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장마 덕분에 손석희랑 전화 통화도 하고

김훤주 2010. 7. 29. 08:05
반응형

7월 19일 아침 6시 20분, 아나운서로 이름난, 그리고 행동거지가 깔끔하고 자세와 생각이 곧기로 이름난, 그런 손석희랑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손석희의 시선집중' 라디오에 출연한 뒤 그래도 자랑해 먹어야지 여겼다가 곧바로 까먹고 있었는데, 27일과 28일 이렇게 다시 비가 내리니까  생각이 다시 떠오릅니다.

하루 전날인 18일 '손석희의 시선 집중' 작가 한 사람이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쏟아진 장맛비로 함안보와 합천보 공사 현장이 물에 잠겼다"는 제 기사를 봤다는 것입니다. 현장 실태를 알리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 했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저로서는 작지 않은 영광이기는 합니다만, 제가 그리 썩 잘 알지 못하고요, 차라리 환경단체 쪽 사람들을 소개해 드릴 테니 그렇게들 하시지요."

작가는 이랬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어떤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서요. 신문기자가 좀 해주시면 나름대로 객관성이 인정이 되거든요. 좀 해주시죠."

그래서 저는 그러마고 했습니다. '시선집중'에서 <뉴스포커스>, 제목은 '
장맛비, 4대강 사업 공사현장은?'이었습니다. 저는 대신 준비하느라 밤샘하는 바람에 진과 맥이 다 빠져버렸습니다. 하하.

손석희 아나운서. 뉴시스 사진.


색깔 있는 대문은 손석희 아나운서 얘기고요, 다음에 나오는 검은 대목은 제 대답입니다. 물론, 실제 인터뷰는 이렇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주어진 문장을 읽지 않고 대신 자기가 궁금한 것 같은 사항을 캐물었습니다.

저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나름대로 준비한 바가 없지 않아서, 그리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10분남짓 진행됐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치고 나서 작가가 전화를 주셨기에 걱정이 돼서 괜찮았느냐 물었더니 "좋았다"면서 "정다운 느낌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다운 느낌'은 아마 제가 썼던 '갱상도 표준말'이 원인이었겠지요. 하하.

○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비 피해가 속출했지요. 여기에는 4대강 사업 공사 현장도 예외는 아닌 것 같던데. 특히 호우 특보가 내려졌던 경남 지역에선 낙동강 함안보와 합천보가 완전히 물에 잠기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천의 물이 불어나면서 가물막이를 넘어설 단계까지 갔기 때문인데요. 현재 상황은 어떤지, 인근 지역에 피해 우려는 없는 것인지..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7월 17일 오전 물에 잠기는 함안보 공사 현장.

7월 17일 공사 현장에서 본 물에 잠기는 모습.


1. 지난 토요일(17일) 오전부터 함안보와 합천보의 건설 현장이 침수됐단 소식이 들리던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예, 반갑습니다. ^.^ 현재 상황은 함안보와 합천보 건설 현장 모두 불어난 강물에 잠겼고요. 물 위로는 고정보 콘크리트 기둥하고 노란색 타워크레인만 드러나 보이고 있습니다.

물에 잠기기 시작한 시각은 합천보가 17일 새벽 4시 전후해서이고요 그보다 하류에 있는 함안보는 오전 10시 30분쯤에 처음으로 물이 넘쳐흘렀습니다.

보 건설 현장 가물막이 위에서 그대로 물이 떨어지면 낙차가 커서 충격이 갈 수 있기 때문에, 한국수자원공사는 물이 들기 전에 가물막이 안에 미리 물을 채워넣었습니다. 공사 장비와 인력은 이보다 앞선 16일 빠져나갔습니다.

2. 가물막이 구조물들이 강물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어, 주변지역에 대한 침수위험을 높이고 있단 얘기도 있던데?

그렇습니다. 가물막이라는 구조물이 강물 흐름을 더디게 만들고 있습니다. 낙동강 유역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바닥 준설 덕분에 흐름이 빨라졌는데 그 빠른 흐름을 함안보 합천보가 들어서 원점으로 돌려놓고 있다고요.

합천보 건설 현장은 가물막이가 낙동강 전체 너비의 절반 이상을 가로막고, 함안보 건설 현장은 똑같은 가물막이가 전체 너비의 80% 이상을 가로막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흐름이 더뎌지게 마련입니다.

뿐만 아니라 낙동강 곳곳에 있는 모래톱과 모래섬들을 굴착기 등을 동원해 파내고 있는데요, 여기에 임시로 흙을 쌓고 다져 만들어 놓은 다리들이 흐름을 막는 작용을 하고 말았습니다.

7월 16일 저녁 물에 잠기기 전날 가물막이 높이가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를테면 함안보 맞은편 상류 쪽에 밀포섬이라는 모래섬이 있는데요, 이것을 파내어 흙이나 모래를 실어내기 위해 앞에 말씀드린 그런 다리를 세 개 만들었는데요, 이것 때문에 일대 농경지가 침수됐다는 주장이 주민들 속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밀포섬은 낙동강 지류인 광려천이 밀포천과 만나면서 본류와 합류하는 지점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번에 물에 잠긴 농경지가 낙동강과 가까운 함안군 칠북면 덕남리 말고 이룡리에도 있는데요, 여기 이룡리는 광려천과 밀포천이 합류하는 지점입니다.

광려천 물이 그 하류에서 함안보 건설 현장과 밀포섬 흙다리에 막혀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바람에 흐름이 더욱 느려져서 결국 논으로 물이 넘치고 말았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자원공사는 함안보가 흐름을 가로막지 않을 뿐 아니라 밀포섬 일대 도로도 일찌감치 제거를 했기 때문에 이것들이 흐름을 가로막는 제방 구실을 했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데는 그다지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3. 농민들 사이에선 준설토가 농경지로 쓸려올 우려가 있기도 했는데, 이 문제는 없었나?

이번 비에는 그렇게 준설토가 쓸려내려 간다든지 하는 피해가 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현장에 갔었지만 보지를 못했고 공사 현장 주변 농민들도 조금씩 쓸려내려가기는 했겠지만 문제 제기를 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 아니고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이번에 비가 적게 오지는 않았지만, 낙동강으로 보자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강 언덕 안쪽에 물이 가득찬 정도로 그쳤지, 말하자면 한강을 비롯한 다른 여러 강들에도 다 있는 둔치까지 물에 잠기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낙동강 공사 현장 곳곳에 있는 준설토 적치장에는 15톤 화물차 8만대에 나눠 실어야 하는 분량인 70만톤이 쌓여 있는데 그 대부분이 앞에 말씀드린 둔치에 들어차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준설토는 이번처럼 강 언덕 안쪽뿐만 아니라 둔치에까지 물이 들어찰 정도로 비가 많이 와야 제대로 쓸려내려 가게 돼 있고, 수자원공사는 둔치에까지 물이 차도 쓸려내려 가지 않도록 바로 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데에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4. 기상청에선 단기예보로 주말 사이 장맛비를 예보해 왔기 때문에, 집중호우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미리 침수대비는 있어 왔나?

침수 대비는 제가 보기에는 하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공사를 하느라 여기저기 만들어 놓은 도로 같은 구조물들로흐름이 막히지 않게 철거하는 일입니다. 물론 함안보나 합천보 같은 공사 현장의 가물막이는 철거할 수 없는 시설물이니까 논의에서 제외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침수 대비는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마철을 맞아서도 수자원공사는 새롭게 강가 모래밭과 한복판 모래톱을 파헤치는 작업에 들어가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10일 전후해서는 비가 오는데도 공사를 강행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더 빨리 하려고 공사를 서두르다 보니까, 공사를 위해 개설한 임시 도로들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시간 여유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공사 현장 주변 농민들을 오히려 10일 전후해서 내린 비로 쓸려내려간 임시도로를 새로 복구하기도 했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4-1. 집중호우가 내리기 직전까지 공사가 강행됐다는 지적 있던데, 공사는 언제까지 진행됐나?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비가 많이 쏟아진 16일은 작업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 앞날인 15일은 비가 조금씩 왔어도 작업한 줄로 알고 있고 13일은 비가 왔기 때문에 작업을 못했고 12일과 14일은 또 작업을 했습니다. 

5. 수자원공사 측에선 하천수위가 안정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할 계획이라던데, 대략 그 기간을 3개월쯤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제 또 비가 올지 모르는 상황..
공사현장 안팎에 대한 대책, 어떻게 얘기 나오고 있나?

수자원공사의 사전 대책은 가물막이 높이를 합천보는 해발 14.1m에서 8m로, 함안보는 11.5m에서 5m로 낮춘 것과 둔치에 적치돼 있는 준설토에 덮개를 씌운 정도가 전부입니다.

현재로서는 공사 중단이 유일한 대책인 셈인데요, 그러면서도 보 건설 작업은 전면 중단하지만 둔치에서 할 수 있는 작업, 말하자면 바닥 준설이나 준설토 적치, 농지 리모델링 등은 선택적·부분적으로나마 계속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조차 어찌해 볼 수가 없을 것 같은, 답답한 상황입니다.

7월 18일 오전 함안보 공사 현장 모습. 가물막이 위로 넘쳐흐르는 물살이 보인다.

6. 지난주, 경남 합천군 덕곡면 주민들이 ‘합천보로 인해 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면서 공사중단을 요청한 바 있는데, 이건 무슨 얘긴가?

예, 덕곡 주민들이 지난 15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공사 중단과 더불어 정밀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수자원공사가 여태까지 침수 피해가 없다고 해 왔지만 실제로는 7월 10일 심하지 않은 비에도 덕곡면 다섯 개 마을 농경지가 물에 잠겼던 것입니다.

또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공개되지 않은 마스터플랜에는 합천보 일대 침수 피해 면적이 4~5제곱km로 나와 있기도 합니다. 여태 침수 피해 주장은 함안보에서만 나왔는데 이제 합천보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하수 수위 문제도 있습니다. 합천보 관리수위는 해발 10.5m로 예정돼 있습니다. 해발 10.5m는 합천보 근처 농경지와 견줘 1m정도밖에 낮지 않은데요. 지금 지하수위는 땅 밑 3m 아래에 형성돼 있는데 이것은 평소 수위 6.5m가 유지될 때 나오는 결과입니다.

합천보가 건설되면 평소 수위 6.5m가 관리 수위 10.5m로 4m가량 높아지게 되는데 그러면 지하수위도 덩달아 올라가 적어도 땅 밑 1m까지 높아진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지하수위는 지금 기르는 작물들의 경우 뿌리가 1년 365일 내내 물에 잠겨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되고 그렇다면 양파 수박 마늘 감자 같은 농사는 포기하고 미나리 따위나 길러야 한다는 얘기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땅의 성질과 농사의 성질이 한꺼번에 모두 달라지는 것입니다.

---
여기 이 마지막, 합천보 둘레 침수 피해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다른 부분을 꼬치꼬치 캐묻는 바람에 거기까지 이어지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저로서는 아쉬운 대목입니다.


하지만, 낙동강 현황, 정부의 이른바 낙동강 살리기라는 거대한 토목공사가 얼마나 안전대책없이 위험하게 진행되는지를 좀더 알리는 데 이바지했다는 면에서 조금은 보람이 있는 일이었습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