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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진보·개혁 세력도 외눈박이기는 매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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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보성향 김두관 지사 취임식엔 한나라 국회의원 불참

지금 끄집어내어 말씀드리기에는 많이 늦은 바이기는 하지만, 경남에서 있었던 단체장 취임식 얘기를 좀 해야 하겠습니다.

7월 1일에는 박완수 시장의 통합 창원시 출범식이 치러졌고 잇달아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취임식도 열렸습니다.
그리고 이튿날인 7월 2일에는 고영진 경남도 교육감도 취임식을 했습니다.

다들 나름대로 규모가 있었고 자리를 함께한 인사들도 꽤 많았다고 합니다. 통합 창원시 출범식이 가장 그럴 듯했나 봅니다.

한나라당 김학송·안홍준·이주영·권경석 국회의원과 권영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아니지만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통합 창원시 출범식에 앞서 열린 박완수 창원시장 취임식. 경남도민일보 사진.


그런데 뒤이어 열린 김두관 지사 취임식에는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김두관은 알려진대로 야권단일후보로 진보 성향이 두드러져 보이는 인물입니다.

민주노동당 대표 강기갑 국회의원과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 최철국 국회의원은 참석했지만 한나라당은 다른 세 사람은 물론이고 경남도당 위원장인 안홍준 국회의원조차 불참을 했습니다.

김두관 도지사 취임식 모습. 가운데가 김두관 지사의 아내 채정자씨. 경남도민일보 사진.


이를 두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더욱이 통합 창원시 출범식이 열린 성산아트홀과 도지사 취임식이 치러진 도청 광장은 걸어 가도 10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비판이 나올만합니다. "여태까지는 따놓은 당상이었던 경남도지사 자리가 야권으로 넘어가니 아마도 배가 아파 오지 않은 모양이다" 등등.

실제로 그랬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네 명이 모두 이보다 더 중요한 다른 일정으로 바빴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속 좁은 처사'였음이 분명하고 여기에는 이른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말들은 말하자면 야권 성향이 짙은 사람들이 하고 다녔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는 5일치 사설에서 이를 짚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런 말이 틀렸다고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2. 보수성향 고영진 교육감 취임식엔 야당 국회의원 불참

다만 같은 일이 다른 구석에서 일어났는데도, 그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현상에 대해 한 번 짚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튿날 치러진 고영진 경남교육감 취임식 자리입니다. 도지사 취임식은 한나라당이 보이콧했다면 교육감 취임식은 야당들이 보이콧했습니다.

고영진 교육감 취임식 모습.


이렇습니다. 고영진 교육감 취임식에 나타난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안홍준 말고는 없었다고 합니다. 고영진은 알려진대로 전교조를 무찌를 대상으로 보는 등 보수 색깔을 뚜렷이 내세운 인물입니다.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최철국도 오지 않았고 민주노동당 대표인 강기갑(사천)은 물론 창원을이 선거구인 권영길조차 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들이 오지 않은 까닭이 나름대로 있었을 것입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진보 교육감 후보가 떨어지는 바람에 배가 아파서 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더 중요한 다른 일정이 있어서 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나라당에게만 축사를 시키고 자기네들은 빼는 등, 교육청의 의전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실제로 대접을 소홀히 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만)

그렇다면 도지사 취임식에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나 교육감 취임식에 야당 국회의원들이 가지 않은 것은 사실 똑같은 것입니다.

3. 그런데도 매질은 한나라당으로만 쏠렸고

그런데도 비판 또는 비난은 한 쪽으로만 몰렸습니다.

민주노동당의 강기갑·권영길 그리고 민주당의 최철국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을 저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비난만 보이게 보이지 않게 무성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도지사 취임식 불참이 잘못이라면, 민주노동당·민주당 국회의원들의 교육감 취임식 불참도 잘못입니다. 그렇다면 똑같이 나무라거나 똑같이 나무라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균형 감각 또는 성찰하는 힘이, 진보 또는 개혁을 내세우는 야권에서 없었습니다. 한나라당이야 원래부터 그런 족속이라 치더라도, 야권까지 이래서는 안 됩니다.

똑같은 잘못이라도 우리 편이 하면 감싸고 상대방이 하면 매섭게 때리는 그런 편가르기나 편 먹기는 여태까지 한나라당이 해온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을 넘어서 새 정치를 하려는 이들이 한나라당을 이처럼 되풀이한다면, 그이들에게 희망이 없을 뿐 아니라 그이들에게 나름 기대를 하는 많은 유권자들에게도 희망을 없게 만드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잘못을 나무라기 앞서서, 한나라당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훤주

길은누구에게나열려있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 인물/자전적에세이 > 정치가/법조인
지은이 김두관 (온북,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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