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블로그 컨설팅

인터넷 선거전략, 블로그가 핵심이다

기록하는 사람 2009. 12. 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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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블로그 '거다란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커서'는 지난 10·28 재·보궐 선거기간동안 직장에서 휴가를 내고 민주당 송인배 후보를 밀착취재했다. 그의 목적은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자발적으로 선거사무실에 찾아가 송 후보를 동행취재하겠다고 했고, 8일동안 후보를 따라다니면서 취재해 27건의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그는 또한 이 글을 자신의 블로그뿐 아니라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게시판과 다음 아고라, 그리고 각종 인터넷 카페에도 함께 올렸다. 그의 글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4만 6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서프라이즈 8만 4000, 아고라 4만 등 총 20만~30만 회에 이르는 조회가 있었다고 한다.


양산 재선거 때 송인배 후보 밀착취재 경험을 발표하고 있는 블로거 커서.


그가 선거운동기간을 전후하여 올린 글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괄호 안은 댓글 수)

2009/11/02 내가 본 양산선거, 신나고 감동적인 축제였다 (6)
2009/10/29 뉴시스가 양산에서 나를 찍었다 (6)
2009/10/29 양산에서 2010 지방선거 희망 얻은 부산경남 개혁진영 (8)
2009/10/28 양산 송인배 캠프 8시 40분 현재 모습 (12)
2009/10/28 투표율 높은 양산선거, 누가 이길까?
2009/10/27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양산의 시민들
2009/10/27 양산 선거혁명을 점치는 4가지 이유 (4)
2009/10/27 선거 이틀 남은 양산의 바닥민심은? (6)
2009/10/27 대파마이크로 양산을 웃음바다 만든 유시민 전 장관 (10)
2009/10/26 이 많은 노무현들을 어찌 감당할라고 그런 짓을 저질렀노 (24)
2009/10/25 양산에서 노무현 승리 4번째 징조 (6)
2009/10/24 '기적의 한표' 유세단에 관심을 보이는 양산시민들 (9)
2009/10/24 양산에서 '기적의 한 표' 첫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4)
2009/10/23 '기적의한표' 드디어 내일, 양산에 속속 모이는 친노단체들 (10)
2009/10/23 안희정, "양산시민이 세가지 심판해주십시오." (8)
2009/10/23 송인배 유세단에 손 흔들어 반기는 양산시민들 (9)
2009/10/23 양산에서 혼신을 다해 까부신 유시민 전 장장관 (28)
2009/10/22 송인배의 독백, "이 찐빵 먹으면 한 표로 돌아올까?" (4)
2009/10/21 송인배후보유세장에서 양산시민이 웃음 못참는 이유 (2)
2009/10/21 양산선거, 송인배 후보의 승리를 기원하는 양산시민들 (5)
2009/10/20 속보)아고라회원들 단일화 요구하며 양산 송인배 사무소 점거 (9)
2009/10/20 양산대첩, 노무현승리 예감 양산시 캐치프레이즈 (10)
2009/10/19 양산에 간 김두관·안희정이 신이 난 이유 (41)
2009/10/19 양산선거, 유권자와 자봉이 전하는 초반 분위기 (10)
2009/10/17 박희태 6% 차 맹추격 송인배, 단일화시 박빙 (14)
2009/10/16 양산보궐, 친노후보 승리 예감케 하는 프랭카드 (6)
2009/10/15 한나라당 재보선 0:5 참패 탈출 과연 가능할까? (8)

이 기간동안 그 어떤 신문이나 방송도 송인배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 상황을 이렇게 생생하고 재미있게 전달해준 매체는 없었다. 특히 인터넷에서 양산의 재선거 상황을 이만큼 자세하게 알려준 곳도 없었으며, 지역일간지의 양산 재선거 기사 전부를 합쳐도 이만큼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없었다.

그의 선거 블로깅은 네티즌들의 양산 재선거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고, 네티즌들의 높은 관심은 거꾸로 선거에 무관심했던 양산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불러들였을 것이다. 지금도 포털사이트에서 '송인배'를 검색하면 '거다란닷컴'의 글들이 우선적으로 노출된다.

그는 이런 선거의 경험을 2009년 11월 25일 경남도민일보 블로그 강좌에서 털어놓았다. 그는 "기존 미디어가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존재를 인지시켜 줄 수는 있겠지만, 감성을 자극하여 지지를 이끌어내지는 못한다"며 "블로거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감성을 전달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다수 유권자의 직접 투표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언론을 통한 홍보가 공중전이라면, 블로그는 지상전에 투입된 보병"이라며, "결국 마지막으로 그 지역을 점령하고 깃발을 꽂는 것은 공군이 아니라 보병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도 했다.

블로그 강좌 '2010 지방선거와 블로그의 역할'.


사실 그렇다. 기존 신문이나 방송에게 선거보도는 아주 민감한 부분이라서 기계적 중립을 취할 수밖에 없고, 보도하는 내용 또한 단순한 팩트에 그치게 된다. 특히 한 광역자치단체 안에서만 수백 명을 뽑는 지방선거에서는 후보자 숫자만도 1000명이 훌쩍 넘는다. 따라서 시·도지사나 교육감 또는 일부 시장·군수 후보자 외에는 기존 언론에 노출될 기회가 거의 없다.


따라서 적어도 온라인 여론에 민감한 20대나 30·40대 도시지역 유권자의 표를 공략하기 위해선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전략이 후보자들에겐 필수적이다. 앞서 양산 재선거에서 선거초반 무명에 불과했던 송인배 후보가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를 4% 표차로 바짝 따라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블로그 '거다란닷컴'의 영향도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들은 어떤 인터넷 전략을 써야 할까? 내가 보기엔 기존의 '후보자 홈페이지'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별로 효용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껏해야 그의 이름을 검색하여 들어오는 방문자들에게 후보자 프로필 정도를 제공하는 기능에 그칠 것이다.

물론 웹에 올려진 후보자의 프로필도 중요하다. 인터넷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자 하는 사람의 정보도 웹 검색으로 찾는다. 따라서 후보자를 알리기 위한 소개 페이지 정도는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 다만 선거특수를 노리는 업체들의 농간에 속아 수십~수백만 원씩 들여 홈페이지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갔다. 차라리 그 돈으로 신문사 홈페이지에 배너광고를 하는 게 낫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포털이 제공하는 블로그나 카페를 간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온라인 메커니즘을 좀 아는 정치인들은 여야 정당을 막론하고 아예 홈페이지 없이 포털의 블로그나 카페를 활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트위터를 소통수단으로 삼는 정치인들도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로컬 블로고스피어를 형성하고 잇는 지역메타블로그.


그러나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유명정치인이 아닐 경우 스스로 트위터나 블로그에서 수천~수만 명은 커녕 몇 백 명의 독자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블로그는 트위터와 달리 좋은 글을 꾸준히 생산함으로써 포털이나 각종 메타사이트에서 주목받는 인기블로그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후보자 스스로가 영향력 있는 미디어파워를 갖게 되겠지만, 당장 선거운동에 주력해야 할 후보자가 블로그만 붙잡고 있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블로그를 만들되, 좋은 글을 써줄 지인들을 필진으로 참여시켜 '팀블로그'를 꾸리는 것이 한 방법이요, 두 번째는 이미 활발하게 활동 중인 블로거들을 지지자로 끌어들여 앞서 '거다란닷컴'의 '커서'처럼 우호적인 취재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후보자가 지인들과 함께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철학과 비전, 지역사회와 사람에 대한 애정, 풍부한 지식 등을 풀어놓을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인터넷 홍보수단은 없을 것이다. 특히 블로그는 '사회관계망(소셜네트워크)'을 구축하는데 더없이 좋은 매체이므로, 블로그를 통해 구축된 인맥은 그가 후보자가 되었을 때 훌륭한 '인터넷 선거운동원'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블로그에도 자신의 상세 프로필과 살아온 길 등 홍보페이지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꾸밀 수 있다.

또한 이미 일정한 파워를 갖고 있는 블로거들을 지지자로 확보하거나 그들과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미 상당수 블로거들은 웬만한 신문·방송사 기자 몇 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렇게 맺어진 파워블로거들이 선거운동기간 '커서'처럼 왕성한 취재를 통해 페이지뷰를 안겨준다면 수많은 후보자들 중에서 단연 군계일학이 될 것이다. 게다가 경남도민일보 '갱상도블로그'나 충청투데이 '따블뉴스'처럼 해당 지역의 블로고스피어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곳이라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그런 지역에서는 블로거들의 오프라인 모임에도 꾸준히 참석하는 것이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로컬 블로고스피어에서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블로그를 개설해 일정한 궤도에 올라야 한다. 이미 '갱상도블로그'의 경우 아래처럼 '선거 출마예상자 블로그 등록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다.

1
. 20건 이상의 일정한 콘텐츠를 담은 포스트가 있어야 합니다.

2. 펌글 또는 후보자 프로필만으로 구성된 블로그는 사절합니다.
3. 1개월 이상 새 글이 업데이트 되지 않는 블로그는 등록 후에도 삭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거에 임박해 급조하는 블로그는 과거 구색에 그쳤던 후보자 홈페이지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두 가지 전략이 충족된 후보자라면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트위터와 인터넷 카페를 활용할 수 있다. 알다시피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트위터와 우호적인 블로그들을 잘 활용함으로써 당선될 수 있었던 최초의 대통령이라 칭할 정도다. 따라서 자신의 블로그가 어느 정도 블로고스피어에 안착하고, 우호적인 블로그 그룹까지 있다면 트위터는 자신과 우호적 블로그의 메시지를 더 널리 전파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인터넷 카페 또한 RSS게시판 기능을 활용하여 블로그의 메시지를 카페 멤버들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으며, 지지자들끼리 훌륭한 커뮤니티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웹2.0이 일반화하지 못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하지 않았던 과거 선거에선 인터넷 선거전략이 유의미한 득표로 이어지는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2002년 대선 당시 노사모 홈페이지와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언론이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이후 국회의원 총선거나 지방선거에선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확 달라졌다. 무엇보다 오프라인에서 선거나 후보자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반면 온라인에서 거의 모든 정보를 얻는 게 일상화했다. 또한 카페와 블로그,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기존 언론 이상의 소통수단으로 정착됐다. '시민기자' 자격으로 글을 기고하는 단계를 넘어 개인미디어로 무장한 시민들이 수십 배로 늘었다. 


이런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방선거처럼 후보자 숫자가 많은 경우, 아무리 기자회견을 하고 보도자료를 뿌려도 기존의 신문·방송에선 단신으로 보도되기도 어렵다. 그 때 미리 확보된 우호적인 블로그들이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은 물론 그가 제기하는 의제와 이슈, 주장을 잘 전달해 준다면 열 신문·방송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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