 아직 차갑고 서늘한 기운이 스며 있는지라 앉아서 즐기는 사람들은 드물었습니다. 스피커서는 비틀스의 '렛 잇 비'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커피점이나 가게에 앉아 노닥거리는 축들은 꽤 됐고요, 아이들에게 보트를 태우는 젊은 어버이들도 띄었습니다.

진해루에서 바라본 소죽도.


행암갯벌로 다가갔습니다. 할머니들에게 물었더니 여기 갯벌은 어촌계 아닌 사람도 아무나 들어가 캘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반지락 말고, 개발이나 우리기도 캐지. 깊이 캐야 하고 발이 빠지니 힘들지. 한 번 들어와 봐." "하하, 오늘은 준비가 안 돼서요."



웃으며 손사래를 치고는 무거워하시는 바구니를 대신 들어 옮겨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무거워하시는 바구니가 실은 한 손만 써도 될만큼 가벼웠습니다. 그랬더니, "우리는 힘을 많이 써서 이것도 무겁네" 이러십니다. 

이어서 어항이지 싶은 데가 나옵니다. 조그만 배들 떠 있고 사람들은 탈것을 타고 오가며 고기잡이 도구를 실어나르거나 그물 따위를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그이들 그을린 얼굴과 임의로운 몸짓들에 출항에 대한 기대가 묻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소죽도 공원입니다. 소죽도라면 섬이 되겠는데 이미 매립돼 뭍이랑 붙은지가 오래랍니다. 바다 가운데 대죽도만 동생 잃은 형마냥 혼자 떠 있었습니다.

소죽도 꼭대기 팔각정 전망대는 소나무가 사방을 가려 전망이 좋지는 않았지만 느낌은 그럴 듯했습니다. 내려와 바다 위로 낸 데크를 걸었습니다. 멀리 바다 건너편으로 마산 어시장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바다로 난 데크에 모여 있는 사람들.


돌아나오며 시각을 확인하니 1시 12분, 한 시간 30분남짓 걸렸네요. 아마 경화시장 들를 작정이 아니었으면 아까 소죽도 공원 매점에 자리를 잡았을 것입니다.

안주로 어묵, 명태전, 피데기, 달걀말이를 판다고 돼 있는데 안에서 벌이는 50대 중년 두 남자의 수작이 밖에서 보기에 그럴 듯했기 때문이랍니다.

소죽도 공원 매점 풍경. 열린 문 사이로 소주병과 중년 남자가 보입니다.


돌아나오는데, 바닷가 고깃배에 기대어 앉아 있던 한 할아버지가 말을 붙였습니다. 여기서도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두 분이 수작 중이었는데, 됫병짜리 소주가 거의 비어 있었습니다. 

당신 사진도 하나 찍어달라시는 주문이었습니다. 보따리에서 카메라를 꺼내더니 이쪽으로 건넸습니다. "자식이 검찰 경찰이라도 다 소용없어, 자네같이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이래 얘기를 하는 것이 더 좋아." 어떤 외로움이 있으신가 봅니다.

올해 여든다섯 살이라는 그이 함박웃음 옆에는 할머니의 지청구가 따랐습니다. 좀 있다 두 분 대화를 듣고 보니 여동생이었는데, 자연산 굴을 캐갖고 나오면서 "술 좀 그만 마시제이" 이러면서 종주먹질을 해대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 두 분과 할머니 한 분.


소죽도 공원에서 행암갯벌까지 되짚어 나온 다음 도로를 따라 이동택지 네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들었을 때가 1시 35분이었습니다. 경화시장 있는 데랍니다. 맞은편에는 홈플러스가 있습니다.

3일과 8일 장이 서는데 6일은 장날이 아닌데다 일요일까지 겹쳐 그런지 조용했습니다. 나름 단골도 있고 반찬이 깔끔하게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경화찜집'을 찾아 시장길을 따라 조금 거슬러 올랐습니다.

길 왼편에 붙어 있는 이 가게에 들어가 5000원짜리 추어탕과 소주 한 병을 주문해 먹었는데 나중 장날 맞춰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온다면 여기서 주로 파는 아귀찜(1만5000원, 2만원, 2만5000원)이나 닭볶음탕 2만원짜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화찜집에 받은 밥상. 소주 쳐서 8000원짜리입니다.


오늘 즐기기의 출발지인 속천 버스 종점은 경화시장쪽 버스 정류장에서 301·302·303·305·306번을 타고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데 있습니다. 운행 간격은 301번이 12~15분,  302번 14분, 303번 50분, 305번 10~20분 306번 50분. 

경화시장 앞에서 이들 버스를 마산에는 163번과 762번을 타야 합니다. 이 두 버스가 모두 서는 데는 자유무역 후문입니다. 경화시장 맞은편 그러니까 홈플러스쪽에 내려지는데, 경화시장쪽으로 건너와 이들 버스를 타야 속천에 갑니다.

창원에서는 151번이나 752번을 타면 됩니다. 이 두 버스가 모두 서는 데는 여러 군데 있는데, 굳이 꼽자면 지귀상가와 성주사역 등이 되겠습니다. 경화시장 쪽에 내리니까 길은 건너지 않아도 되지만 속천행 버스 정류장은 창원 버스들 오는 데와 분리돼 있답니다.

속천~진해루~행암갯벌~소죽도 공원을 둘러보고 경화시장에서 장까지 봤으면 돌아올 때는 창원은 경화시장 맞은편 정류장에서, 마산은 경화시장 쪽 정류장에서 타고 왔던 버스를 다시 타시면 되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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