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오전 9시 20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진동환승장에서 75번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기점인 마산역을 8시 30분에 떠나는 버스니까 50분이 걸린 셈이네요.

다시 진동환승장에서 종점인 상평까지는 30분이 더 걸린답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 지역 10배 즐기기를 시작하는 의산보건진료소까지는 20분안팎 걸리겠습니다.

거기에 내려서 오던 방향으로 되짚어나가면 거락 마을숲과 금암 들판과 대정 돼지고기 주물럭을 차례로 만나는 즐거움이 줄줄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탄 75번은 '배려하는 향기'가 엄청났습니다. 75번은, 금암마을에 들어서더니 가운데쯤에서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다닐만한 좁은 길로 올라갔습니다. 끄트머리에는 상촌마을이 있답니다.

중촌마을을 지나 한참 올라가 상촌마을에 가 닿더니 아주머니를 한 사람 태워서는 도로 내려옵니다. 걸어나오기는 먼 길이기에 버스가 사람을 태우러 기어오른 것이지요. 아주머니는 금암마을에 버스가 닿자 바로 내렸습니다.

자가용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볼 수 없는 모습이지요. 자가용은 시내버스처럼 사람을 찾아 꼬불꼬불 다니는 대신 출발지와 목적지를 직선으로 이을 뿐이랍니다.

봄빛이 벌써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진출해 있는 들녘은 차창으로 봐도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그 새로움에 눈길을 주다 보니 내렸어야 하는 의산보건진료소 정류장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마실' 나가는 동네 할머니 두 분.


버스는 이미 종점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데, 운전기사한테 가서 사정을 말했더니 그냥 그대로 앉아 있으랍니다. 종점까지 갔다가 돌아나오는 데 10분이면 뒤집어쓴다면서 말이지요…….

하하, 그러나 10분으로 뒤집어쓰지는 못했습니다. 종점 상평마을에서 10시 정각 출발해야 맞는데 운전기사가 버스에 오를 생각을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할머니 한 명이 버스에 타자 그제야 운전기사가 따라 오릅니다. "할매, 좀 일찍 나오소. 할매 때문에 4분이나 늦었다 아이요!" 말투는 퉁명스러웠지만 묻어나는 인정은 마냥 푸근했습니다.

상평에서 의산보건진료소 사이에 이름이 평암이라는 아주 커다란 저수지가 있었습니다. 한 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인데, 시내버스를 타고 오가며 이를 눈에 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75번 버스 차창으로 보는 평암저수지.


이번엔 내려야 할 정류장을 실수로 놓치는 바람에 누린 보람이지만, 다음에는 일부러라도 종점까지 갔다가 도로 얻어 타고 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고성 장산숲이나 진전 곡안 마을숲, 그리고 내서 삼풍대 같이 마을숲을 적지 않게 눈에 담아왔지만 의산보건진료소에서 진전천으로 다가가면 나타나는 거락 마을숲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멀리 마을숲이 보이는데, 비닐 덮어씌운 마늘밭도 보기 좋았습니다.


거락 마을숲은 대단했습니다. 다른 마을 숲은 기껏해야 길이 50m 안팎에 오래 된 나무 10~30그루가 얼기설기 서 있기 십상이지만 여기는 아니었습니다.

천변 양쪽으로 이리 비틀 저리 꾸불 자기가 견뎌낸 몇 백 년 몇 십 년 세월을 몸에 아로새긴 나무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바닷가 아닌 동네에서 이토록 무성한 마을숲을 만나는 일은 아주 드물리라 장담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것은 나무에게 고통을 주면서 인간을 위한 공간을 만든 꼴불견이었습니다.


이미 가지 끝에 물이 오른 모양새에 비춰보면, 연둣빛 이파리가 돋는 봄에도 장관이겠고 초록 이파리가 더욱 짙어지는 여름에도 장관이겠다 싶습니다.

물론 벌거벗은 몸매로 자기에게 소속돼 있던 모든 버릴 수 있는 것을 다 놓고, 물기조차 빼버린 채 당당하게 버티는 저 나무들도 좋았습니다만 다른 아름다움도 있었습니다.

흐르는 물소리 끊이지 않는 개울 이쪽저쪽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그럴싸했던 것입니다. 이쪽에 갈대가 있다면 저쪽에는 눈을 덮어쓴 소나무 아래로 벼랑이 만들어져 있는 식입니다.

위쪽 골짜기가 크고 깊은지 물이 풍성했습니다. 벼랑도 갈대도 그럴 듯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버린 쓰레기는 여기서도 문제였습니다. 도대체 마을숲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어 심하게 어질러진 한 군데를 10분정도 거뒀는데 50ℓ짜리 봉투 두 개 분량은 됐습니다.

이렇게 한 시간남짓 마을숲 따라 노닥거리다 금암마을 있는 데서 큰길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길가 집들을 어깨 너머로 바라보다가 지금은 문을 닫은 여항중학교 뒤쪽 길로 올라갔습니다.

거락마을 들판도 돌로 쌓아올린 두렁이 적지 않았지만 여기도 만만찮았습니다.
마치 담장처럼 돼 있는 돌두렁입니다. 여기 논과 밭에서 나온 돌들일 텐데, 가꾸면서 저 돌들 골라냈던 손발의 고단함이 나름대로 짐작됩니다.

왼쪽 위 농부가 손에 쥐고 뿌리는 것은 틀림없이 비료로 여겨집니다.


고단함은 지금도 이어지겠지요. 물론 고단함이 고단함만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보람으로 이어지겠지만, 저기 멀리 밭을 갈아 이랑을 만들고 거름을 뿌리는 손길이 느릿느릿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뒤로 빨간 자동차 한 대가 다가왔다 사라졌으니 잘은 모르지만 새참을 실어왔을 수도 있겠지 싶습니다.

길가에는 푸지게 쌓인 돌무더기를 나무가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마을 어귀마다 있었던 서낭당 같기도 한데, 정월대보름이 다 됐는데 사람들이 외로 꼬아 돌린 왼새끼 한 줄 걸려 있지 않으니 어쩌면 서낭당과는 아무 상관없겠다 싶은 느낌도 설핏 들었습니다.


그러다 12시 조금 넘었을 때 대정마을에 닿아 가게 이름이 '양촌'으로 시작되는 돼지고기 주물럭 집에 들었습니다. 6000원짜리 주물럭 2인분과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을 주문했습니다.

간식 삼아 구워간 하얀 떡가래를 잘게 찢어 주물럭 부피를 키웠습니다. 그리고는 소주와 맥주를 잘 말아 마셨고, 아울러 밥까지 하나 볶음을 해서 먹었답니다.

느티나무가 가지를 내린 대정마을 정류장에서 기다렸습니다. 종점에서 1시 30분 출발한 75번을 받아타고 신세계백화점까지 실려왔습니다. 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요(不亦樂乎).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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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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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haechansol71/ 해찬솔 2011.03.01 1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승용차에서는 님의 말씀처럼 휘익하고 지나가는 길가의 꼬부랑 길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많은 이웃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데...
    덕분에 잘 구경하고 갑니다. 시내버스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2. 박대현 2011.03.01 2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번 가봐야하겠습니다.
    자주 가는 곳이기도 한데 잘 몰랐네요
    겨울 풍경이 여름 풍경을 가늠케 합니다. 참 좋을듯 싶십니다.

  3. 빈배 2011.03.02 18: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을 다니며 느끼는 건데요....
    자가용보다는버스나 기차가
    버스나 기차보다는 자전거가
    자전거보다는 도보가
    여행의 참 맛을 주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