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경남도민일보에 재직하고 있던 때였다. 통합 마창진 시장에 출마할 예정인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본인은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고 하는데, 참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적어도 2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지난 1월 23일 열린 '전수식의 마산사랑이야기' 출판기념회. 사진출처 : 전수식 블로그 황철곤 마산시장의 출판기념회에 모인 사람들. 세어본 결과 2000여 명에 이르렀다.
그 정도 인원이라면 요즘 정말 지역에서 보기드문 대규모 행사다. 거기에 참석한 정치인들이나 지역유지들의 면면도 궁금했다. 들리는 이야기론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축가를 불렀고, 배한성 전 창원시장이 축사를 했다고 했다.
배한성 전 창원시장이라면 나름대로 창원 토박이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가 어떤 축사를 했는지에 따라 선거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정두언 같은 국회의원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 것도 재미있는 뉴스거리가 될 수 있다.
지방선거 출마예정자의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선거기간 이전에 합법적으로 허용된 대규모 선거유세나 마찬가지다. '출마한다', '지지해달라'는 말만 할 수 없을뿐 그 외에는 마음껏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날인 24일 출고된 관련기사는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원고지 2.3매 분량의 짧은 글에서 출판기념회 관련 이야기는 첫 줄에 "출판기념회를 했다"는 한 마디뿐이었다.
몇 몇이나 참석했고, 어떤 인사들이 참석해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아예 없었다. 기자가 가보지도 않은 게 분명했다. 게다가 그 기사는 '정치' 기사가 아닌 지역의 소소한 행사와 인물 동정을 다루는 '사람들'면에 단신으로 출고됐다. (☞해당 경남도민일보 기사 :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 '…마산사랑 이야기' 출간)
지역신문에게 지방선거는 최대의 이벤트이자 축제다. 그걸 이토록 소홀하게 다룬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데스크회의에서 문제제기를 했으나 보기좋게 묵살당했다. '앞으로도 수많은 출마예정자들이 출판기념회를 할텐데, 그걸 일일이 다 취재하여 다룰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럴려면 선거취재는 왜 하고, 신문은 왜 만드나' 싶었지만, 담당부서에서 그렇게 단호하게 나오는데 어쩔 수 없었다.
경남도민일보를 정리한 후, 아버지 간병으로 바쁜 중에도 어제(27일) 오후 4시 마산종합운동장 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황철곤 마산시장의 <우산 받쳐주는 시장> 출판기념회에 블로거로서 취재를 가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과연 황철곤 시장의 출판기념회도 굉장했다. 내가 세어본 바로는 여기에도 2000명 남짓한 사람들이 참석했다. 왔다가 눈도장만 찍고 간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본다면 더 많았을 것이다.
내가 취재한 황철곤 시장 출판기념회는 앞으로 이 블로그를 통해 2~3차례 더 자세히 포스팅해볼 생각이다. (기대하시라.)
그리고 3월 1일 오후 3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경남도지사 출마예정자)과 2일 오후 7시 창신대학 대강당에서 열리는 허정도 전 경남도민일보 사장(통합 마창진 시장 출마예정자)의 출판기념회에도 (아버지의 간병에 별 무리가 없는 한) 가볼 참이다.
지역신문 기자들이 맨날 하는 말이지만, '촌에 별 기삿거리가 있나? 이런 게 바로 지역밀착보도 아닌가?' 당분간 새로운 일이 정해지기 전까진 블로그를 통한 지역밀착보도를 한 번 실험해볼 참이다.
'지역에서 본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응인의 담담한 시집 '그냥 휘파람새' (4) | 2010.03.02 |
---|---|
언론인 리영희의 크고 넓고 깊은 영향력 (9) | 2010.03.01 |
창녕 소벌에서 미리 보는 낙동강의 아픔 (2) | 2010.02.25 |
트위터 위젯과 메타블로그도 선거법 위반? (23) | 2010.02.23 |
지역신문 문학 담당기자가 누리는 보람 (11) | 2010.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