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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 오전 8시 30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에서 해운동 마산남부시외버스터미널발 거제 고현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를 탔습니다. 이 버스는 배둔 고성 통영을 들르면서 쉬엄쉬엄 하더니 고현에는 10시 조금 넘어서야 닿았습니다.
같은 터미널에서 10시 18분 출발이라 돼 있는 11번 시내버스를 타고 30분정도 뒤에 거제도의 동쪽 끝 장승포 일대에 내렸습니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이 맞춤형으로 자리잡은 곳입니다.
물론 고현에서 장승포 가는 방편으로는 10·11번 말고 12·13번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배차 간격이 늘어지는 데 더해 마전·옥림 들어갔다 나오기 때문에 타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10-1번도 가지만 사정은 12·13번과 같답니다.
요즘 장승포에서 으뜸 명소는 거제문화예술회관이랍니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며 열린 자세로 운영한다는 호평을 받기도 하지만, 이름이 나게 된 직접 계기는 2010년 9월 3일 열린 제7회 거제 전국 합창 경연대회였습니다.
이 대회에서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의 '남자의 자격'이 장려상을 받았고, 대회를 준비하는 이들과 함께 회관과 장승포가 방송에 나가는 바람에 느닷없이 대단한 인기를 누렸습지요.
문화예술회관 앞 한일비치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려 장승포항을 거닐었습니다. 회관은 아침 햇살을 받아 빛이 났고 맞은편 부두서 볼 때는 그 빛이 바닷물에까지 비쳐 어리었습니다.
여기에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바라보이는 망산, 거제문화예술회관의 배경이 되는 애광원 건물과 야트막한 산들, 자그마하게 감싸안긴 항구가 한 데 어우러지는 푸근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둘러볼 데는 여기가 아닙니다. 거제문예회관서 붉은 등대 있는 쪽으로 부두 따라 걷다 망산 뒤로 오르는 길입니다. 들머리에는 비치호텔 둘이 나란히 들어서 손님을 다투고, 바다는 여기서부터 툭 트여 시원합니다.
이 길은 동쪽 끝 장승포에서 바닷길을 따라 남에서 북으로 치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능포동에 접어들어 조각공원과 해맞이공원을 거쳐 양지암 못 미친 데서 능포항 방파제로 빠집니다. 봄을 맞아 바다와 꽃이 어우러지는 길입니다.
길은 평탄한 편이서 걷기에 딱 좋습니다. 반대편 양지암에서 걷기 시작하면 오르막이 많고 또 가파르기도 심하지만 이쪽서는 들머리 40m정도 빼고는 평지나 다름없었습니다.
비치호텔 지나며 고개를 돌리면 오른편에 동백으로 이름난 지심도가 엎드렸고 왼쪽에 바다가 거침 없이 펼쳐집니다. 멀리에는 커다란 배들이 떠 있는데, 아마 바로 옆 대우조선해양이랑 관련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산책길에서 보면 바다는 저 아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파도가 너울대며 바위에다 대고 철썩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파도가 꽤 크고 거친 것입니다.
겨울철이면 느낌이 또 다르겠으나 불어오는 바람이 스스로 따사로움을 머금고 있는 지금은 저 거센 파도 소리조차 차가움 풀어헤치고 봄물 밀어올리며 싹이든 잎이든 빨리 돋아나라 다그치는 소리정도로 부드럽게 들린답니다.
양지바른 데는 어김 없이 쑥들이 싹을 내밀었고 젊은 아낙들은 따갑지도 않은 봄볕조차 무서운지 모자를 눌러쓰고는 발길 재게 놀리며 비닐 봉지들과 작은 칼 또는 모종삽을 양 손에 나눠 들고 이런저런 나물들을 캐기에 바빴습니다.
길가 심긴 벚나무는 아직 꽃봉오리가 붉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터지겠다 싶고 여기저기 동백은 빛나는 잎과 함께 꽃이 피어나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또 틈새 곳곳에 유채도 심겨 피어날 봄날 구경거리로 예비되고 있었습니다.
산책길과 갈라져 조각공원이랑 해맞이공원 있는 데로 접어들면 흙길과 함께 또다른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조각 작품들이 죽 늘어서 있는데, 천박하게 여겨지거나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물건은 있지 않는 것입니다.
조금 있다 나타나는 해맞이공원은 해가 뜨는 쪽으로 마주하는 전망이 좋았고, 여기 조각공원은 그와 달리 능포항 쪽으로 전망이 좋았답니다.
앞에 달려 있는 그네를 타고 굴려보니 항구와 바다가 함께 너울거렸습니다. 옆에는 매화들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바다랑 항구랑 어울리니 혼자 동떨어져 있는 것보다 한결 보기가 좋았습니다.
곧장 걷다가 내리막으로 접어들어 군부대를 지나 양지암으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붉은 등대가 멀리 놓여 있는 방파제가 나타난답니다. 오후 1시 20분이었으니 3시간가량에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여기까지 7km남짓 걸은 셈입니다.
그 등대까지 걸어가 이른 봄바다를 한 번 더 나름 맛보고 나왔습니다. 바로 앞에는 이름 없는 조그만 가게가 있었습니다. 여기 머리 숙이고 들어가 멍게·개불 합해 1만 원어치와 소주 한 병을 주문했습니다.
얼마 안 있어 소주는 두어 잔 남았으나 안주가 바닥을 보였겠지요. 그랬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말 없이 멍게 세 개를 더 썰더니 그냥 들라 했습니다.
멍게가 제 철이라 그것만으로도 좋았지만 푸짐한 인심까지 얹어지니 더욱 좋았습니다. 맞은편 시내버스 종점에 가려고 일어나면서 봤더니 2시 50분이 넘어 있었습니다.
김훤주
같은 터미널에서 10시 18분 출발이라 돼 있는 11번 시내버스를 타고 30분정도 뒤에 거제도의 동쪽 끝 장승포 일대에 내렸습니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이 맞춤형으로 자리잡은 곳입니다.
물론 고현에서 장승포 가는 방편으로는 10·11번 말고 12·13번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배차 간격이 늘어지는 데 더해 마전·옥림 들어갔다 나오기 때문에 타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10-1번도 가지만 사정은 12·13번과 같답니다.
거제문화예술회관. 갈매기가 멋집니다.
요즘 장승포에서 으뜸 명소는 거제문화예술회관이랍니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며 열린 자세로 운영한다는 호평을 받기도 하지만, 이름이 나게 된 직접 계기는 2010년 9월 3일 열린 제7회 거제 전국 합창 경연대회였습니다.
이 대회에서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의 '남자의 자격'이 장려상을 받았고, 대회를 준비하는 이들과 함께 회관과 장승포가 방송에 나가는 바람에 느닷없이 대단한 인기를 누렸습지요.
문화예술회관 앞 한일비치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려 장승포항을 거닐었습니다. 회관은 아침 햇살을 받아 빛이 났고 맞은편 부두서 볼 때는 그 빛이 바닷물에까지 비쳐 어리었습니다.
여기에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바라보이는 망산, 거제문화예술회관의 배경이 되는 애광원 건물과 야트막한 산들, 자그마하게 감싸안긴 항구가 한 데 어우러지는 푸근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둘러볼 데는 여기가 아닙니다. 거제문예회관서 붉은 등대 있는 쪽으로 부두 따라 걷다 망산 뒤로 오르는 길입니다. 들머리에는 비치호텔 둘이 나란히 들어서 손님을 다투고, 바다는 여기서부터 툭 트여 시원합니다.
이 길은 동쪽 끝 장승포에서 바닷길을 따라 남에서 북으로 치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능포동에 접어들어 조각공원과 해맞이공원을 거쳐 양지암 못 미친 데서 능포항 방파제로 빠집니다. 봄을 맞아 바다와 꽃이 어우러지는 길입니다.
들머리에 지심도가 엎드려 있습니다.
거침없이 펼쳐지는 바다.
길은 평탄한 편이서 걷기에 딱 좋습니다. 반대편 양지암에서 걷기 시작하면 오르막이 많고 또 가파르기도 심하지만 이쪽서는 들머리 40m정도 빼고는 평지나 다름없었습니다.
비치호텔 지나며 고개를 돌리면 오른편에 동백으로 이름난 지심도가 엎드렸고 왼쪽에 바다가 거침 없이 펼쳐집니다. 멀리에는 커다란 배들이 떠 있는데, 아마 바로 옆 대우조선해양이랑 관련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산책길에서 보면 바다는 저 아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파도가 너울대며 바위에다 대고 철썩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파도가 꽤 크고 거친 것입니다.
겨울철이면 느낌이 또 다르겠으나 불어오는 바람이 스스로 따사로움을 머금고 있는 지금은 저 거센 파도 소리조차 차가움 풀어헤치고 봄물 밀어올리며 싹이든 잎이든 빨리 돋아나라 다그치는 소리정도로 부드럽게 들린답니다.
양지바른 데는 어김 없이 쑥들이 싹을 내밀었고 젊은 아낙들은 따갑지도 않은 봄볕조차 무서운지 모자를 눌러쓰고는 발길 재게 놀리며 비닐 봉지들과 작은 칼 또는 모종삽을 양 손에 나눠 들고 이런저런 나물들을 캐기에 바빴습니다.
길가 심긴 벚나무는 아직 꽃봉오리가 붉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터지겠다 싶고 여기저기 동백은 빛나는 잎과 함께 꽃이 피어나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또 틈새 곳곳에 유채도 심겨 피어날 봄날 구경거리로 예비되고 있었습니다.
산책길과 갈라져 조각공원이랑 해맞이공원 있는 데로 접어들면 흙길과 함께 또다른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조각 작품들이 죽 늘어서 있는데, 천박하게 여겨지거나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물건은 있지 않는 것입니다.
조금 있다 나타나는 해맞이공원은 해가 뜨는 쪽으로 마주하는 전망이 좋았고, 여기 조각공원은 그와 달리 능포항 쪽으로 전망이 좋았답니다.
앞에 달려 있는 그네를 타고 굴려보니 항구와 바다가 함께 너울거렸습니다. 옆에는 매화들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바다랑 항구랑 어울리니 혼자 동떨어져 있는 것보다 한결 보기가 좋았습니다.
곧장 걷다가 내리막으로 접어들어 군부대를 지나 양지암으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붉은 등대가 멀리 놓여 있는 방파제가 나타난답니다. 오후 1시 20분이었으니 3시간가량에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여기까지 7km남짓 걸은 셈입니다.
아담한 능포항.
그 등대까지 걸어가 이른 봄바다를 한 번 더 나름 맛보고 나왔습니다. 바로 앞에는 이름 없는 조그만 가게가 있었습니다. 여기 머리 숙이고 들어가 멍게·개불 합해 1만 원어치와 소주 한 병을 주문했습니다.
얼마 안 있어 소주는 두어 잔 남았으나 안주가 바닥을 보였겠지요. 그랬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말 없이 멍게 세 개를 더 썰더니 그냥 들라 했습니다.
능포항의 상징 돌고래.
멍게가 제 철이라 그것만으로도 좋았지만 푸짐한 인심까지 얹어지니 더욱 좋았습니다. 맞은편 시내버스 종점에 가려고 일어나면서 봤더니 2시 50분이 넘어 있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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