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서울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 있었나 보다. 서울 음식은 다들 퓨전(fusion)이 되어버려서 별시리(별스럽게의 경상도 말) 맛도 없는 게 비싸기만 하다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에서 먹은 족발. 순대국과 순대는 서비스로 무한리필된다. 8명이 상당히 마셨는데도 3만 8000원이었다. 서대문에서 시킨 족발 작은접시.
그런데 최근 그런 내 선입견을 깨주는 두 가지 서울 음식이 있었다. 바로 막걸리와 족발이었다. 특히 막걸리는 하도 맛이 좋아서 사흘동안 서울에서 내내 장수막걸리만 먹었다.
서울 장수막걸리를 처음 마셔본 것은 지난 18일이었다. 그동안 서울에서 수없이 술을 마셨지만, 유독 막걸리는 그제서야 마시게 된 것은 예의 그 선입견 때문이었다. 원래 막걸리는 농주(農酒)라는 이미지가 있었고, 시골로 갈수록 맛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날 다른 일로 서울에 갔다가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로부터 트위터 멘션을 받은 게 계기였다. "공덕시장에서 족발에 막걸리나 한 잔 하죠."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덕동은 그리 멀지 않았다. 공덕시장으로 들어서니 족발집이 줄을 지어 있었다. 아무 데나 그냥 들어갔다. 블로거 도아, 몽구, 커서(거다란), 김현익 님과 함께였다.
족발은 지금까지 내가 마산이나 진주에서 먹던 것과 아예 격이 달랐다. 차갑게 식어 단단하고 딱딱하기만 했던 그런 족발이 아니었다. 요즘 웬만한 지역도시의 족발은 프랜차이즈점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냉동상태로 서울에서 오는동안 맛이 그렇게 딱딱하게 변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서울에서 먹은 족발은 그동안 내가 먹었던 것들과 달리 너무 부드러우면서도 찰졌다. 그 족발과 막걸리의 맛도 궁합이 좋았다.
서울 장수막걸리는 부산 생탁이 마치 사이다를 탄듯 달고 싸아한 맛이 나는 것과 달리 막걸리 본래의 향과 맛을 유지해 특유의 감칠맛이 있었다. 대개의 막걸리에서처럼 덩어리도 별로 없었다. 어떻게 시중에 유통시키는 병막걸리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가격도 아주 저렴했다. 특히 족발의 경우 지역의 다른 도시보다 훨씬 쌌다. 족발 큰 접시가 2만 원, 작은 게 1만 7000원이었다. 8명이 큰 것 하나를 시켰더니 순대와 순대국이 따라 나왔다. 순대와 순대국은 계속 리필도 된단다. 새우젓도 족발을 찍어먹기에 아주 적절한 맛이었다.
다른 메뉴로 냉채족발과 양념족발도 있었는데, 다음에 가면 꼭 먹어보고픈 것이었다.
8명이 막걸리를 꽤 마셨다 싶었는데, 최종 계산을 하니 3만 8000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후에도 서울의 족발 맛을 잊을 수 없어서 서대문에서 시장통의 한 식당에서 족발 작은 접시를 시켰는데, 공덕시장의 족발보다는 못했지만 마산에서 먹는 족발보단 나았다.
그러고 보니 과거 진주의 족발골목에서 제일 유명했던 집의 상호가 '서울왕족발'이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족발은 서울이 원조인 것일까?
하여튼 막걸리와 족발만큼은 서울이 내가 사는 지역보다 훨씬 나았다. 서울 장수막걸리는 보관상의 문제만 없다면 한 박스쯤 사오고 싶었을 정도였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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