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영화 '국가대표'에서 내가 깜박 속은 장면

기록하는 사람 2009. 8.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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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대표'를 봤다. 일단 최근에 본 영화 중 '해운대'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물론 스케일이나 화려함으로는 '해운대'가 월등하다. 그럼에도 재미나 감동에선 '국가대표'가 훨씬 나았던 것은 그야말로 '스토리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글 : 영화 해운대 눈물포인트, 사람마다 달랐다)

물론 군데군데 좀 오버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특히 부잣집 딸이 찬모로 나오는 주인공의 어머니를 심하게 구박하는 장면), 신파 같은 느낌이 드는 부분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 정도 과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신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해운대'를 보면서 코끝이 찡하고 눈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한 분이라면, '국가대표'에서는 줄줄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스토리도, 연기도, 여배우의 미모도 다 괜찮았다. 심지어 경기장면의 CG도 굉장했다.


'해운대'가 전반적으로 큰 스케일 속에서도 긴장감이나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스토리가 빈약한데다 산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차피 온 천지가 물로 덮여 있는 상황에서 젖은 몸으로 젖은 전봇대에 올라간다고 해서 감전되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 뻔한 엉터리였고, 수천~수십만 명이 해운대를 덮쳐 아비규환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구조대 헬기가 먼 바다에서 요트 승선자 두 명을 구하기 위해 너무 오랜 시간동안 쌩쇼를 하고 있는 것도 그랬다.

그래서 확실히 영화감독이란 스토리를 볼 줄 아는 능력이 제1의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그 기술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콘텐츠의 힘이라는 것이다. CG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것의 실감을 더해주는 것은 탄탄한 스토리와 리얼리티라는 말도 되겠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스토리는 결국 인간이 만들고, 그 능력은 인문학에서 나온다. 심형래 감독의 '디워'만 봐도 그렇다.(관련 글 : 국가대표, 해운대, 괴물, 디워 비교해보면?)

그런데, 내가 '국가대표'에서 깜박 속은 게 있었다. 코치(성동일 분)의 딸 방수연(이은성 분)이 날라리 스키점프 선수인 최흥철(김동욱 분)의 노골적인 섹스 요구에 두드러기가 난 자신의 몸을 보여주며 '에이즈'라고 뻥치는 장면이다.

나는 정말인줄 알았다. 천방지축 아비 애를 먹이고 다니는 아가씨에게 저런 말못하는 아픔이 있었구나 하고 나도 안타까워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참 순진했다. 에이즈는 국가가 관리하는 병인데, 치료비를 벌기 위해 피라미드 판매를 한다는 것부터 거짓말임을 알아챘어야 했다.

나중에 그게 뻥이었다는 것을 영화는 우스꽝스럽게 보여주는데, 정말 그 장면에서야 내가 속았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함께 영화를 봤던 아내는 이미 그때부터 거짓말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역시 여자는 여우라더니, 여우는 여우의 속셈을 알아보는구나 싶다.


어쨌든 영화 '국가대표'는 인기종목에만 지원이 집중되는 엘리트스포츠 정책의 문제를 보여준다는 것으로 나름대로 의미도 있는 작품이다. 또 마지막 공항 장면에서 주인공 차헌태 역의 하정우 연기도 썩 좋았고, 여배우 이은성은 이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연기도 무난했고 예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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