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저절로' 불난 삼성 세탁기 보는 소비자 눈길

김훤주 2010. 7. 3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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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들인 지 1년도 안 된 삼성전자 세탁기가, 그것도 저절로 소리를 내며 불이 나는 사고가 창원에서 있었습니다.

2009년 11월인가에 90만원 어름 돈을 주고 샀는데 올 7월 저절로 불이 나고 집까지 다치고 말았습니다.

이런 소식에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이들은 전부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깜짝 놀랐고, 또 끔찍하다는 것이었습니다.

7월 21일 제가 올린 글에 달린 댓글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가만 있던 세탁기가 갑자기 불이 난다면(
http://2kim.idomin.com/1643 )'에 달린 댓글을 소개합니다. 


경빈마마님은 "세상에...이런일도 있을 수 있나요?"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있을 수 있답니다~~~ ^.^" 이렇게 답글을 달았습니다.

실비단안개님은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군요. 세상의 모든 게 흉기라니- 세탁기 한 번 봐야 겠습니다"라 했고 마산YMCA 이윤기 부장은 "참 황당한 일이겠지만 소비자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경험하는 일입니다"라 했습니다.

1. 세탁기 화재 소식 - '끔찍' '오싹' '공포'

물론 전원 연결만 돼 있는 채 작동도 하지 않았는데 이처럼 불이 난 적은 아마도 없었음은 잘 아실 것입니다.

달콤시민님은 "헛.. 귀신보다 무섭기까지 하네요! 저희집 세탁기님도 안녕히 계신가 얼른 퇴근해서 살펴봐야 겠어요~ ㅠㅠ" 했습니다. 공포의 자기 이입(移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ujin님은 "세탁기가 집안의 거대한 흉기로 변하다니...세상에 어찌이런일이..해외토픽감아니가요?"라 했고 등골오싹님은 "SS꺼라고 하는데..저희집도 그 세탁기.. 올 여름 등골이 오싹하게 하는 생활 공포물이네요"이라 적었습니다.

Heinrich님이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총정리-완결편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탁기에서 불이난다라.. 오싹하군요.. 특히 아파트같은 다세대 주택에서 거주하는 분들이 많은 나라에다가, 세탁기를 돌릴시간엔 주로 여자분들이나 어린아이들이 있을 시간대란걸 생각하면 끔찍하군요..."

아주 확실한 인식이고 매우 정확한 표현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보시는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그런데 삼성전자의 인식과 표현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2. 삼성은 그냥 자체 연구소 조사로 그만

'사람들은 이런 삼성전자를 어떨게 여길까 http://2kim.idomin.com/1646'에서 이미 제가 적은대로, 삼성전자는 세탁기 화재 사고의 원인 분석을 바깥의 제3 공공 연구기관에 맡기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맡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문제 의식조차 없었습니다. 제가 "왜 맡기지 않느냐"고 물은 데 대한 답을 보면 그런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커튼이 불에 탄 안방 모습. 소방차 출동이 조금만 늦었어도 어떻게 됐을까요?


삼성전자 홍보실 관계자는 지난 주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깥의 제3기관이나 공식 기관이 맡아하면 객관성과 공신력이 높아지는 반면 자체 연구소에서 하면 그렇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

"그렇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자체 연구소에서 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가 만들었고 자체 연구소가 잘 알고 있으니까 조사를 하는 것이다"

읽으시는 여러분께서는 이런 조사가 객관적으로도 인정될 수 있는 결과를 가져다 주리라고 믿으시는가요?

3. 소비자단체 반응 1 "처음 보는 사고 유형"

이런 삼성전자에 대한 소비자단체의 반응은, 첫째가 '처음 보는 사고 유형(類型)'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거나 아니더라도 아주 드문 일이라는 얘기가 되겠지요.

산지 1년도 안 된 신형 세탁기가, 작동을 시키지도 않은 상태에서 저절로 소리내며 불이 나는 그런 사례는 여태껏 보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보통 세탁기 화재는 작동 중에 일어나기 십상이거든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정부출연기관인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28일 "사용하고 있던 세탁기에서 불이 난 적은 있지만 가만 있던 세탁기가 불에 타는 사례는 접수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서울 YMCA 시민중계실 관계자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 처음 듣는 일이다"라고 했으며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강태욱 팀장도 "전원만 꽂으면 바로 가동이 되는 냉장고는 어쩌다 폭발·화재 사고가 있었지만 가만있던 세탁기가 불에 탄 적은 없었다고 알고 있다"고 확인해 줬습니다.

좀, 끔찍하지 않습니까?


4. 소비자단체 반응 2 "자체 조사는 믿을 수 없다"

삼성전자의 이번 세탁기 화재를 다루는 태도에 대한 소비자단체 반응의 둘째는 '자체 조사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피해 보상은 받겠지만 객관적 조사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제품 결함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만 확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물품 회수해 가면 끝이다. 삼성전자가 자발적으로 리콜하겠다고 나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녹색소비자연대 강 팀장은 "기업들이 수거만 해가지 '이렇게 해서 불이 난 것'이라고 설명을 하지 않고 사후 대책을 세우지 않으니 불만이 갈수록 많아진다"며 "불만 해소를 위해서는 사후 처리를 업체에 맡기지 말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강 팀장은 지적을 이어갔습니다.

"식품이나 의약품은 사고가 나면 국가기관에서 거둬가 원인 분석에서 책임 소재 규명까지 다 한다. 자동차는 생명과 관련이 깊다고 비슷한 수준에서 하지만 세탁기 같은 일반 공산품은 그런 강제 규정이 없다"고 했습니다. 

발코니 천정과 빨래건조대까지 모조리가 성하지 않습니다.


서울 YMCA 관계자조차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지펠 냉장고가 폭발했을 때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이 노발대발해서 자발적 리콜을 한 적이 있다"며 "그런데 이번 세탁기 화재도 큰 사고인데 가만 있다면 앞뒤가 좀 안 맞다"고 했습니다.

이 글 읽으시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는 삼성전자가 우리 사회에서 누리는 지위에 걸맞지 않게 이렇게 숨기려고 한다면 그것은 사회가 요청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좀 옹졸한 처사라고 봅니다만. 하하.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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