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20년만에 얻은 휴직, 어디서 죽칠까?

기록하는 사람 2009. 9. 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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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로부터 한 달 휴직을 받았다. 그것도 통상임금의 80%를 받는 유급휴직이다. 1990년 기자생활을 시작한 후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얻게 된 긴 휴식이다. (1998년 경남매일이 폐업했을 때도 청산인 대표를 맡는 바람에 단 하루도 쉬지 못했고, 병행하여 경남도민일보 창간추진위원회 일을 하는 바람에 역시 하루도 쉬지 못했다.)

통상임금의 80%를 받으면서 한 달을 쉴 수 있다니, 직장인으로선 정말 황금같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너무 고마워 여름휴가도 반납했다. 한 달 휴직이 있는데, 휴가까지 쓴다는 게 좀 미안해서였다.

물론 회사가 어려워서 취한 조치인데다, 휴직 기간 중 해서는 안될 일들이 너무 많다. 이걸 어기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반납해야 한단다.

회사가 휴직자에게 공지한 휴직 기간 중 주의 사항

1. 타 사업장 취업금지
2. 회사 출근 금지
3. 기타 소득 금지
① 강의, 강연 금지
② 방송출연 금지
③ 타지 원고 금지
④ 잡급 금지 (일용직)
⑤ 아르바이트 금지
4. 회사 이외의 타사업장 이중 근로제공자 : 휴직 대상에서 제외
5. 확장 금지(확장유지수당 포함) 및 확장 수당 책정 금지
6. 권장비 책정 금지
7. 당직비, 실비 책정 금지
8. 신문지면 및 인터넷 기사 이름 표기 금지
9. 회사 업무와 관련한 행위 금지


그래도 이런 기회가 어디 흔한 일인가? 일단 강의 요청과 토론회 참석 요청에 대해 사정을 말씀 드리고 사양했다. 그러나 한 군데는 돈(토론사례비)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수락했다. 설마 돈도 받지 않는 토론회에 나간다고 문제삼는 건 아니겠지.

벌써 단풍이 들고 있다. 가을이다.


그리고 휴직 기간 중 꼭 해야 할 세 가지 계획을 세웠다.

첫째, 수료 후 몇 년간 미뤄뒀던 대학원(기록관리학) 종합시험과 영어시험에 통과하는 것이다. 마침 시험 일정이 9일과 10일로 잡혔다.

둘째, 휴직기간 중 책을 한 권 이상 쓴다.

세째, 이(齒) 치료를 받는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휴직 첫날(3일) 대학원에 가서 공부해야 할 책과 시험범위 등을 알아보았다. 몇 년 동안 쉬어서인지 쉽지 않다. 다음날(4일) 집에서 공부를 해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계속 인터넷만 들여다 보게 되고, 인터넷을 닫은 후 책을 열면 눕고 싶어졌다.

혼자 밥을 챙겨먹는 것도 만만찮았다. 결국 라면을 끓어먹었으나 속이 더부룩하여 불편하다. 5일엔 계획적인 생활을 위해 아침 6시에 일어나 인근 산호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100m도 안되는 높이의 산상 공원이지만, 다녀오고 나니 온몸이 피곤했다. 결국 낮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며 허송하고 말았다.

산호공원 아래에 있는 마산도서관.


다음날인 6일은 일요일이었다. 아침 8시 배낭에 책을 챙겨넣고 다시 산호공원으로 향했다. 이번엔 산책이 목적이 아니라, 산호공원을 넘어 마산도서관에 가기 위해서였다. 도서관에 공부를 하러 간 것은 중·고등학교 때 부산 서면과 서대신동에 있던 도서관 이후 처음이다. 당시엔 도서관에 자리를 잡기 위해선 새벽 5시부터 길게 줄을 서야 했다.


그러나 마산도서관은 일요일임에도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낮에 기온이 올라가자 에어컨도 틀어준다. 3층 열람실에서 공부하다 답답하면 복도 끝에 옥외휴게실도 있다. 커피 자판기도 있고, 담배도 필 수 있다. 집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담배를 훨씬 적게 피우게 된다.

마산도서관 자유열람실. 아무 때나 가도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공부를 하다 참고도서가 필요하면 2층에 내려가 대출하면 된다. 그동안 내가 썼던 책들도 서가에 꽂혀 있었다. 하하. 도서대출증은 신분증만 보여주면 즉석에서 만들어 준다.

인터넷 검색이 필요하면 열람실 바로 옆에 있는 디지털자료실에 가서 이용하면 된다. 한 번에 한 시간 이내로 이용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지만, 이 모든 게 공짜다. 디지털 자료실에서 인터넷 검색은 물론 프린터도 가능하고, 헤드셋을 빌려 음악감상이나 영화감상도 가능하다.

아예 하루에 한 편씩 영화상영을 해주는 시청각실도 있다. 이 모든 게 공짜다. 디지털 자료실 바로 옆에 있는 제3열람실에선 개인노트북으로 무선인터넷도 마음껏 쓸 수 있다. 지금은 당장 시험공부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시험이 끝난 후에도 계속 이용해야 할 것 같다. 시험 후 책도 여기서 쓰면 훨씬 잘 될 것 같다.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구내 식당이나 매점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으려면 도서관 밖으로 나와 식당을 찾아야 한다. 그것 말고는 완벽하다.

아차, 이 글 쓰다보니 너무 늦었다. 내일이 시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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