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제주 현지인들의 단골 오분자기 뚝배기집

기록하는 사람 2009. 12. 2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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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초등학교 동창들과 난생 처음으로 2박 3일 제주도 여행을 갔습니다. 모처럼 초딩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여행에선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의 하나입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먹은 것부터 역순으로 소개해올리겠습니다. 공항에 가기에 앞선 점심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까운 곳이 좋을 것 같아 도두항 근처로 갔습니다. 식당 이름은 '순옥이네 명가'였습니다.

이번 여행은 친구의 친구가 운영하는 여행사를 통해서 갔는데, 그 덕분인지 운전기사 아저씨가 '관광객용 식당'들은 일부러 배제하고 현지인들이 잘 가는 식당으로 안내해주었습니다. (역시 한국사회는 인맥과 연고로 움직이는 곳이더군요. ^^;)

식당 안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손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른쪽에 큰 얼굴은 우리 친구녀석입니다.


과연 식당에 들어서자 관광객으로 보이는 손님은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가 시킨 것은 그냥 '뚝배기'(1만 원)라는 메뉴였습니다. 메뉴판에 보니 '전복뚝배기'도 있었는데, 그건 1만 5000원이더군요.


그래서 좀 별볼일 없는 된장국에 해물 몇 개 넣어주는 건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먹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꽤 먹을만 했습니다.


사실 기본 밑반찬은 별로 특별한 게 없었습니다. 배추김치와 콩나물, 무김치, 호박, 오뎅, 톳나물 등이 좀 심심해 보입니다.


드디어 메인메뉴인 '뚝배기'가 나왔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보통 해물된장국과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속을 휘저어보니 보통 뚝배기에선 볼 수 없는 '오분자기'와 큼직한 소라가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바지락 조개도 꽤 많이 들었습니다.


전복과 비슷하게 생긴 오분자기부터 먹어봤습니다. 맛도 전복과 비슷했습니다만, 약간 부드러운 느낌이더군요. 어쨌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오분자기를 껍질에서 떼어내 뒤집은 모습입니다. 확실히 전복과는 다르죠?


이렇게 성게알도 들어있습니다. 국물을 휘저어가며 성게알을 찾아먹는 재미가 꽤 쏠쏠했습니다.


이제 소라도 먹어야겠죠? 젓가락을 쑥 찔러 지렛대처럼 빼어올리니 이렇게 쑤욱 몸통과 꼬리가 드러났습니다. 정말 싱싱하고도 고소한 맛이었습니다.


꽃게도 대충 국물만 내려고 넣은 게 아니라, 이렇게 알이 단단하게 박혀 있습니다. 파먹는 재미가 역시 괜찮았습니다.


아, 그런데, 오분자기가 딱 한 마리만 든 게 아니었습니다. 먹다보니 이런 조그만 새끼 오분자기가 두 개나 더 나오더군요. 혹 제 뚝배기에만 그런 줄 알았더니 옆 친구들에게도 모두 큰 것 한 마리와 작은 것 두 마리가 들었더군요.


공기밥과 뚝배기를 싹싹 비우고, 왠지 허전해 전복 한 접시를 시켰습니다. 원래 전복은 7만 원, 16만 원인데 '맛만 보겠다'고 하니까 3만 원짜리 한 접시를 이렇게 주었습니다.


제주도 같은 관광지에서 이 정도 가격이면 착한 가격 아닌가요? 성게국 9000원, 한치물회 8000원부터 있습니다.


식당 외관은 이렇게 허름(?)하게 생겼습니다. 제주도에 다녀온 후 로컬스토리에서 순옥이네명가를 검색해봤습니다. 주소와 전화번호는 있는데, 아직 주인장 등록을 하지 않아 자세한 메뉴와 가격표 등은 없더군요. 아직 리뷰도 없고요.


그래서 제가 1차로 짧은 리뷰를 올렸습니다. 관광객만 많이 몰리는 식당보다는 이런 식당을 찾아가보는 것도 여행을 기분좋게 하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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