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과음한 뒷날 맑은 생대구탕 어때요?

기록하는 사람 2009. 12. 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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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과음을 하고, 다음날 아침까지 걸렀다면 시원한 해장이 필요하다. 그럴 때 나는 얼큰한 해장국보다, 맑고 담백한 해장국이 더 당긴다.

마침 우리 회사 바로 맞은 편에는 22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일식집이 있다. 청해초밥이라는 곳이다. 겉보기에는 허름해보이지만 음식이 꽤 실속 있다.

이곳은 복어나 볼락, 대구 등 생선을 매운탕이든 지리(맑은국)든 고객이 원하는대로 해준다. 복어와 볼락은 1만 원인데, 대구는 1만 5000원이다.

그 날은 좀 무리를 하여 생대구 지리를 시켰다. 명색이 일식집이라 메인메뉴가 나오기 전, 기본으로 몇 가지 밑반찬과 야채, 샐러드, 어묵탕, 해산물 등이 나온다. 이날은 점심 때라 나오지 않았지만, 저녁에 가서 반주를 시키면 병어회도 몇 점 준다.



이런 기본 안주거리도 나오므로 저녁이라면 반주 한 잔 하기도 괜찮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아귀 대창이다. 술을 마신 다음날이라서인지 나는 특히 물김치가 끌렸다. 아예 이 물김치에 밥 한 공기를 후루룩 말아 먹어도 좋다. 하지만 대구지리가 남아 있으니 참아야 했다.



이 집 물김치는 달지 않아서 좋다. 과음한 다음날 거북한 속을 달래는데 제격이다. 어묵을 와사비 간장에 찍어먹어도 맛있다.


드디어 대구 지리가 나왔다. 특별히 들어간 재료는 별로 없다. 무와 배추, 파, 두부, 모자반과 미나리 정도다. 심심하면 레몬식초 소스를 넣어 더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냥 시원한 국물과 담백한 대구 살 맛만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약간 기름진듯 하면서도 고소한 곤이와 대창 등을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맑은 국을 먹다 보니 짭짤한 것도 입맛을 당긴다. 특히 호래기(꼴뚜기) 젓갈이 내 입맛에 맞다. 내가 이 집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날도 두 번을 시켰다.


이렇게 밥 한 그릇을 거뜬히 비우고, 대구 지리도 국물까지 싹 비웠다. 속이 든든하면서도 편안해진다.


식당 내부는 22년 역사에 걸맞게 좀 고색창연한 느낌이 든다. 2층에는 방도 네 개쯤 있다. 신문사가 앞에 있고, 옆에 사보이 호텔이 있다 보니 대통령 선거 때마다 많은 후보들이 다녀갔다.

문제는 주차장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물 정치인들이 이 집에 오면 식당 앞 도로에 불법주차된 검은색 대형승용차가 줄줄이 늘어서 있다.


밖에서 보는 식당의 모습이다. 옛 썬스타호텔(지금은 그냥 썬스타빌딩) 1층에 있다. 옆에는 썬스타커피숍이고, 그 옆엔 사보이호텔이 있다. 맞은편은 경남도민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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