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제주에서 먹은 흑돼지 구이의 참맛

기록하는 사람 2010. 1.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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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맛있는 걸 좋아하여 블로그에 맛집 소개글을 종종 올립니다만, 프랜차이즈나 기업형 식당은 가급적 소개하지 않습니다. 그런 집은 굳이 제가 소개하지 않아도 잘 알려져 있는데다, 이왕이면 주인장의 정성과 손맛이 살아있는 소규모 식당을 발굴해 알리고자 하는 욕심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주의 대형식당 한 곳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대개 기업형의 큰 식당은 규격화된 서비스와 조리법 때문인지 별로 특별한 맛을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은 제 입맛에 착착 감길 정도로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제주도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흑돈가'라는 제주산 돼지고기 전문점이었는데요. 총 500명의 손님을 수용할 정도로 대형 식당이었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었는데, 마침 저희 일행(고향친구들)을 맞이한 종업원은 여느 대형식당과 달리 살갑고 정답게 대해주었습니다.


이건 별관의 모습입니다. 본관도 같은 규모로 옆에 바로 붙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화장실에 손 건조기와 더불어 구강청정기(가글)까지 설치되어 있더군요. 고객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의 신발입니다. 왁자지껄하게 먹고 마시고 놀았는데, 나중에 종업원에게 '떠들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이 정도면 양반입니다'라고 하더군요.


돼지 생고기를 시켰는데, 기본 상차림입니다. 특이한 것은 젓갈 양념장을 소스로 내놓았던 것입니다. 새우젓과 또다른 젓갈이었는데, 돼지고기를 거기에 찍어먹는 것도 별미더군요. 물론 소금 또는 참기름소금장을 시켜도 됩니다. 저는 돼지고기의 원래 맛을 즐기기 위해 왕소금을 요청해 찍어먹었습니다.


1인분(180g)에 1만 1000원 하는 흑돼지 생고기입니다. 얇은 껍데기와 두툼한 비계, 그리고 살코기의 마블링이 정말 완벽했습니다.


이곳은 참숯에다 석쇠를 얹어 굽더군요. 참숯도 냄새를 맡아보니 그야말로 진짜였습니다. 숯향이 고기에 배여 맛을 더했습니다.


저는 요즘 속이 쓰려 소주보다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데요, 제주 특산 조껍데기술이 의외로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그날 저는 이것만 마셨습니다.


종업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구워 먹기좋게 잘라 줍니다. 그저 손님은 양껏 먹기만 하면 됩니다.


우거지 된장국도 그냥 대충 끓인 게 아니었습니다. 제대로 된 된장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된장에다 밥까지 한 그릇씩 먹고도 술자리가 파하지 않자 이렇게 돼지껍데기를 서비스로 내줬습니다. 쫄깃하게 씹는 맛이 술안주에 제격이더군요.


기름기 많은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새콤 시원한 물김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달지 않아 제 입맛에 딱 맞았습니다. 어떤 식당은 마치 통닭에 따라나오는 것처럼 너무 달게 하여 내놓는 곳도 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가격표를 공개합니다. 사진을 찍겠다며 메뉴판을 좀 보자고 하니까 두 말없이 갖다 주더군요. 대개 식당에서 사진을 찍어대면 주인이나 종업원이 경계심을 보이는 경우도 많은데, 이 집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일까요?

이 포스팅을 위해 다음에서 '흑돈가'를 검색해봤더니 나름대로 꽤 유명한 식당이더군요. 서울 삼성동에 직영점도 냈다는군요. 지역정보 사이트인 '로컬스토리'에도 이미 두 군데의 직영점이 등록돼 있고, 많은 리뷰가 붙어 있더군요. 저도 짧은 리뷰와 사진 하나 올렸습니다.

제주도 여행에서 제주산 흑돼지의 맛을 보시려면 이 집을 한 번쯤 들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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