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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거제도에 다녀왔습니다. 하늘은 높고 날씨는 맑았으며 바람은 상큼하기만 했습니다. 조금 더운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이리저리 거닐기에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4시가 넘어서 남부면에 있는 바람의 언덕을 들렀습니다. 바람의 언덕 위쪽 동백 숲에 갔는데 거기서 베트남 출신으로 보이는 외국인 며느리와 함께 동백 열매를 줍는 중년 여자를 봤습니다.
옛날 같으면 저 외국인 며느리가 여기서 행복한 나날을 보낼까,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와서 낯선 나라 구석진 바닷가 동백 아래에서 그 열매를 줍게 됐을까 따위 생각을 했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게 바뀌었습니다.
그냥 그저 그렇게 저기 베트남 출신으로 보이는 여자 하나가 자기 시어머니랑 함께 와서 열매를 줍고 있구나, 여길 따름이지요.
그러나 아마 눈 밝은 이는 제가 이렇게 궁시렁대는 데에서, 저 친구가 여전히 쓰잘 데 없는 연민을 아주 떨치지는 못했군, 짐작하시겠지만 말입니다요.
어쨌거나 바람의 언덕에서 바람을 맞으며 조금 서성거리다가 이내 맞은편 신선대로 갔습니다. 신선대에도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바람에는 제가 이제 시큰둥해져서인지 바다에 눈길이 많이 갔습니다.
가을 바다, 라기 보다는 저녁 바다였습니다. 가을이라서가 아니라, 저녁이라서 바다에 눈길이 끌렸다는 말씀입니다. 멀리 내다보니 손이 닿지 않는 저어기에 섬들이 두둥 떠 있고 수평선 아래위로 흐릿한 물안개가 끼여 있었습니다.
오른쪽에 떠 있는 해가 햇살을 쏘아대서, 어떤 바닷물은 그 살들을 되쏘느라 금빛으로 누렇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출렁이면서 되쏘았는데, 어떤 경우는 되쏘인 햇살이 제 얼굴에 와 닿는 듯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와 닿는 그 느낌이 좋아서, 느낌을 사진으로 담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이대어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사진이 이 녀석들입니다.
저는 두 번째 사진이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다가 꽤나 너르고 풍성하게 나와 있고 그 바다 위로 햇빛이 어름어름하는 것이 만지면 포근하고 부드러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빛이 더 잘 나타나 있기는 하지만, 앞쪽 사람과 바위가 전체적으로 어울리지 못하고 좀 튄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있는데, 제가 참 믿고 따르는 사람이 있어서, 그이에게 보이고 어떻느냐 물었더니 첫 번째 사진이 낫다고 얘기했습니다. 빛이 잘 살아 있고 바위와 사람이 전체 균형을 잡아주면서 활기를 불어넣는다 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랬습니다. 바다가 사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너무 많음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습니다. 적당해야 좋고, 오히려 지나치기보다는 모자라는 편이 나은 줄도 그제야 알았습니다.
순간의 느낌에 치우쳐 전체를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런 따위야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기는 합니다만.
어쨌거나, 보시는 여러 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김훤주
늦은 점심을 먹고 4시가 넘어서 남부면에 있는 바람의 언덕을 들렀습니다. 바람의 언덕 위쪽 동백 숲에 갔는데 거기서 베트남 출신으로 보이는 외국인 며느리와 함께 동백 열매를 줍는 중년 여자를 봤습니다.
옛날 같으면 저 외국인 며느리가 여기서 행복한 나날을 보낼까,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와서 낯선 나라 구석진 바닷가 동백 아래에서 그 열매를 줍게 됐을까 따위 생각을 했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게 바뀌었습니다.
그냥 그저 그렇게 저기 베트남 출신으로 보이는 여자 하나가 자기 시어머니랑 함께 와서 열매를 줍고 있구나, 여길 따름이지요.
그러나 아마 눈 밝은 이는 제가 이렇게 궁시렁대는 데에서, 저 친구가 여전히 쓰잘 데 없는 연민을 아주 떨치지는 못했군, 짐작하시겠지만 말입니다요.
어쨌거나 바람의 언덕에서 바람을 맞으며 조금 서성거리다가 이내 맞은편 신선대로 갔습니다. 신선대에도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바람에는 제가 이제 시큰둥해져서인지 바다에 눈길이 많이 갔습니다.
가을 바다, 라기 보다는 저녁 바다였습니다. 가을이라서가 아니라, 저녁이라서 바다에 눈길이 끌렸다는 말씀입니다. 멀리 내다보니 손이 닿지 않는 저어기에 섬들이 두둥 떠 있고 수평선 아래위로 흐릿한 물안개가 끼여 있었습니다.
오른쪽에 떠 있는 해가 햇살을 쏘아대서, 어떤 바닷물은 그 살들을 되쏘느라 금빛으로 누렇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출렁이면서 되쏘았는데, 어떤 경우는 되쏘인 햇살이 제 얼굴에 와 닿는 듯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와 닿는 그 느낌이 좋아서, 느낌을 사진으로 담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이대어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사진이 이 녀석들입니다.
저는 두 번째 사진이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다가 꽤나 너르고 풍성하게 나와 있고 그 바다 위로 햇빛이 어름어름하는 것이 만지면 포근하고 부드러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빛이 더 잘 나타나 있기는 하지만, 앞쪽 사람과 바위가 전체적으로 어울리지 못하고 좀 튄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있는데, 제가 참 믿고 따르는 사람이 있어서, 그이에게 보이고 어떻느냐 물었더니 첫 번째 사진이 낫다고 얘기했습니다. 빛이 잘 살아 있고 바위와 사람이 전체 균형을 잡아주면서 활기를 불어넣는다 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랬습니다. 바다가 사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너무 많음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습니다. 적당해야 좋고, 오히려 지나치기보다는 모자라는 편이 나은 줄도 그제야 알았습니다.
순간의 느낌에 치우쳐 전체를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런 따위야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기는 합니다만.
어쨌거나, 보시는 여러 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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