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별 의미없는 것

봄이 낮은 포복으로 다가왔다

김훤주 2011. 3. 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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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달리 추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미 3월이지만 겨울이 완전히 물러났다고 잘라 말하기가 아직은 두렵습니다. 그 말을 듣고 겨울이라는 녀석이 몸을 돌려 꽃샘추위의 매서움으로 나타날까봐 겁이 나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봄은 이렇게 오고 있습니다. 저기 버드나무에 가지 끝 연둣빛으로도 오지만, 봄은 이렇게 낮은 데서도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습니다.

봄에는, 아시는대로 바람이 아주 차게 느껴집니다. 대신 햇볕은 마냥 다사롭기만 합니다. 햇살이 내려쬐니까 바람이 잦아들기만 해도 세상이 온통 따뜻하답니다.

그것은 풀에게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풀은 바람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바닥에 바짝 붙어서 자랍니다. 또 그렇게 바닥에 바짝 붙으면 지열(地熱)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지열은 해가 지고나서도 지속이 됩니다.

그래서 풀 가운데서도 줄기가 높이 쑥 솟아나는 녀석들은 아직 잎을 틔우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녀석들은 이렇듯 파릇파릇 새 잎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봄은 이미 와 있습니다. 얼음 아래를 차갑게 흐르면서 자기를 뒤덮은 얼음을 온 몸으로 비벼대며 조금씩 녹여내는 차가운 물에도 봄이 실려 있습니다.

기다려도 오고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는 봄은,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오늘도 이렇게 곁에 와 있습니다. 봄은 낮은 포복으로 소리 없이 다가와 있습니다.

보도블록 틈새에 봄이 솟아나 있습니다. 지나가다 무심코 던지는 눈길 그 끝 도로 가장자리에도 봄은 이처럼 세 가지 꽃으로 피어나 있습니다.

봄은 얼음 아래 흐르는 물에서도 오고 허공에 날리는 나뭇가지 연둣빛으로도 오고 땅바닥 작은 풀꽃 낮은 포복으로도 옵니다. 물과 땅과 하늘에서, 전면적으로 스멀스멀 오고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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